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이 오르면 이윤도 오른다? 일반적으로 비용이 오르면 이윤은 낮아진다. 특히 경제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높은 상품가격과 임금은 기업 마진을 압박해 이윤을 낮춘다. 그러나 독점시장의 대기업들은 인플레이션 아래에서도 높은 이윤율을 실현하고 있다.
원가 대비 이윤의 비율을 마크업(mark-up)률이라 하고, 판매가격 대비 이윤의 비율을 마진(margin)율이라고 한다. 마크업률은 원가 대비이기 때문에 판매가격 대비인 마진율보다 항상 크다. 어떤 제품의 원가가 800원이고 판매가격이 1,000원이면 이윤은 200원으로 마크업률은 25%(200/800*100)이고 마진율은 20%(200/1000*100)이다. 이때 비용이 200원 상승해서 원가가 1,000원이 됐다면 마크업률(25%)을 유지하기 위해 이윤을 250원으로 인상해 판매가격은 1,250원이 된다. 마진율(20%)을 유지하면 판매가격은 1,200원이 된다.
독점시장의 대기업은 원가가 상승하면 원가 대비 이윤율인 마크업률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격을 잡게 되고 그게 독점가격이 된다. 이와 같은 독점가격으로 2021년과 2022년 인플레이션 상승 속에서도 거의 모든 글로벌 독점대기업은 역대 최대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한국의 경우도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 가전, 금융 등의 부문에서 독점시장을 가진 재벌들은 국내 시장 가격을 인상하며 역대급 매출과 이익을 거뒀다.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마크업 증가’가 2021년 인플레이션의 50% 이상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2021년 인플레이션에 대한 마크업의 큰 기여가 2022년의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의 전조”라고 보았다.(1)
이처럼 최근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을 독점대기업의 독점 가격, 초과이윤 인상에서 찾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이를 케인스주의 경제학자들은 ‘이윤-주도 인플레이션(profit-led inflation)’이라고 부른다. 또한, 대기업의 가격 인상은 코로나19 대응조치와 공급망 교란 등 시장 상황을 악용한 ‘탐욕’에 기초해 있다며, 이를 ‘탐욕 인플레이션’(greed inflation)이라 부르기도 한다. 반면, 미국 연준과 주류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임금인상을 통한 소비수요의 확대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사실상 임금 억제 정책인 금리인하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대기업의 탐욕과 초과이윤이 물가 인상 이끌어
비용 상승 즉 원가 인상 속에 이윤량을 마크업률에 맞춰 올리기 위해서는 여러 시장 조건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격 결정력이 있는 독점대기업이야 하고, 경쟁 기업이 있더라도 이 기업이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인상된 가격만큼 따라 올 상황이나 조건이 돼야 한다. 더불어 시장에서 소비자가 가격 인상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에게 시장 조건을 수용하게 만드는 여러 방편이 등장한다. SNS와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부품 공급이 부족하고 그에 따른 비용 인상이 발생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근거를 심어주는 것이다.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곡물가격지수는 2020년 103에서 2021년 131, 2022년 154로 2년 사이 50%나 상승했다. 이 같은 곡물가격 인상에 대해 한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농산물 수급불안 문제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코로나19 봉쇄 등으로 인한 항만의 적체와 공급망 문제를 지적했는데, 특히 2022년 초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농산물 수급 불안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전쟁 때문에 주요 농업 수출국인 우크라이나 농산물의 수출길이 막혀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니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린다는 발표가 줄을 이었고 실제 가격이 올랐다.
그런데, 최근 기막힌 뉴스가 전해졌다.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과잉공급으로 유럽연합(EU) 관련국 농민들이 농산물을 팔지 못해 농민들이 생계 위협을 겪고 있다는 뉴스였다.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흑해 항구 봉쇄로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에서 수출이 불가해지자 EU는 농산물을 포함한 모든 우크라이나산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중단했다. 그리고 ‘연대의 길’로 명명된 프로젝트를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 2,500만 톤을 EU 회원국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의 중동부 유럽 국가들에 수출했다. 그러나 이 우크라이나 곡물은 다른 EU 국가에도 다 팔지 못할 정도로 과잉 공급됐고 육로를 열어 준 6개 국가의 농산물도 팔리지 않아 적체돼 곡물가가 대폭락했다고 한다.(2)
그런데 그사이, 세계 곡물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4대 기업,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 벙기(Bunge), 카길(Cargill), 루이 드레퓌스(Louis Dreyfus)는 떼돈을 벌어들였다. 세계 식량가격과 곡물가격은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폭등하기 시작했는데, 4대 곡물 메이저들은 2021년에 이익률이 255% 급증해 총 104억 달러(13조 원)를 벌어들였다. 전쟁의 한가운데 있었던 2022년 상반기까지 ADM은 이익이 폭증했던 2021년에 비해서도 영업이익이 100% 상승했고, 카길도 23%나 증가했다.
