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홈리스]
이번 호에는 최근 미국에서 소개된 청소년 홈리스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홈스트레치”를 통해 청소년 홈리스와 관련한 얘기들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2명의 여성 감독이 만든 이 다큐멘터리는 세 명의 홈리스 청소년이 주인공입니다.
매일 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상태
감독들은 5년 전에 만난 한 고등학생이 다큐멘터리의 시작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학교에서 마주치게 된 그 아이는 매우 유쾌하고 재능 있는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감독들은 그 아이가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 홈리스 상태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매일 밤 그 아이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상태였다는 것을. 그 아이는 자신의 상황을 숨기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혼자였지만,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감독들은 2009년 당시에 시카고 공립학교 체계에서 홈리스 상태로 등록된 아이들이 거의 15,000명에 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독들은 그 이후로 홈리스 상태를 경험한 많은 아이들과, 교사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응급쉼터, 전환주거, 거리, 학교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홈리스 상태에 처해 있는 청소년들의 삶을 알기 위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감독들이 그 과정에서 마주친 아이들은 폭력의 공포와 약물 중독, 부서진 가족, 빈곤과 범죄로부터 치열하게 살아남은 아이들이었습니다. 때로는 성적 정체성으로 인해 집에서 쫓겨나거나 정서적으로나 재정적으로 그들을 돌볼 능력이 없는 부모들이 포기한 상태거나, 육체적, 성적 학대로 인해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이었습니다. 그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 이야기들, 통찰력과 투쟁, 유머 등이 이 다큐멘터리에 깊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로크, 케이시, 앤서니. 3명의 아이들
이러한 과정에서 다큐멘터리의 중심에 있는 로크, 케이시, 앤서니라는 3명의 친구를 발견했습니다. 이 홈리스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빈곤, 인종, 이주민, 성적소수자의 권리라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로크는 국경을 넘어서 미국으로 왔으며 가족과 떨어진 채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불안정한 가족과 주거 상황으로 인해 몇 년 동안 방황했습니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대학에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학에서 연극과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케이시는 시카고의 남쪽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방황하다 거리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새로운 전환주거로 들어갔고, 학교에 재등록했습니다.
앤서니는 어린 시절을 위탁 가정에서 보냈습니다. 14살 때 스스로 집을 나왔고, 홈리스 상태에서 스스로 독학을 통해 최근에 검정고시를 통과했습니다. 앤서니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전국청소년네트워크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 홈리스 상태를 경험하는 청소년들은 대략 168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2013년에 거의 250만명의 아동들이 미국에서 홈리스 상태를 경험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는 30명 중 1명꼴입니다.
청소년 홈리스들의 40~60% 정도는 정신적 학대를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나며, 17~35%는 성적 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탁가정에서 성장한 경험이 있는 홈리스 청소년들도 21~53%로 나타났습니다. 부모로부터 학대를 경험한 아동들이 위탁 가정이나 아동복지체계를 통해서 성장하는 경우 위탁가정이나 시설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18세 이후에 그곳을 나와서 안정적이고 적절한 주거를 마련한다는 것은 커다란 도전입니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위탁가정을 떠난 젊은이들의 적어도 30% 정도는 홈리스 상태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빈곤한 가정에서 자라나는 경우, 홈리스 상태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홈리스 청소년의 절반은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청소년들은 이후에 성인이 되었을 때 일자리를 얻기 힘들 것입니다. 일상적인 생존을 위해 구걸을 하거나 거리에서 잠을 자거나 하는 과정에서 경찰에게 체포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거부하는 가족들로 인해 홈리스 상태로 내몰리는 청소년들도 4~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적 소수자인 홈리스 청소년 중에서 거의 60%는 거리에서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중앙 아메리카에서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오는 청소년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마약과 갱들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탈출한 것이며, 미국에서 생활하는 친척들을 찾아온 것이라고 합니다. 일부는 친척을 찾을 수 있었지만, 일부는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거나 많은 아이들은 난민재정착사무소의 구금시설에 수용되기도 하고, 일부는 망명이나 특별비자를 신청하는 동안 홈리스 쉼터에서 생활하기도 합니다. 불법체류 중인 부모들이 추방되거나 남아 있는 부모들이 주거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닌 경우에도 홈리스 상태에 처하게 되기도 합니다.
로크의 경우처럼 가족과 떨어져 미국으로 건너온 경우가 있는데, 합법적인 이민자격이 없는 홈리스 청소년들은 오로지 홀로 남아서 살아가야 합니다. 맥키니-벤토법에 따르면 홈리스 상태에 있는 미등록 이주민 학생들도 보호를 받을 동일한 권리를 갖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들을 보살펴 줄 부모나 후견인 없이 미국 시민 혹은 영주권자가 접근할 수 있는 권리와 혜택, 자원들을 동일하게 갖지 못한 채 홈리스 상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홈리스 청소년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
감독들은 가출한 문제아, 약물 중독자 등 만연한 홈리스 청소년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이 홈리스 청소년에 대한 지원이 증가하지 않는 이유 중에 한 가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독들은 자신들이 만난 홈리스 청소년들은 매우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었으며, 이러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은 반대로 하버드 대학생이 된 청소년 홈리스의 사례처럼 무리한 기대의 이미지 또한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감독들이 만난 아이들은 대부분 이 두 극단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녀들은 대다수의 홈리스 청소년들이 매일매일 살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감독들은 세 아이의 삶의 여정을 통해 미국에서 가장 착취당하는 집단 중에 하나인 홈리스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빛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