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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26호-세계의 홈리스] 잠들 수 없는 홈리스, 재해로 목숨을 위협받는 홈리스

[세계의 홈리스]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의 홈리스 단체를 통해 홈리스의 현황을 전하는 꼭지입니다.

이번 호에는 홈리스와 잠, 그리고 자연재해의 위험에 노출된 홈리스에 관한 이야기들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홈리스들이 잠을 청할 수 없는 이유
홈리스 대중에게 잠은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거리에서 혹은 쉼터에서 생활하는 홈리스들에게 수면 부족은 또 다른 정신적, 육체적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거리노숙을 반복해온 당사자들은 안정적인 주거 없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생활하는 경우 매일 밤마다 잠잘 곳을 찾아야 합니다. 개인 소지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때는 편안하게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불면증은 비만, 당뇨병, 영양 결핍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수면 부족은 정신 질환의 증가, 폭력과 공격성의 증가와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추운 날씨, 여름철의 습기, 범죄 피해의 가능성 등은 숙면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원인들입니다.
한편 미국의 234개의 도시 중에서 40% 정도가 공공공간에서 잠을 자는 것을 범죄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음에 소개할 미국에서 쉼터를 이용하는 홈리스 당사자의 글은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쉼터에서 잠을 자기 위해 긴 줄에 서 있다가 드디어 침대를 할당받아 가보면, 거대한 창고에 침대들이 놓여 있고, 150명에 이르는 홈리스들이 함께 있다. 그들 모두 아직 잠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서로 대화를 하거나 웃기도 하고, 소리를 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또한 싸움(말싸움일 수도 있고 주먹다짐일 수도 있는)이 일어나기도 할 것이다. 몇 시간 후, 당신은 약간의 잠을 청할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새벽 5시에 누군가 당신을 깨울 것이다. 대부분의 쉼터는 6시 전에 당사자들을 밖으로 내보낸다. 몇 분이라도 잠을 청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홈리스 당사자들은 거리를 이리저리 방황하기 시작한다. 출입구, 골목 등에서 여러분들은 아마도 깜빡 졸고 있는 동료들을 보게 될 것이다.”

안정적인 주거가 홈리스들의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다
뉴욕시는 현재 주거비용을 건강의 문제로 간주해야 하는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 보고서에서는 저렴한 주거 자원을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이 쉼터나 응급 잠자리 등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저렴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홈리스 의료지원 체계와 관련 있는 의사들은 이러한 수면 부족의 문제에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수면 부족이 홈리스의 건강과 관련된 필수적이고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되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주거가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임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현재 약 37,000명의 장기 홈리스를 위한 임대료 보조를 위해 2016년 말까지 약 3억 달러에 달하는 주택 및 도시 개발부의 기금 증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면 부족으로 고통 받는 홈리스들을 위해 필요한 저렴한 주거 자원은 여전히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지나간 뒤 지붕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홈리스. [출처: AP통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틈새, 가장 위험한 재난과 동거하는 곳
지난 8월, 서울 관악구 도림천 다리 아래에서 생활하던 홈리스 당사자가 폭우로 하천이 불어나면서 고립됐다 구조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최근 집중호우가 빈번해지면서 지구촌 전역이 홍수 피해를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취약한 장소에서 생활하는 홈리스 당사자들이 기상이변과 자연재해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도시개발의 촉수가 미처 다다르지 못한 곳, 강제퇴거의 걱정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틈새는 역설적으로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재난과 동거하는 곳입니다.
홈리스들은 과거에 비해 더 빈번하고 강하며 예측하기 힘든 기상재해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습니다. 홈리스들을 염두에 둔 도시재해대책이 마련되어 있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자연재해로 인해 말 그대로 집을 잃은 홈리스가 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루이지애나 주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지나간 후 2009년 홈리스 규모를 파악했을 때 약 12,500명으로 기존보다 약 5,000명 정도 증가하였습니다. 장기간 홈리스 상태에 처해 있는 사람들도 2005년 약 900명에서 2009년 약 4,800명으로 증가하였습니다.
홈리스들의 취약성은 2012년 유럽에 불어 닥친 한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북극의 온난화로 유발된 한파는 유럽에서 6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는데, 그들 중 상당수는 홈리스들로 밝혀졌습니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은선 연구원의 글 중에서).

재난을 새로운 이윤의 텃밭으로 삼고 있는 자본주의
이러한 재해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재난 구조 분야, 즉 경찰과 소방서도 민영화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침몰하는 세월호에 실린 목숨들을 담보로 구조활동을 비즈니스로 만들어버린 해양경찰과 언딘이라는 구조업체의 유착에서, 재난을 새로운 이윤의 텃밭으로 삼고 있는 자본주의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의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 때,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은 도시를 빠져나와 호텔에 묵으며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고 있었지만, 차도 없이 오지도 않는 도움을 기다리며 간절하게 구호신호를 보냈던 대다수의 홈리스들은 냉장고 문으로 뗏목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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