나아가 식품 제조 회사와 유통업체들 또한 이 같은 농산물 가격 폭등의 영향으로 각각 소비자 가격을 인상했다. 영국 소매업 협회(British Retail Consortium)는 흉작과 설탕 가격 인상이 식품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식품 가격 인상이 농산물 가격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UBS의 수석 경제학자 폴 도너번(Paul Donovan)은 “최근 영국에서 식품 가격은 19.2%나 상승했는데, 이 인플레이션은 농부들의 생산가격과 거의 관련이 없다”며, 식품 회사와 유통업체가 소비자 가격을 인상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 소매업협회가 최근 몇 달 동안 소비자 우유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50%나 인상된 것은 숨겼다”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영국 식료품 시장 유통의 43%를 점유하고 있는 테스코(TESCO)와 세인스베리(Sainsbury)는 올해 다시 큰 수익을 올릴 예정이다. 테스코는 올해 수익을 최대 25억 파운드(4조 1천억 원)로 예상했으며, 세인스베리는 7억 파운드(1조 1천억 원)에 달하리라 전망했다. 이런 탐욕 인플레이션에 대해 이제 케인스주의 진영을 넘어 주류에서도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앞서 UBS의 수석 경제학자 폴 도너번은 물론이고 소시에테제네랄(Socie´te´ Ge´ne´rale) 은행의 글로벌 전략가인 앨버트 에드워즈(Albert Edwards)도 미국, 영국과 같은 선진국의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윤을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하기 위해 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원자재 가격 상승의 ‘변명’으로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에드워즈는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이 발표한 데이터를 인용하며 2022년 4/4분기 비용 대비 기업의 이익률(마크업률)이 여전히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하며, 이익률이 급감하리라 전망했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반문했다.(3)
결국 이들은 금리 인상보다는 임금인상, 독점가격 통제를 통해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 경제학자들은(Isabella Weber와 Evan Wasner) 팬데믹 기간 기업들이 소위 ‘바가지요금’에 연루된 것을 발견했다. 두 경제학자는 “이런 판매자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수 있지만 특정 조건에서 자생적인 인플레이션 소용돌이로 전반적인 가격 상승을 일으킨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일시적인 가격 통제가 이 바가지요금의 결과로 올 수 있는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방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4)
가격통제, 일시적인 미봉책
확실히 중국과 비교하면 가격통제는 인플레이션 대책으로 효과가 있다. 필자도 가격통제를 인플레이션의 단기 대책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의 물가상승률은 2020년 초엔 5% 넘게 치솟았지만 이후 급락해 미국과 유럽이 인플레이션으로 시달리던 시기에도 2%대 이하로 유지됐다. 이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의 결과라고 할 수도 있으나 중국이 봉쇄에서 벗어나 리오프닝한 2022년 12월 이후에도 현재까지 중국의 물가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생산자 물가(PPI)는 높았으나 소비자 물가(CPI)가 낮게 유지된 점을 보면, 중국 정부의 가격안정화 정책이 적절히 유지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가격통제가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보다 원활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케인스주의 진영의 인플레이션 원인 분석과 대처방안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현상적으로 독점대기업의 독점가격, 초과이윤의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이끌고 있지만 이것이 근본 원인은 아니다. 가격통제는 치료제라기보다는 일종의 대증요법과 같다. 당장 가격통제로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거나 진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1970년대처럼 오일 쇼크 등 세계 경제의 조건변화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다시 큰 폭으로 반복할 수 있다. 경기침체와 같이 다른 문제로 ‘전이’될 수도 있다.
