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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23호-요세바 통신] 일본의 생활보호 수급자의 파친코 이용 금지를 둘러싼 논란

[요세바 통신]은 일본의 홈리스 소식을 전하는 꼭지입니다.

지난 6월 5일 한 75세 남성이 편의점에서 돈을 빼앗다가 붙잡히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조사를 해보았더니, 생활보호 수급자로 받은 돈을 전부 파친코에서 탕진하고 말았다, 돈이 필요했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생활보호 수급자는 파친코 가게에 가지 말아야 한다?
파친코는 일본의 대중적인 오락 겸 도박입니다. 일본 어느 곳에 가더라도 반드시 있는 게, 바로 파친코입니다. 한국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일본은 합법적이고, 텔레비전에서 광고도 하고(한국 배우 최지우가 자주 나옵니다), 건물도 깨끗하고 종업원도 친절합니다. 물론 도박인 만큼, 사회적으로 파친코를 그렇게 권하지는 않습니다만, 범죄가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유독’ 생활보호 수급자가 파친코 가게에 가지 말아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지자체에서 조례를 만든 사례도 있습니다. 이번 호에는 이 조례를 소개합니다.

  전국에서 주목을 받은 ‘오노시 복지급부제도 적정화 조례’ 설명. 수급자의 ’빠징코‘를 금지하는 조례 덕에 오노시는 일본에서 유명해졌습니다. [출처: 오노시 소식지에서]
생활보호비를 파친코 등 도박으로 낭비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례
효고현의 오노시 라는 곳에서는 작년 3월 아동수당이나 생활보호비를 받는 사람이 파친코 등 도박으로 낭비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례가 통과되었습니다. 이 조례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발견할 경우, 그 시민은 시에 알려줄 것을 ‘책무’라고 규정합니다. 아는 수급자가 파친코를 이용하는 것을 봤을 때에는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경찰에서 은퇴한 사람들을 현장에 배치할 방침도 세웠습니다.
이에 반대하는 시의원은 15명 중 단 한 명이었습니다. 반대하는 이유는 ‘수급자로부터 작은 즐거움을 빼앗고 약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할 위험성이 있다’ ‘감시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닌가’라는 것인데요. 즉 ‘감시조례’ ‘밀고조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찬성하는 측은 ‘시민 대다수가 찬성한다’ ‘세금으로 생계비를 받는 만큼, 낭비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적정한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시민의 관심을 촉구하는 것’이라는 의견이었습니다. 특히 도박 중독 문제를 거론하기도 합니다. 수급자 중 파친코에 빠져서 밥까지 굶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수급자라서 소득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고, 지자체에 따라서는 주 단위로 돈을 지급하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파친코 갈 돈을 위해 결국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경우도 종종 보도됩니다. 때로는 과장이기도 하지만, 사실이기도 합니다.
이 문제는 의외로 상당히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현재 일본의 생활보호 수급자의 사회적 처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배우 최지우가 선전하는 파친코. 파친코 광고는 흔합니다. 출처= [출처: 한 블로그에서 http://blogs.yahoo.co.jp/vfrgsfcb/18023822.html?from=relatedCat]
수급을 받는 것이 ‘권리’라기 보다는 ‘빚지는 것’
먼저 생활보호 수급을 받는 것이 ‘권리’라기 보다는 ‘빚지는 것’이라는 관점이 상당히 드러납니다. 그래서 수급자는 언제나 눈치를 봐야 하고, 제 맘대로 파친코를 가는 것도 안 된다는 것이지요. 만약 파친코가 그렇게 나쁘다면, 법적으로 금지를 하는 게 옳겠죠? 그리고 시민들과 수급자를 의도적으로 분리해서 한 편은 감시하는 자, 다른 한편은 감시받는 자로 역할 구분을 하도록 부추기는 것, 그리고 사적인 부분까지 그 범위를 확장시킨다는 것, 바로 권리 의식의 부족을 나타내는 것일 겁니다.
파친코에 대한 의존증과 관련해서는, 왜 의존증이 나타나는 지에 대한 심층적 원인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파친코뿐만 아니라 알코올이나 약물 의존증에 대한 해결책으로, 단순히 ‘금지시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은 꽤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번 오노시의 행태를 보고 있자면, 일본 경제가 어렵고, 일을 해도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날 때, 그 분노가 엉뚱하게 생활보호 수급자에게 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없는 사람끼리 서로 힘을 합쳐야 될 것 같은데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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