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미얀마 시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도리"
미얀마 지지시민모임은 18일 오전 10시 외교부 앞에서 '미얀마 군부 대표 무기 수출 행사에 초청한 한국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제대로 된 설명도, 사과도 조치도 없는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정부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부는 지금이라도 제대로 해명하고 미얀마 시민들에게 사과하라. 그것이 미얀마 군부에 의해 살해당하고, 구금당하고, 고문당하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미얀마 민주화운동 활동가들도 함께 참여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닝 윗 예이 미얀마군부독재타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민족통합정부를 대신하여 한국 외교부에 보내는 서한을 낭독했다.
서한을 통해 민족통합정부는 미얀마 대사를 무기 수출 홍보 행사에 초청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한편 우려하는 점들을 짚었다. 민족통합정부는 "한국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미얀마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데 대해 더 나은 이해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미얀마 군부를 승인하는 듯한 행동이 "영구적인 미얀마 군부 독재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정부 해명
오늘 기자회견은 지난 5월 12일 정부가 주한 미얀마 대사를 무기 수출 홍보 행사에 초청한 데 대한 정부의 해명이 있고 난 뒤 개최된 것이다.
외교부는 미얀마 지지시민모임의 해명 요청에 대해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국방·치안 분야 신규 교류·협력 중단 △군용물자 수출 불허 및 산업용 전략물자 수출 허가 엄격 심사 조치 등을 이행하고 있다며, 이번 행사는 "아세안 회원국을 포함, 주한외교단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행사로, 미얀마 상황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정책과는 무관한 행사"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부가 주한 미얀마 대사를 무기수출 홍보행사에 초청한 것은 국방·치안분야 신규 교류·협력을 중단한다는 조치와 상충된다"며, 특히 "무기수출 홍보행사는 기본적으로 무기수출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명백한 신규 교류 및 협력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부의 해명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전은경 활동가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오늘(18일)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라는 점을 상기했다. 전은경 활동가는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토마스 앤드루 유엔 미얀마 인권상황 특별보고관이 '한국 군인들이 민주화 운동가를 구타하는 모습이 군부가 양곤 거리에서 시위자들을 잔인하게 구타하는 사진과 그대로 닮았다'고 했다는 말을 전했다.
전은경 활동가는 정부가 미얀마 대사를 앞에 두고 "한국의 우수한 방산물자 수출이 확대되어 세계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며 참담하고 부끄러운 심경을 토로했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는 "최근 군부가 미얀마 동부와 북부의 무수한 마을에 폭격을 가하면서 초토화 작전을 하는 등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며 "지난 3월 초 유엔 인권사무소 발표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에 주택 6만 채가량이 전소됐고, 군부에 의한 방화도 지속되고 있다. 난민만 130여만 명"이라고 미얀마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홍명교 활동가는 무기 홍보 행사에 미얀마 군부 대사를 초대한 것은 "지금 하고 있는 학살도 모자라서 더 많은 학살을 하라고 윤석열 정부가 부추기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기자회견문과 함께 미얀마 민족통합정부 서한을 외교부에 전달했다.
▲ 미얀마 민주화운동 활동가와 한국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미얀마 민주주의 투쟁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을 들고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 5월 2일 무기수출 홍보행사에 참여한 미얀마 대사 사진을 들고 있는 홍명교 활동가 |
▲ 18일 외교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