[출처: 이투데이 3월 26일자 인터넷 신문] |
Q: ‘황제노역’, 사건을 들었을 당시 어떤 심정이었는가?
A씨: 언론에서 나오는 황제노역 이야기가 신기했어요. 아! 저런 일도 있구나. 하루에 까는 돈이 무려 5억이라니, 후… 상상도 못했던 액수예요.
B씨: 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C씨: 처음 듣고 황당했지. 누구는 5억 살고, 누구는 5만원을 살고.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야.
Q:검찰과 법원이 허 전 회장에게 특혜를 주었다고 생각하는가?
A씨: 정말 불합리하다는 것이 크게 느껴졌죠. 공정성도 전혀 없다고 생각했구요. 내가 재판 받을 당시에는 칼 같이 벌금 450만원을 선고하고 90일 동안 단 하루도 까주지 않은 채로 노역을 살게 했었어요. 다 같은 죄인인데, 허 전 회장만 많이 봐주는 모습에 위화감이 많이 들었어요. 나와 정말 다른 사람이구나, 이런 일로 방송도 타고. 같은 죄인이면 돈이 많고 없고, 권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 똑같이 대해야 하는데 말이죠. 하지만 우리나라 법은 그렇지 않잖아요. 세계적으로도 불평등하고 부정부패가 많다고 생각해요. 여하튼, 허 전 회장이 돈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닐까요? 법원이랑 검찰, 심지어 교도소까지 그가 숨겨둔 돈으로, 원래 잘 살고 있던 사람이니 그 권력으로 장악했다고 봐요. 뒤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뿌려댔을까! 돈 없었으면 이런 혜택을 받지 못했을 거 아니에요.
B씨: 그런 것 같아요.
C씨: 차별 맞지! 다 도둑놈의 소굴이야. 이리저리 둘러봐도 답답해. 도대체 우리나라 법은 없는 사람을 봐주지 않고, 있는 사람을 봐주기 위해 있는 것 같다니까. 서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알리가 없으니 이렇게 차별하고도 태연하지. 우리는 단 돈 5만원 때문에 몸으로 때우는데. 답답해.
Q: 교도소에서의 생활은 어땠는가?
A씨: 저는 지인과의 폭행시비로 벌금형을 받았어요. 그때 돈이 없어서 결국 90일 동안 나무 의자를 만드는 노역장에서 일했어요. 20명이 넘는 사람들과 한데 모여서 8시간동안 꽉 채워서 일했어요. 뭐, 일이 그다지 힘든 건 아니었지만 조직폭력배 출신 반장이 감시를 해서 그게 좀 힘들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달랑 5일 동안, 그것도 10시간밖에 일하지 않았잖아요. 나갈 때에도 차가 교도소 안으로 들어와 모셔갔다는데. 나는 혼자 걸어서 나왔거든요. 정말 돈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해요.
B씨: 저는 (대포)통장을 만들어주면 돈을 준다는 말에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고 통장을 만들어줬어요. 김양식장 등을 전전했지만 임금도 받지 못하고 노숙을 하고 있던 참이었으니까요. 그것 때문에 벌금 70만원 받고 교도소에서 잠깐 생활했어요. 안에서 특별한 일은 하지 않았어요. 짧은 시간동안 운동장에 나가 산책하는 것을 빼면 그 안에서 생활하는 자체가 곤욕스러웠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절대로! 교도소에 가고 싶지 않아요.
C씨: 몇 년 전 서울역에서 노숙할 때, 날 추워지기 전에 얼른 작은 방이라도 들어가고 싶었어. 그때 마침 명의도용 일당이 대포차 명의를 빌려주면 몇 십 만원 준다고 했어. 그래서 나는 그 돈으로 겨울을 지낼 방이라도 얻으려고 이름 빌려줬다가 일이 터진 거지. 방 좀 얻어 살려고 했다가, 사기죄로 벌금형을 받아서 2주 동안 교도소에 있었어. 온 몸에 용 그림 그려진 덩치들과 왜소한 내가 함께 생활하는 것이 영 불편했지. 그리고 비좁은 공간에서 온 종일 가만히 있으려니 온갖 잡생각이 들어서 서글펐어. 돈 몇 푼이 아쉬워서 빌려준 명의가 감옥살이까지 하게 만들 줄 알았나. 힘도 없고 돈도 없는 내 처지 때문에 굉장히 서러웠어. 아마 허 전 회장은 나랑 달랐을 걸.
Q: 향후,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는가?
A씨: 누구에게나 공평한 법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봐요. 나처럼 힘없는 사람들은 벌금을 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노역을 해야 하지만, 그렇게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노역보다, 그 사람들이 숨겨둔 돈을 끝까지 찾아서 회수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제가 알기론 노역은 최대 3년으로 알고 있는데, 그 사람들에겐 이 시간도 짧아요. 꼭 돈을 내도록 해야 해요.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벌금을 몽땅 회수해도, 다른 사람들의 돈을 또 뺏고, 금방 돈을 긁어모으는 재주가 있으니 꼭 그렇게라도 해야 억울하지 않을 것 같잖아요.
B씨: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런 말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C씨: 황제노역은 말도 안 돼! 누구라도 똑같이 일당 5만원으로 노역 살이를 해야지. 사람 가려가면서 누구는 5만원, 누구는 5억 짜리라는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되는 거야.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가 제대로 제공되었으면 좋겠어. 많이, 많이 도와야지. 그래서 노숙도 안 했으면 좋겠고, 나처럼 노숙을 하다 돈 없어서 전과자 되는 억울한 사람들이 없어야지, 꼭.
홈리스의 눈으로 본 ‘황제노역’은 분명 빈부격차의 엄청난 간극을 보여주고 분노하게 하는 사건임에 틀림없었다. 이들의 바람대로, 빈곤한 사람들에게도 공정한 법집행과 관대함이 간절한 때이다. 또한 빈곤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을 표적검문하고 단속하기보다 이들이 범죄에 이용되지 않도록 돕는 치안서비스를 제공, 탈노숙/탈빈곤을 도와줄 복지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