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초 남편 장례비를 마련하러 갔던 아내가 500여만 원의 장례비 마련을 고민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지난달 10월 말에는 60대 홀몸 어르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자신의 시신을 수습하는데 쓰라며 장례비 100만 원과 국밥 한 그릇 하라며 빳빳한 만 원짜리 10장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한편 가정해체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시신인수를 포기하는 가족이 늘어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사는 것도 걱정이지만 죽음마저 걱정이 되어 버렸습니다. 영정사진에 국화꽃 한 송이 올려주는 사람 없이 안타깝게 삶을 마무리해야만 하는, 죽을 때도 죽은 뒤에도 철저히 혼자인 세상입니다.
이렇게 고독사와 무연사가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요즘 최소한의 장례 절차도 없이 바로 화장 처리되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나눔과나눔 등 시민단체가 종로구 마을장례지원단 ‘따뜻한 동행’을 시작합니다. 지난 10월 26일 교남동 고시원에서 살다 돌아가신 염 할아버지(72) 장례의 경우에도 종로구 마을장례지원단이 함께 마을장례로 치렀습니다. 그 덕분에 삶을 함께 나눴던 홈리스 지인 분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외롭지 않게 보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따뜻하게 기억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렇듯 누구나 사회구성원으로 삶을 살았다면 그 삶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권리가 있습니다. 죽음조차 차별 받는 현실에서 마을공동체의 힘으로 마을장례를 진행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마을장례지원단을 구성하며 종로구에 살고 계신 17분의 홀몸 어르신들께 앞으로 돌아가시면 마을에서 장례를 치르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어르신 한분 한분을 만나며 들은 삶의 이야기를 통해 그분의 삶을 보지는 않았지만 얼마나 버거우셨을지 짐작이 되었습니다. 청운효자동의 백○○ 어르신(90)은 “나 죽으면 어떻게 하나. 곱게 죽어 다른 사람 고생시키지 않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했는데 하늘이 기도를 들어준 것 같아 너무 기쁘다.”며 장례지원단 실무자의 손을 잡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셨습니다.
물론 아직은 마을장례의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조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변화의 조각들이 모여 인간답게 삶을 살고, 인간답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지는 큰 변화의 마침표가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연대가 모여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고, 이러한 세상이 커져 또 다른 연대를 만들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