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일, 정부는 “서민ㆍ중산층 주거안정강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 방안에서는 그간 정책기조로 삼아온 ‘주택시장 정상화’ 및 ‘서민 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해 주거취약계층 지원강화, 뉴스테이 활성화, 정비사업 규제합리화 및 투명성 제고를 핵심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번호에는 이러한 과제 중에서 주거취약계층 지원 강화를 위한 방안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정부는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리모델링 임대 1천호, 고령자 전세 2천호, 대학생 전세 2천호 등 총 5천호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5천호라는 물량은 주거취약계층의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또한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의 경우에도 집주인들이 임대사업에 참여할 유인은 희박해 보인다. 최근 5년간 큰 변동이 없는 장기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을 고려할 때, 공공임대주택 확충에 대한 정부의 계획이나 의지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뉴스테이, 주거비 부담 완화에 걸맞은 정책인가?
한편 정부는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기업형 민간임대 형태의 뉴스테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뉴스테이 복합개발을 위한 용도지역 상향, 재무적 투자자 보호방안 및 관련 법령 정비 등의 대책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고소득층만이 입주가 가능할 정도로 높은 월세의 뉴스테이가 과연 주거비 부담 완화에 걸맞은 정책인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기업들에 각종 규제완화와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해 보인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기업형 임대 등 민간임대를 활성화하는 정책은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확대를 제한하며, 향후 기업에 새로운 임대시장을 창출해주는 효과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핵심은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의 각종 규제 완화
이 방안에서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실질적인 핵심은 주거안정의 강화보다는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과도한 규제를 합리화한다는 목표로 제시한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의 각종 규제 완화 조치에 있다고 보인다.
정비사업 규제합리화라는 과제에 포함된 정비사업 동의요건 완화, 정비구역 지정권한 이양, 기반시설 기부채납시 현금납부 대체 허용, 임대주택 공급시 부담 완화 등의 조치들은 그동안 ‘비정상’적인 형태로 왜곡되고, 과열되어 있던 주택시장의 상황을 더욱 왜곡시키고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요인들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지적하는 대로 “전월세 시장은 저금리 등에 따른 전세공급 부족으로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주거비 부담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임금 상승은 2013년 이후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주거비 부담 정도는 점점 더 악화되는 상태에 있다.
이번 “서민ㆍ중산층 주거안정강화 방안”은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데 있어 그 실효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비정상’적인 주택시장의 현실을 더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