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참세상 개편 특별 좌담(1)
- 오늘 우리에게 미국은 누구인가

참석자 : 강정구 동국대 교수, 채만수 한노정연 소장, 홍근수 전 향린교회 목사

미디어참세상은 6월 4일(금) 오후 2시부터 개편 특별좌담을 가졌다. "오늘 우리에게 미국은 누구인가"를 주제로 한 이번 좌담에는 유영주 편집장이 사회를 보고 강정구 동국대교수 , 채만수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장, 홍근수 전 향린교회 목사 등이 참석하였다.

좌담은 약 2시간 가량 진행되었으며, 각 주제마다 뚜렷한 쟁점을 남기는 토론이 이루어졌다. 전체적으로는 한반도 지역에 대한 미 제국주의의 전쟁 위협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민족 차원의 공동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미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계급적 성격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민중의 단결만이 전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공감하는 자리가 되었다.

다만 미국과 한-미동맹의 성격, 그리고 노무현정권의 대북정책을 바라보는 시각 등에서는 현격한 인식 차이를 보였다. 다음은 좌담 내용 전문이다.

개편 특별좌담 자리를 만들며
- 미디어참세상 개편특집으로 마련한 "오늘 우리에게 미국은 누구인가" 좌담은 주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점령군으로 이 땅에 들어온 동맹국 미국이 오늘날 우리 민중에게 어떤 존재로 다가오는 지를 짚습니다.

- 외환위기를 틈타 쳐들어온 영미식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초국적자본은 한국 사회 전체를 신자유주의로 재편하였고, 한-미-일 삼각동맹에 기초한 미국의 적대적 대북, 대중 정책은 한반도 전쟁 위기를 상시화하고 있으며, 가깝게는 효순미선의 죽음, 소파 개정, 주한미군 이전, 미사일방어전략, 파병 압력 등의 이슈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 노무현정권은 개혁, 참여정부를 표방하며 할말은 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집권 3-4개월만에 한-미 동맹의 깊은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중운동에 있어 시간이 갈수록 반미 구호조차 실종되는 느낌이며, 파병반대의 치열함도 약해지는 듯 합니다.

- 요동을 치는 세계 질서 재편, 이라크 침략 전쟁의 패배를 눈앞에 둔 미국, 지속되는 한-미동맹체제… 오늘 한국 사회, 한국 민중에게 과연 미국이 누구인지를 속 시원히 이야기 해주시기 바랍니다.


유영주 : 참세상방송국과 another0415가 통합하며 민중언론의 본격적인 길을 가려고 합니다. 오늘은 6월 7일 통합 개편을 앞두고 개편 특별좌담으로 세 분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우선, 전체 주제에 구애받지 말고, 평소 미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로 말문을 열어보겠습니다.

홍근수 :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무장해제를 목적으로 남으로 진주했는데 그것이 남북분단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미국하고 소련하고는 입장이 달랐습니다. 소련군은 점령군으로 왔다기보다는 일본의 무장해제와 조선민족의 해방을 돕는다는 자세였고, 미국은 완전히 점령군으로 왔지요. 점령군에게 저항하고 반항하면 쏜다고 위협을 했습니다. 중앙청에 일장기 내리면서 태극기가 아니라 성조기를 게양했어요. 그런 점으로 봐서 미군은 한반도를 점령하러 왔다는 것이 명백합니다. 당시 한국인들은 그것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해방군이 왔다고 환영한 것 같습니다. 미군은 한국인을 대할 때 점령지 국민으로 대했지 민족해방이나 그런 것은 생각지 않았습니다. 한국군은 미군을 해방군으로 여긴 점이 다른 것이죠.

