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나이 들면
이동현(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지난 5월, 광주의 노부부가 자살한 사건이 알려졌다. 아파트에서 살았기에 집 걱정은 없었다한들 장애와 우울증, 고령에 따른 고통들을 이 둘이 떠맡기는 버거웠을 것이다. 가족 부양책임이 과잉 강조되는 우리 사회에서 ‘나이 듦’은 쉽사리 무권리 상태로 이어진다. 수발의 책임을 가족이 지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보통은 시설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노부부가 아파트를 팔고, 요양원 입소를 앞둔 시점에서 목숨을 끊었듯 사람이 터전을 뜬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홈리스들도 나이가 들어간다.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어렵사리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고시원에 들어갔건만 치매에 걸리셨던 H님. 외출 후 고시원을 찾아오지 못하고 실종된 지 1년 여 만인 지난해 11월, 돌아가신 채 발견되셨다. 노숙인 시설을 거쳐 임대주택에 들어가신 Y님 역시 60세도 채 안 돼 치매가 왔다. 용변 처리와 집을 찾아오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결국 기댈 것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이나 면담조사를 마친 건강보험공단 직원은 고개를 젓는다. 안타깝긴 하지만 이 정도 상태로는 인정 결정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그나마 고시원에 살고 계신 J님은 지난 3월, 요양등급을 받았고 다음 주 노인요양시설에 들어갈 예정이다.
홈리스의 터전이라 한들 쪽방, 고시원 따위로 미련 둘 일 있나 하겠지만 시설이 아닌 독립 거처를 원했다는 점은 중시되어야 한다. 그래서 수발과 같은 복지적 지원과 주거가 함께 제공되는 지원주택은 신속하게 공급해야 한다. 나이 듦이 우대를 보장하지는 못하더라도 독립적인 삶을 버려야 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장애등록도, 취업도, 자활사업도 빨간불 A홈리스와의 동행
박사라(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A홈리스와 함께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했다. 상담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사가 지능검사를 해보라고 권유하여 검사를 받았다. 장애등급심사결과 지능수준은 낮았지만, 지적잠재력은 경계선 수준까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등급 외 판정이 나왔다. A홈리스 대리인으로 직접 심사위원들과 대면하고 싶었지만 가능하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홈리스는 수급자로 선정되었고, 결국 취업성공패키지 교육에 참여해야 했다. 교육장소에 대해 전화번호와 장소가 문자로 왔지만, A홈리스는 “자꾸 뭐가 온다”며, 전화만 걸었다가 끊기를 반복했다. 첫 번째 교육이 있던 날, 20대부터 60대로 보이는 사람들로 교육장이 가득 찼다. 작성해야 할 서류가 한아름 주어졌다. 간단한 이름부터 원하는 직업과 희망급여 수준 등 다양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A홈리스는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어서 본인의 이름 외에는 글씨를 쓰지도, 읽지도 못한다. 그래서 A홈리스는 이름만 쓰고, 나머지 부분은 대신 썼다. 뒤에서 누군가 불렀다. 교육에 참여한 또 다른 중년여성 두 분이 무엇을, 어떻게, 어디에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여 결국 번갈아가면서 세 분에게 알려드려야 했다. 담당자와 짧은 상담을 진행하던 중, A홈리스와 대화가 안 된다고 하길래 상황을 설명했다. 담당자는 취업은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고 했고, 이후 형식적으로 참여했던 상담도 종료되었다.
곧 지역자활센터에서 상담을 받게 된다. 하지만 구청 담당자도 한숨이다. “최대한 늦게 자활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 일하더라도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한 번 더 받으시는게 어떻겠느냐.” 여러 차례 A홈리스와 대화를 해본 결과 자활사업에 참여한다 해도 유지하는 것이 물음표인 것 같았다.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할 당시부터 A홈리스는 매일 물어보신다. “언제 전화온대? 일 언제 해? 나도 일하고 싶어!” 장애등록도, 취업도 안 되는 마당에 타인과 원활한 관계를 맺어가는 것도 쉽지 않은 A홈리스가 자활에 잘 참여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