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책자 |
《워커스》는 네 팀의 디자이너가 돌아가며 작업을 하고 있기에 계절에 한 번 마감이 온다. 편집부의 전화를 받으면 ‘아, 여름이 왔구나, 겨울이 가는구나’ 이렇게 느끼곤 한다. 이번 100호의 연락을 받고 나서 창간쯤이 떠올랐다. 첫 회의를 했을 때는 추운 겨울이었지, 광화문이었어, 그리고 창간호도 3월에 나왔었는데. 봄 기분을 내보려고 2호의 표지를 분홍색으로 디자인했던 것도 생각났다. 물론 ‘테러에는 색깔이 있다’라는 표제와 ‘꽃 피는 봄이 오면 조선소에는 어둠이 깔린다’라는 기사 제목을 의식한 선택이기도 했다.
2015년 겨울 이후로 매번 무사 무탈하게 마감을 나는 것이 목표였다. 초반 몇 년간 인쇄소 데드라인도 못 맞추는 요주의 인물이었던 터라, 일단 인쇄소에 죄송할 일을 안 만드는 것이 큰 목표였고 여전히 그렇다. 《워커스》와 관계된 모든 노동자가 법정 노동 시간 내에서 노동하고, 그들 모두 ‘저녁이 있는 삶’을 보내길 바란다. 그리고 디자이너 또한 그런 노동자임을 잊지 않고 싶다.
작년 말, 어느 인터넷 게시판에 ‘디자이너는 노조 없어?’라는 질문과 ‘바빠서 노조 할 시간 없음’이란 답변이 달린 것을 보았다. 나 역시 ‘바빠서’ 그 게시글에 댓글 하나 달 수 없었다. 내가 《워커스》 작업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저 질문조차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워커스》 작업을 하기에 저런 질문들을 기억할 수 있었다.
《워커스》를 작업하는 지난 7년간 대한민국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그랬다. 때로는 내 차례에 부디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들이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던가, 전쟁과 참사를 전하는 소식이라던가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런 바람은 대체로 잘 이루어지지 않는 편이다. 전쟁이나 참사의 기사는 언제나 어렵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탄핵 국면의 복잡다단한 대통령 비선의 관계도는 말할 것도 없었다. 문어발 같으면서 양파 같은 그 관계들을 2차원의 지면에 담는다는 건 여전히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런 걸 그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워커스》가 100호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이들의 고민과 고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냥 즐거워할 수 없는 100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100권의 잡지란 분명 의미가 있다. 그건 정말 기념할 만한 일이고 엄청난 일인 것도 맞다. 2호에 분홍색을 썼던 마음이 기억난다. 이왕이면 밝은 게 좋지 않을까, 봄이잖아.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100호도 무겁지 않게 기뻐했으면 좋겠다, 모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