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올해 7월 1일부터 ‘맞춤형 급여체계’로 변경되어 시행된다. 기존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소득이 없거나, 최저생계비 이하일 경우 수급자로 선정되어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해산/장제급여, 자활급여 등 총 7가지의 급여를 지급받았다. 즉,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일 경우에만 모든 급여를 받을 수 있고 기준을 넘어갈 경우 아무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7월부터 개정되는 제도에서는 각 급여별로 선정기준을 달리하여 소득 증가로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필요한 급여는 계속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는 맞춤형 급여체계 시행을 통해 수급자 수가 확대되고, 급여수준이 인상될 것이라 홍보하고 있다. 6월 한 달간은 집중 신청기간까지 가졌다. 하지만 과연 변경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시행이 보건복지부가 홍보한 만큼의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변경된 급여별 선정기준과 보장수준, 그리고 이에 따른 지침들을 살펴보았을 때 이미 문제점들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먼저 개정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각 급여별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에 대해 살펴보고 우려되는 문제점은 무엇일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7월부터 달라지는 급여별 선정기준과 보장수준
지난 4월 25일 보건복지부에서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통해 최종 확정한 급여별 선정기준은 아래 <표 1>과 같다. 표에 없는 해산급여와 장제급여는 주거급여의 기준액을 따른다.
이에 따른 보장수준은 7개의 급여 중 매월 통장으로 지급받는 현금급여 두 가지(생계급여와 주거급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참고로 기존 제도의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을 먼저 살펴보자면 선정기준인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 기준 61만 7천원이었으며, 이 중 49만 9천원이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를 합하여 현금급여로 받을 수 있는 최고액이었다.
▲ <표 1> 2015년 소득인정액기준 급여별 선정기준 (단위: 원) |
생계급여
개정된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생계급여는 선정기준이 곧 최대 보장수준이다. 즉, 1인 가구 수급자를 예로 들면 약 43만 7천원 이하의 소득이 있을 경우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으며, 소득이나 재산이 전혀 없을 경우 최대 급여액인 43만 7천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기존에 생계급여로 지급되던 금액이 약 41만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아주 소폭 오른 것이다.
▲ <표 2> 2015년 주거급여 기준임대료(단위: 만원) |
주거급여의 경우 기존에는 총 현금급여액에서 약 22%를 임의로 책정하여 주거급여 명목으로 지급해왔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최저주거기준을 고려하여 가구 규모별로 산정한 기준임대료(<표 2>)를 최대 보장액으로 하여 소득과 임차료부담을 고려한 실제 임차료(월임차료+보증금 환산액)를 지원한다. 즉, 기준임대료와 실제 임차료 중 더 낮은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특이사항은 생계급여 이상의 소득이 있는 가구의 경우는 자기부담금이 신설되었다. 또한 현물급여로 주택노후도에 따라 경보수 350만원(3년 주기), 중보수(5년 2주기), 대보수950만원(7년 주기)을 기준으로 주택개량을 실시한다.
문제는 기준임대료가 턱없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표에서 굵은 선 안쪽, 어둡게 표시한 구간은 기존 주거급여보다 하락하는 구간이다. 기준임대료를 가구기준뿐 아니라 급지별로 차등지급하면서 기존 대비 상승하는 구간보다 하락하는 구간이 더 많아졌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절반 이상이 3, 4급지에 거주하는 것을 고려하면 기존 대비 하락하는 가구가 더 많을 것이다. 또한 임대아파트, 매입임대주택 등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수급자들의 경우 주거급여가 SH공사, LH공사 측으로 바로 들어간다. 즉, 수급자의 통장으로 급여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급여
▲ <표 3> 2015년 교육급여 지급기준 및 지원내역 |
개정 기초생활보장법의 우려점
빈곤사회연대는 기초법 개정에 맞선 싸움을 하면서 개별급여와 상대적 빈곤선 도입, 최저생계비 인상을 통한 선정기준/보장수준 현실화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번 개정안은 개별급여와 상대적 빈곤선은 도입했으나 최저생계비 인상을 통한 선정기준/보장수준 현실화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른 우려점들에 대해 살펴보겠다.
최저생계비 해체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가진 국민들에게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꾸릴 수 있도록 ‘권리’로서 보장하는 공공부조였다. 문제는 개별급여 시행을 하면서 최저생계비라는 개념이 아예 해체되어 버린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 개별급여 도입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정부는 교묘하게 기존 수급자와 최저생계비를 공격했다. 기존 수급자들이 한꺼번에 너무 많은 복지혜택을 받고 있어 사각지대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이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받는 7개의 급여 중 매월 현금으로 지급받는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외에 나머지 급여들은 현물급여로 해산/장제 등 해당 행위가 발생할 때만 지급받고 있다.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꾸리기에 턱없이 부족한 현금급여액을 두고 너무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현재 비수급 빈곤층이 발생하는 이유는 애초에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갖고 있는 ‘선정기준’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이를 수급자들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은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감추려는 것이다.
