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ktum 호텔 홈페이지에 소개된 방 사진들. [출처: http://en.faktumhotels.com/] |
스웨덴 구텐베르크의 Faktum(우리말로 사실이라는 뜻)이라는 단체에서는 한국의 빅이슈처럼 2001년부터 홈리스들이 판매하는 잡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더불어 다른 지역에서도 Situation Sthlm과 Aluma라는 자매지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Faktum 호텔”이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흥미로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Faktum이라는 이름의 호텔 예약 사이트를 통해 원하는 룸을 예약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 홈페이지의 첫 화면에 나와 있는 내용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스웨덴의 예테보리라는 지역에는 약 3,400명의 홈리스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쉼터에서 동료들과 함께 그들이 머무를 수 있는 집을 찾고 있지만, 대부분은 거리에서 잠을 잡니다. Faktum 호텔에서는 홈리스들이 밤을 보내야 하는 10개의 장소를 선택해 예약할 수 있습니다. 다른 여느 호텔과 마찬가지로. 당신 자신을 위해 혹은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예약할 수도 있습니다.
Faktum 호텔은 진짜 호텔은 아닙니다. 이것은 구텐베르크의 거리 신문, Faktum을 지지하는 스마트한 방법입니다. 우리는 홈리스 이슈와 고립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의견을 불러 모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홈리스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일자리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책임감, 규칙적인 일상, 긍정적인 사회적 교환의 기회를 포함하는 일을 통해 홈리스들은 더 단단한 삶을 향해 걸음을 딛을 수 있습니다. 살 곳을 찾기 위해, 삶을 설계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할 때 매우 중요한 것들입니다.”
그런데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건 실제 호텔 ‘방’이 아니라 홈리스들이 밤을 보내기 위해 자주 이용하는 10군데의 장소입니다. 이 10군데의 장소 중에 한 곳을 선택하여 예약금을 지불[하룻밤에 100크로나(SEK, 약 14,000원)]하게 되는데, 이 금액은 홈리스를 위한 기부금으로 활용됩니다. 이 ‘방’을 예약했다고 해서 실제 그곳에서 잠을 자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실제 체험도 가능하긴 합니다. 그들은 캠페인 영상을 유튜브에 소개하고,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홈리스들이 생활하는 공간 - 폐허가 된 건물, 벤치, 다리 밑의 공간 등 - 을 카메라에 담아 마치 호텔을 예약하는 것처럼 기부금을 모집하는 방식은 흥미로운 방법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이 Faktum 호텔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장소들에는 홈리스가 보이지 않습니다. 홈리스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이 Faktum 호텔 이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거기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기부나 후원이라는 방식은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기 위한 관계가 만들어지는 최소한의 만남과 시간으로 만들어지는 경험이 생략된 방식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Faktum 호텔처럼 대중들의 홈리스 당사자들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하고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방법이 (어쩌면 과도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인터넷 쇼핑이라는 방식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몸으로 겪어낸 직접적인 경험은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한 간접적인 만남과는 다른 효과를 갖습니다. 홈리스의 현실을 체험한다는 것은 홈리스 당사자의 처지에서 현실을 바라보기 위한 작은 노력일 것입니다.
Faktum 호텔과 같은 사례가 흥미로우면서도 아쉬운 점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