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생활보호법의 주요 내용
지난 호부터는 일본에서 생활보호법이 개정된 배경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개정된 내용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개정된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①취업에 의한 자립을 촉진하기 위해 취업자립 급부를 창설한다.
②피보호자 취업자립지원사업을 창설한다.
③피보호자의 건강관리나 가계 지원에 대한 대응을 강화한다.
④부정, 부적 수급자 대책 강화의 일환으로 신청 시 이외에도, 복지사무소의 조사권한을 강화한다(벌칙과 반환금, 부양의무자에 대한 통지 등).
⑤의료부조의 적정화(지정의료기관의 검토, 지도강화, 후발의약품 사용의 촉진)
전체적으로 생활보호에서 벗어나는 것을 촉진하고, 부정 수급자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는 등, 여러 면에서 엄격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4번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내용에 대해서 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 오사카시(市)의 부양금 예입니다. 이것은 일본공산당 소속 의원이 오사카시의 방침을 비판하면서 밝힌 것입니다. 부양의무자가 만약 월 20만엔(200만원)의 수입이 있는 경우에, 형제자매간에는 한 달에 1000엔에서 2만 2천엔, 부모 자식 간에는 2만엔에서 4만엔 정도를 부양한다고 간주하고 있습니다. [출처: 일본 공산당 홈페이지] |
먼저 신청의 엄격화와 관련된 것입니다. 일본은 생활보호법 신청을 누구라도 할 수 있으며, 특히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구두로도 신청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신청을 일단 하기만 하면, 공무원 입장에서는 그것을 어떠한 형태로든 서류로 처리해야 합니다. 그러한 것을 막기 위하여(?) 일부러 신청서를 신청창구에 놓지 않는 일들이 비일비재했었습니다. 대신, 공무원은 일단 상담부터 하자고 설득을 하고, 이러저러한 이유, 아직 일을 할 수 있지 않느냐? 다른 제도를 찾아보라고 하면서 신청 자체를 만류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법률적으로는 위법이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관행처럼 이루어져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으로 상담을 한 이후 생활보호 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이 명문화되었습니다. 따라서 과거 위법이었던 것이 합법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로 인해 생활보호 신청을 하기 위해서 혹은 신청서를 받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와의 상담, 즉 공무원의 판단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만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말로서 신청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구두 신청은 기본적으로 가능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신청서 작성의 책임은 오로지, 신청자에게 돌아가는 것입니다.
▲ 2011년 4월 12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진행된 “가난은 가족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다! 국민기초생화보장법 집단수급신청 선포 기자회견” 사진. |
다음으로, 부양의무자 문제입니다. 한국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악명이 높습니다. 부양의무자가 재산이나 소득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수급자가 될 수 없습니다. 예전에 일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가족이 있다면, 일단 가족끼리 해결하라는 언급은 되어 있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도덕적인 원칙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즉, 실제로는 수급을 받기 위해 반드시 부양의무를 조사하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부양의무가 한국과 비슷하게 될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법 지침이 확정된 것은 아니나, 지방자치단체에 따라서, 이미 내부적으로 부양의무 지침을 마련해 놓은 곳도 있습니다. 국가가 빈곤의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긴다는 비판과 함께, 가족들 재산과 소득까지 조사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부양의무가 강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호에는 일단 신청의 엄격화와 부양의무 조항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호에는 그 외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