채만수 : 제가 운동 시작한 게 60년대 말이니까. 40년 좀 못되었는데요, 당시 시작하면서 가진 문제의식 중 하나가 미국이라는 문제를 국내에서 사회적으로 의제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당시 운동하는 사람 사이에 그런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그 정도로는 안 되고, 반미운동이 불타오르고, 미국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 보다 대중적으로 파헤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학생들이 성명서 쓸 때 외세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 대해 저는 상당히 동의하기 어려웠거든요. 명백히 제국주의라는 개념으로 파악되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아직도 미국을 단순한 외세, 반미로 파악하는, 제국주의로 파악하지 못 하는 점에서는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강정구 : 두 분 말씀에 동의합니다. 과거 역사에 있어 미국은 분단과 전쟁의 기원이었습니다. 미국이 45년 8월에 조선사람 어느 누구하고도 상의 없이 38선을 맘대로 긋고, 8월 14일 소련에 일방 통보하고 15일 집행을 했거든요. 미국이 없었다면 과연 그런 지리적 분단이 있었을까요? 소련은 그런 계획이 없었고 우리 민족 내부도 그런 계획이 없었거든요. 바로 여기서 분단의 기원을 알 수 있죠. 미국이 없었다면 전쟁은 안 일어났을 테고, 6.25가 일어났다 해도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비극은 없었겠죠. 아마 한 달 안에 통일이 되었을 테고 큰 불상사는 없었을 것입니다. 전투는 간단하게 끝났을 겁니다. 지금은 민족적 핵심 과제가 평화와 통일인데 탈냉전 이후 미국은 이 땅에서 무려 여섯 번의 전쟁 위기를 만들었어요. 94년 6월에는 미국방장관 말로도 기적이었다고 해요. 한반도전쟁 위기의 주범이고, 통일을 가로막는 주범이고, 평택기지 이전을 하면서 미군의 해외기지를 전부 신속기동대응군으로 바꾸는데 한국에 있는 미군기지가 가장 중추적 기지가 된다는 겁니다. 그 말은 이제 미국의 존재가 우리에게 한반도 영역에 머물지 않고, 미국의 세계 침략 전쟁의 발판으로 한국을 활용하는 엄청난 움직임을 보인다는 말입니다.

유영주 : 한국전쟁도 미국이 일차적 원인이었고, 미국이 없었으면 전쟁이 오래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침략을 외세로 파악하기보다는 제국주의의 성격을 갖는다는 요지의 말씀인데요, 그렇다면 좌담 본 내용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90년대 초 냉전 질서 해체 이후 미국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채만수 : 냉전 이후라는 건 소련을 위시한 동맹국이 20세기 사회주의 붕괴 이후를 말하는 건데, 우선 소련이라는 나라가 어떤 역할을 했나를 알아야 합니다. 소련의 존재는 미국으로 하여금 지금같이 무모한 침략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정한 억제력이었습니다. 그 부분이 짚어져야 하고요, 미국은 단순히 군사력, 경제력 차원 뿐만 아니라 엄청난 세계적 규모의 선전기구고 이데올로기 조작 기구라는 점을 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프간의 경우 78년 소련군의 아프간 침공 때 세계의 대부분의 좌파들도 이걸 소련의 침략이라고 받아들였다는 거죠. 역사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프간에 소련이 진군한 건 소련의 침략이 아니라, 아프간 4월 혁명의 진행 속에서 반혁명에 대한 아프간의 요청에 의한 거였어요. 이런 부분들이 미국에 의해 왜곡된 겁니다. 이번 이라크 침략 과정에서도 아프간이나 이라크 침략하는 것이 전반적인 세계 패권 전략이고, 가스 석유 자원 관련된 건 다 아는 이야긴데, 침략할 때 후세인 정부는 독재정부다, 미국이 들어가면 수니파는 저항할지 몰라고 시아파는 꽃들고 환영할 거라는 식으로 선전하지 않았어요? 이런 선전은 우리 사회 진보세력에게도 마구 먹혀 들어가고 있죠. 이라크의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의 종교적 갈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제국주의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는 20세기 초부터 공동의 보조를 맞춰오고 있었다는 겁니다. 미국의 행위를 정확히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데올로기적으로 당하는 것도 청산하는 것이 세계 정세를 바라보는 출발점이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홍근수 : 미국이 왜 냉전 이후에도 전쟁을 계속하는가 문제인데요, 그건 간단해요. 미국이 제국주의라서 그런 겁니다. 미국이란 데는 일정하게 경제적인 부가 축적되어서 산업자본이 전쟁자본의 압력을 받아서 제국주의화 될 수밖에 없어요. 제국주의가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출구가 전쟁밖에 없다는 겁니다. 소련 연방이 망하기 전에는 전쟁 억제 기능이 있었는데, 망하고 나니 미국은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제가 충격을 받은 건 어느 날 미국 보스턴공원에서 산책하다가 공원 가운데에 있는 전몰비를 보면서인데요, 미국이 40년대 이후에는 10년마다 세계적인 규모의 전쟁을 일으켰는데, 90년대 이후에는 10년도 아니고 몇 년마다 한번씩, 그 기간이 단축된 걸 보았습니다. 평화라는 말은 가장 많이 하는 나라가 실제로는 전쟁을 가장 많이 해왔거든요.