통합급여를 유지하면서도 각각 상황에 따라 개별급여를 시행할 수 있다. 이를 모두 해체해버린 것은 국민들의 기초생활에 대한 권리와 국가의 책임을 불투명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수급자 권리후퇴, 현장 격무 심화
개별급여 시행을 두고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번 개정안이 수급권자들의 권리를 후퇴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는 각 급여의 신청/이의신청, 결정, 지급 등을 각 주무부처에서 담당하게 된다. 보건복지부에서 이를 통합하여 담당할 때에도 수급 결정/변경 통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던 상황에서 부처마저 개별화된다면 수급자들의 신청권, 이의신청권, 알 권리 등이 제대로 보장될 것이라 기대하기란 어렵다. 또한 복잡해진 제도와 처리과정은 현장에서 직접 수급자들을 만나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에게도 격무를 안겨줄 것이다. 제도 설계와 전달과정이 복잡해질수록 복지제도에 대한 수급자들의 접근권은 떨어지고, 이는 결국 빈곤당사자, 수급자들과 전담공무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올 것이다.
불충분한 선정기준과 보장수준
기초생활수급자와 비수급 빈곤층에게 가장 절실한 급여는 현금으로 지급되는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그리고 현물급여인 의료급여이다. 그러나 이 세 급여의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은 낮은 기존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떨어졌다. 이들의 선정기준은 교육급여를 제외하곤 기존 차상위계층조차 포괄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설정되었다. 의료급여의 경우 선정기준이 제자리에 있으며, 의료급여 특례 폐지 등으로 오히려 나빠질 전망이다.
생계급여는 기존 현금급여 최대금액보다 보장수준이 낮아졌다. 기존에 생계급여로 지급하던 금액보다는 소폭 상승했으나,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 수급자들의 삶의 질 개선, 빈곤문제 해결과는 동떨어졌다. 기존 주거급여가 생계급여의 보충적 성격밖에 갖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 상 삭감조치라 볼 수 있다. 생계급여는 수급자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현금급여임을 고려한다면 생계급여의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은 현실적인 금액으로 대폭 상승해야 한다.
주거급여는 기존 최저생계비 기준에 비해 높아진 선정기준으로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정부에서는 대폭 확대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송파 세모녀 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대폭 완화되었다고 표현되는 선정 기준은 송파 세모녀도 포괄하지 못할 정도로 낮다. 송파 세모녀는 3인가구로 서울시 송파구 반지하방을 월세 50만원을 내며 살았다. 그러나 기준임대료는 1급지(서울) 기준 3인 가구에게 겨우 26만원을 책정하고 있다. 그나마도 소득이 전혀 없을 경우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기준임대료를 최대 보장액으로 설정한 보장수준도 비현실적으로 낮은 것이다. 이에 비해 월세가 체납되거나, 부정하게 높은 주거급여를 지급받는 것에 대한 감시와 제약은 더욱 강해졌다. 게다가 주거급여 첫 시행을 앞둔 지금까지도 국토교통부에서는 수급자들의 이의신청과 권리구제에 대한 방법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
정부는 부양의무자기준을 대폭 완화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기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은 <수급자가구의 최저생계비>와 <부양의무자가구의 최저생계비> 합의 130%이다. 이를 <수급자가구 최저생계비>와 <부양의무자가구 중위소득>의 합의 85%로 완화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새롭게 유입될 수급자의 수는 12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탈락하는 117만명의 사각지대 중 13%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지난 3년간 수급자격을 박탈당한 20만 명의 절반정도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지만 ‘송파 세모녀’법이라 불리는 기초법 개정안은 송파 세모녀를 구하지 못한다. 개별급여 시행으로 제도만 복잡해지고,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은 제자리거나 후퇴했으며, 정작 송파 세모녀와 같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은 그대로 사각지대에 남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말로만 개정이 아닌 진짜 기초법의 개선을 위해 필요한 과제는 명확하다. 비현실적으로 낮은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을 현실화하여 수급을 받는 빈곤층들의 빈곤상황을 완화시켜 탈빈곤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가장 큰 사각지대의 주범인 부양의무자기준의 폐지를 통해 비수급 빈곤층들을 기초법이 포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너무나도 명확한 과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정부에 계속해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광화문역 지하 농성장에서 1000일이 넘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초법 개정에 대한 대응을 지속적으로 해온 민생보위에서는 6월 20일 돈의문 쪽방촌을 시작으로 한 달 간 곳곳의 임대아파트, 쪽방촌 등 빈곤층 밀집지역을 돌며 거리 상담활동과 권리구제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빈곤층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복지상담 전화도 개설되었다.
바로 <가난한 이들의 권리 UP!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복지상담소>이다. 전화 상담을 통해 권리구제와 제도개선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자 한다. 이처럼 다양한 곳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제대로 개정하기 위한 싸움과 활동들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