가격통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기업의 ‘탐욕’으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는 말과 같다. 탐욕으로는 경기 침체로 가는 상황에서도 가격을 내리는 것보다 생산량을 더 줄이는 것에 치중(감산과 구조조정)해 스스로 스태그플레이션(인플레이션+경기침체)으로 몰아가는 독점자본의 대응을 설명할 수가 없다. 이것도 탐욕인가?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대책으로 가격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가격통제가 가져오는 효과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도 물가상승률이 치솟자, 주요 소비재에 대한 가격통제를 (소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핵심 물가 관리를 가격통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에 맡겨 두면 물가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애초 글로벌 시장을 분점한 대자본 주도의 국가독점자본주의와 중국과 같이 국가 우위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물가(대응)는 현실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며 가격통제 효과도 다르게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는 전기 등 에너지 요금과 공공요금의 동결, 시중 금리 인하, 석유류 도매가 공개 및 유류세 인하, 주류(세) 및 식료품 가격 동결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정책은 중국에 비해 간접적일 뿐만 아니라 개별 독점자본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 측면에서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약하다. 그만큼 정책효과도 강력하지 못하고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도 상이할 수밖에 없다.
애초 인플레이션도 국가별 국가독점자본주의의 특성에 따라 많은 부문에서 차이를 보였다. 미국, 유럽 등 독점자본 우위의 국가에서는 훨씬 더 많은 영역에서 물가 상승이 나타나고 있고, 국가 주도의 국가에서는 인플레이션의 범위와 강도가 상대적으로 작고 약하다. 마찬가지로 가격통제 등 정책효과도 국가독점자본주의의 국가별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문제는 탐욕이 아니라 국가독점자본주의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대기업 탐욕의 결과도 아니며, 통화주의의 주장처럼 은행의 개입이나 유동성 증가가 원인인 것도 아니다. 지난 1년 넘게 한국과 전 세계가 고질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치솟는 비용은 독점대기업이 기록적인 이윤을 긁어모으는 것을 막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와 시장이 이를 구조적으로 보장해 주었다. 인플레이션은 독점대기업들이 중소자본을 수탈하고 독점시장에서 독점이윤을 수취하는 한 방식이자 조건이 됐다. 시장의 조건, 제도적 환경, 수요와 공급, 국가의 정책 등 모든 시장 내외의 조건이 독점대기업이 독점가격을 형성해 독점이윤을 수취할 수 있도록 변화했고, 인플레이션은 그런 시장 조건을 더욱 확실하게 드러내고 유지했을 뿐이다.
국가독점자본주의의 개별 국가별 특성에 따라, 독점자본의 독점가격 형성 조건에 따라 인플레이션은 차별적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인플레이션은 국가독점자본주의가 야기한 모순이다. 이는 노동자의 현재 수익인 임금과 임금 자산은 물론 금융화(=부채화)를 통해 미래 수익까지 수탈하는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의 한 단면이다. 더불어 국민자산의 수탈인 민영화를 통해 독점이윤을 수취했던 신자유주의적 수탈의 변형된 형태이다. 공급망과 세계시장 재편, 기후 위기 대응 산업전환의 경우도 철저하게 국가에 의해 자국 독점자본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글로벌 산업독점을 위해 이뤄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연속해서 이어질 경기침체 국면에서도 독점자본이 부담해야 할 위기 부담을 국가개입으로 노동자와 서민, 민중과 중·소규모 자본에 ‘전가’하는 것으로 수탈을 대신한다. 그러므로 현재의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위기), 산업재편 등은 현대 국가독점자본주의가 야기하는 여러 문제적 현상 중 하나이며, 국가독점자본주의의 고유 모순이 발현한 형태다.
오늘 같은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에서 인플레이션 대책으로 가격통제가 필요하다 하더라도 이는 감기약과 같은 대증요법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므로 가격통제는 국가독점자본주의에 대한 대응, 구체적으로는 한국경제의 민주적 구조개혁 및 독점대기업의 사회화와 결합해야 하고 그 일환으로 제기돼야 한다. 가격통제는 이윤의 통제를 의미하므로 독점이윤의 사회화가 제기돼야 할 시점이다.
<각주>
(1) How Much Have Record Corporate Profits Contributed to Recent Inflation?, ECONOMIC REVIEW, FIRST QUARTER 2023.
(2) https://www.emerics.org:446/issueDetail.es?brdctsNo=345313&mid=a10200000000&systemcode=07
(3) https://insight-public.sgmarkets.com/alternative-view/are-record-margins-greedflation-or-just-plain-price-gouging
(4) https://scholarworks.umass.edu/econ_workingpaper/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