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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25호-서평] 스무해 노들 야학의 이야기, 아직 쓰이지 않은 아랫마을 야학의 이야기

[노들장애인야학 스무해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합시다”]

어른이 된 스무해란 시간
노들야학이 스무해를 맞아 "오지 않을 먼 미래와 같던" 그 시간의 이야기를 담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합시다"란 제목의 책을 펴냈습니다. 아차산 언덕 위 정립회관에 처음 둥지를 틀고, 처음 소풍을 가고, 처음 모꼬지를 가고, 처음 단합대회를 하고, 처음 교사회의를 열었던 기억들은 아랫마을 홈리스 야학이 아직 문을 열기 전, 매주 주말마다 노란봉고에 한가득 짐과 사람을 싣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주말 배움터를 하러 가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교사들이 오직 자신들의 경험과 욕구에 의지해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하나씩 만들어 나가며 "일주일에 한 번 만나지만 나머지 일주일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었던" 시간들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2009년 겨울,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며 쟁취한 '종로 100평' 공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노들야학이 열어준 교실 덕분에 주말 배움터도 새롭고 의미 있는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당시 주말 배움터에 대한 이야기를 발견하고 새삼스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노숙인 주말 배움터는 일요일마다 찾아와 밥을 짓고 비누를 만들고 컴퓨터를 배우고 영화도 본다. 따뜻한 마음과 넉넉한 주걱으로 주말까지 나와서 일하는 활동가의 배를 채워주신다. 게다가 노들이 버린 쓰레기까지도 다 청소해 주신다. 불만을 토로할 법하지만 늘 감사하다는 말을 하셔서 부끄럽다. 우리는 매일매일이라 소중한 줄 모르는데…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받기 위해 교실을 ‘펼쳤다 접는’(컴퓨터 수업을 위해 매번 그 많은 컴퓨터를 설치했다 철수하기를 반복하신다) 모습을 지켜보면 아차산 시절에 야학을 오르던 때가 생각난다. 곧 서울역 근처에 새 둥지를 튼다고 하니 아쉽긴 하지만 홈리스님들이 더욱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에 잘 정착했으면 좋겠다."

사람이라는 열매
누구는 활동가였고, 누구는 대학생, 누구는 직장인이었던 교사들은 "1~2년이라는 교사들의 평균 활동 수명"주기를 따라 떠나간 사람들과 새로운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 이어졌습니다. 반복되는 상실감을 뒤로하고 당장 오늘이 더 급했던 사람들에게 장기적인 전망을 세우는 일은 힘에 부칠 수밖에 없는 일이었겠죠. "떠날 때가 되면 떠나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에 야학을 자신의 인생에 묶은 최초의 사람, "박경석" 교장 선생님이 나타난 것은 그래서 노들야학의 스무해에서 가장 역사적인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청춘의 한 마디를 끊어서 야학에 바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길 위에 야학을 얹어 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한 번쯤은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한 채로도 자꾸만 그 길을 걷게 되는 매혹의 낯선 순간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이라는 열매를 맺게 만들었습니다.
농성에 농성에 농성을 거듭하고, 무시로 집회를 하고, 도로를 막고, 단상을 점거하고, 토론회를 개최하고 문화제를 열면서 노들야학은 장애운동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노들야학이란 불씨가 장애운동의 불꽃이 되고 불길이 되는 과정은 서로 다른 존재들을 끌어안기 위해 필요한 근육을 키우는 과정이었습니다. 지난하고 지난하고 지난했던 수업과 일상 속에서 단련된 근육이 어떤 갈등과 충돌 위에서도 제대로 설 수 있는 힘을 만들어준 것은 아니었을까요. 장애인을 '병신'으로 만든 세상과 홈리스를 '쓰레기'로 취급하는 세상이 다르지 않듯이 노들야학의 작은 교실이 바깥세상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의 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온 세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깨달았던 매일매일은 홈리스야학의 오늘과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야학의 시계가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요즘, 더 눈길이 가던 말을 적어봅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교육과 운동 중 어느 것 하나가 후순위로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그 둘 사이의 단절이다. 우리가 막아야 할 것은 교육과 운동 중 어느 것 하나가 독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이 삶에서 분리되어 홀로 내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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