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급여법이 시행된다는 광고가 여기저기에 나붙었다. 지금 현재 주거급여법 시행을 앞두고 홍보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로 주거급여법 시행을 통해 주거빈곤층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 두 번째로 주거급여법이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이 통과되지 않아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자신들의 제도를 홍보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시행이 늦춰지고 있다며 국회를 탓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정된 주거급여법은 알맹이는 쏙 빠지고 포장만 거대한 제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 문제점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기존 주거급여보다 낮아지는 주거급여
주거급여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기존 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자는 주거급여를 지급받고 있었다. 주거급여는 현금으로 지원받는 것과 현물(집수리, 임대아파트 입주자격 등)로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 있는데, 현금지원의 경우 소득이 있는 경우 이를 제외하고 지원하고 있었다. 그간 이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다. 비판의 주된 내용은 주거급여 금액이 너무 낮아 비현실적이라는 점과, 대상이 너무 적다는 것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빈곤층은 과도한 주거비지출을 감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얼마 전 죽음을 선택했던 송파 세모녀의 경우에도 세 식구의 고정적인 수입은 150만원에 불과했지만 50만원의 월세를 지불하고 있었다. 방 두 칸짜리 반지하 방에 불과했음에도 수입의 3분의 1을 월세로 지출해야 했던 것이다.
▲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에 따른 기준임대료 (단위: 만원) |
주거급여법은 이를 반영해, 기존 기초생활수급자에게만 지원되던 주거급여를 중위소득(우리나라 사람들의 소득을 1등부터 꼴등까지 나열했을 때 중간 등수의 소득) 43%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지원하겠다는 방안과 지역별 격차를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기대와 다르게 주거급여는 임대료가 비싼 지역을 상향시키는 방식이 아닌 도리어 농어촌 등 비 수도권 지역의 급여수준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위 표 참고)
뿐만 아니라, 실제 임대료가 기준임대료보다 낮은 경우 실제 임대료만큼만 지원하기 때문에 임대아파트, 매입임대주택 등에 거주하는 사람의 경우 급여하락이 예정되어 있다. 소득이 일정수준 이상인 경우 ‘자기부담금’을 신설해 소득에 따라 급여를 하향하고, 주택 개선사업 역시 기존 모든 수급자가 참여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주택 노후도 등에 대한 조사에 따라 참여 여부를 결정하도록 계획하고 있어, 복지제도를 통해 지원받는 금액보다 선정을 위한 조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많은 ‘배보다 배꼽이 큰’ 운영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거둘 수 없다.
국토교통부에 복지를 맡기는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게다가 이런 주거급여법은 앞으로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국토교통부’의 책임이 된다. 기존 복지의 관점에서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던 것에서 벗어나 주거급여는 국토교통부에서, 교육급여는 교육부에서, 자활사업은 고용노동부에서 알아서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부처 간 운영을 달리 하는 것이 아무 차이도 없다고 주장하지만, 수급자들에게는 문제가 될 것이다. 복잡한 선정기준과 절차를 수급자 혼자 힘으로 처리하기 어려운데 이를 각 부처가 방기하거나 거부했을 때 책임자가 없기 때문이다. 2년 전, 의정부에 살던 박진영씨는 국민연금공단에서 실시하는 장애등급 하락 후 이것이 수급탈락에 영향을 줄까 걱정이 되어 연금공단과 시청을 찾았지만 아무도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았다. 이에 분개한 박진영씨는 ‘너무 억울하다’며 가슴에 칼을 꽂았다. 복지가 필요한 수급자의 간절한 요청을 각 부처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다.
현재 ‘통과가 시급한 민생법안’이라고 정부에서 주장하는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바로 주거급여를 국토교통부의 사업으로 떠넘기고, 그 운영을 일임하는 내용이다. 이는 더 많은 박진영을 만들 수 있는 위험천만한 개정안이 아닐 수 없다. 주거급여의 시행을 핑계로 기초법 개정안 통과를 종용해선 안 된다.
모든 이들에게 안정적인 거처를 제공하는 주거급여를!
주거복지는 누구에게 필요한가? 복지가 긴급한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주어져야 한다는 긴급성의 원칙에 따르면 집이 없어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주어져야 한다. 모두가 안전하고 살만한 집에 살아야 한다는 보편성에 입각한다면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비롯해 모든 이들의 주거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주거복지’의 영역에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요란하게 광고하는 주거급여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일정 소득 이하의 사람들 중에서도 재산기준, 부양의무자기준 등을 충족하는 사람들에게만 약간의 현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민간임대시장의 임대료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임대료 체납 시 주거급여 중단’ 이라느니, ‘조사 불응 시 주거급여 중단’과 같은 협박만 가득하다.
있던 법을 그나마 축소해서 시행하는 주거급여, 가장 어려운 사람과 모든 국민들의 주거욕구는 반영하지도 않은 주거급여는 대안이 아니다. 포장지만 화려하게 만들어놓고 국민들에게 이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할 것이 아니라 집이 필요한 모든 이들, 집이 없어서 더 가난해지고 있는 이들에게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는 주거급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