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에 걸쳐 노숙인은 범죄를 저지르기 보다는,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도쿄의 노숙인을 대상으로, 폭력에 관한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 내용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이 조사를 주도한 시민단체의 이름은 '모야이'라고 합니다. '모야이'는 우리말로 '매듭'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시민단체는 일본 도쿄에서 활동하고 있고, 주로 주거지원사업, 생활상담 및 생활지원사업, 노숙인 및 생활수급자 간의 교류사업, 홍보나 연구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모야이'를 중심으로 노숙인지원단체 등이 모여 올해 6월 28일부터 7월 14일까지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는 토론회 형식으로 지난 8월 14일에 발표를 했고, 요구사항을 모아서 도쿄도에 제출했습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노숙 당사자들의 특징
설문조사에 참여한 노숙 당사자는 347명이었으며, 남성이 333명(97.4%), 여성이 8명(2.3%), 그 외 1명(0.3%)이었습니다(무응답 5명). 연령은 최소 30세, 최대 86세, 평균 59.8세였습니다. 그리고 잠자는 장소로, 역 근처가 31.3%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에 공원(30.4%), 도로변(21.3%), 하천변(12.5%) 등의 순이었습니다. 대부분 남성이며, 평균연령은 거의 60세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원과 하천변이 많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로 보입니다.
설문조사의 주요 결과
·응답자 40%가 습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습격은 여름철에 많으며, 가해자의 38%는 아동 혹은 청년층이다.
·가해자는 75%가 두 명 이상이었다.
·습격의 종류는, 때리기, 발로 차기 등 '신체를 사용한 폭력'이나 패트병, 담배, 폭죽 등 '물건을 사용한 폭력'이 62%를 점한다.
·아동, 청년층 공격은 '물건을 사용한 폭력'이 53.6%에 이른다.
이 결과를 보면, 절반에 가까운 노숙 당사자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습격이나 공격을 당한 경험이 있으며, 특히 여름철에 많았습니다. 또 가해자는 젊은 층이 많으며, 두 명 이상 집단으로 가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야이, 그리고 이 조사에 함께 참여한 노숙인 지원단체 및 빈곤단체 등은 이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이렇게 노숙인이 피해를 당하고 있지만 도쿄도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은 대책을 요구하는 요망서를 제출하였습니다.
도쿄도에 제출한 요구사항
1. 노숙인 습격 실태에 대해 도쿄도는 조사를 행할 것.
2. 노숙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 '도민을 대상으로 홍보 및 계발 활동을 행함과 동시에 당사자와 지원단체를 포함한 인권개발연수 프로그램 등을 책정할 것.
3. 학교 교육에 있어서, 노숙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촉진하기 위해 노숙인과 지원단체가 참여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책정하고 실행할 것.
4. 습격을 받은 노숙인이 법률적으로 호소하고자 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나 인권옹호단체와 연계하여 필요한 보호를 행함과 동시에 당사자 및 지원단체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협의의 장을 마련할 것.
그리고 이 발표에서는 학교에서 노숙인 인권 교육에 대한 사례도 발표되었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노숙인이 비교적 많이 생활하고 있는 구로다(黒田)구의 사례입니다. 일용직노동자나 노숙인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는 무카이(向井)씨가 발표를 했는데요.
구로다 구의 교육위원회와 계속 논의를 벌인 결과 올해 여름방학에 들어가기 전 구립 초등학교 5, 6학년생을 대상으로 노숙인 습격 재발방지 프로그램 교육이 실시되었다고 합니다.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드리면, 먼저 학생들에게 노숙인에 대한 이미지를 솔직하게 듣습니다. 무섭다, 더럽다, 알루미늄 캔을 수집하면서 생활한다 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뒤 학습용 영상물이나 신문기사와 같은 자료, 그리고 무카이 씨나 노숙인 당사자들이 교실을 직접 방문하여 왜 노숙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지, 그 배경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문제는 멀리 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문제라는 것을 설명합니다. 그러한 폭력이 얼마나 잔혹한 짓이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인가를 확실히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그 목적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이후 구내의 다른 학교에서도 계속 이루어질 예정이랍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또한 습격 문제가 교육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실마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예전부터 많은 시민활동가들과 당사자들의 노력으로 차츰 노숙인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져 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노숙인 또한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구성원이라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가혹한 습격이나 공격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고자료
"노숙인에 대한 습격 실태에 관한 조사"보고서/ 오니시 렌(大西連) '습격받는 홈리스- 설문조사를 통해 본 습격의 실태', SYNODOS, 2014년 8월 14일 자/이나바 츠요시(稲葉剛)공식 블로그(http://inabatsuyosh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