유영주 : 냉전 이후 빈도가 많아지고 주기가 짧아지는 것을 지적해 주셨는데요,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해서는 미국의 군수독점자본의 영향도 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채만수 선생님이 좀 언급해주시겠습니까?

채만수 : 이번에 아프간이나 이라크도 그렇고, 이미 91년 아버지 부시가 시작한 이후 계속되어온 문제인데요, 직접적 관련은 석유 문제죠. 군산복합체의 이해와 석유재벌의 이해가 서로 맞아떨어지는 거예요. 미국의 석유 재벌들이 에너지 자원을 확보한다는 것과 군수자본이 재정을 얻는 게 맞아떨어지는 것이죠. 너무나 뻔한 이야기 아니겠어요?

유영주 : 강정구 선생님은 평소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많은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전쟁위협 문제, 전쟁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강정구 : 냉전이 법적으로 해소된 건 아니죠. 소련이 망하니 미국의 독무대가 된 것입니다. 탈냉전 이후 바르샤바 조약은 해체되었지만 나토조약은 점점 더 확대되어왔어요. 한 쪽이 망하고 한 쪽이 세져서 단일패권주의가 형성되니 걸리는 게 없는 것입니다. 수 틀리면 무조건 전쟁을 하겠다 라는 것이고,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겁니다. 세계적으로 탈이데올로기적, 탈냉전이 되었지만 한반도는 탈냉전도 아니고 극냉전으로 가고 있어요. 우리가 휴전 53년이고 탈냉전을 89년으로 본다면 36년 동안 전쟁위기를 세 번 겪었거든요. 그런데 89년 말부터 2003년까지는 무려 여섯 번의 전쟁 위기가 있었어요. 14-5년 사이에 냉전 기간보다 2배 많은 전쟁 위기가 있었어요. 미국이 탈냉전 이후에도 얼마나 황야의 무법자가 된 건지 명백하지 않아요? 지금 핵문제가 해결되어도 앞으로 한반도가 장기적으로 전쟁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어요. 이라크 전쟁은 전선이 있는 전쟁이 아닙니다. 옛날에는 전선 위주의 전쟁이었다면 지금은 정권 자체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중심부 전쟁을 하는 거죠. 북한과 전쟁이 일어나면 휴전선 중심이 아니라 바로 평양으로 미사일 공격이 갑니다. 옛날에는 밀고 당기다 휴전 협상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의 막가파식 패권주의를 견제할 세력들이 나와야만, 지구촌 평화를 위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채만수 : 소련 버금가는 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인데, 사실상 현실성이 없습니다. 작년 이라크 전쟁 관련해서는 미국이 종전을 선언했는데, 그것은 미국의 승리가 아니고 미 제국주의가 마지막 사양길로 들어가는 고비를 의미합니다. 이라크가 중동에 집착할수록 아랍 지역에 심어둔 친미세력이 위태로워지고 광범위한 민족, 민중의 저항에 의해 무너지면서 지역 전체가 반미로 되는, 따라서 미국은 더 수렁에 빠져들고, 그러면서 제국주의가 사양길로 접어드는 고비가 이라크 전쟁이 아닌가 싶어요. 미국에 저항하는 세력은 국가가 아니라 세계 인민의 저항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유영주 : 부시 등장 이후 신국가안보전략에 대해 짚어주셨고, 전 세계 인민의 저항이 중요하다는 점과,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고는 있지만 승리가 아닌 패배로 가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는데요, 두 번째 주제는 좀 다른 각도에서 미국을 좀 살펴봤으면 합니다. 1995년 WTO 출범 이후 다자간 무역협상 질서가 만들어지는데, 민족과 국가를 넘어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자본간의 협상인 WTO에서도 역시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WTO 이후 미국이 어떤 역할과 기능을 했는지, 그리고 최근 세계질서가 지역블록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요, 지난 5월 EU 확대가 그렇고, 2005년부터는 FTAA가 발효될 예정이고, 한국에서도 한중일 논의라든가, 아세안과의 협상 등 아시아 지역 지역블록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흐름에서 미국의 패권 전략이 어떠한지를 짚어보겠습니다.

채만수 : WTO가 출범할 때 미국이 중심적 역할을 했다는 건 사실 역사적으로는 아이러니한 거예요. 2차대전 후에 사회경제질서를 구축할 때 초기 IMF와 세계은행, GATT 등이 있었는데, GATT보다는 ITO가 성립할 뻔 했어요. 그게 미 의회의 거부로 GATT로 갔던 거거든요, WTO라는 건 사실은 미국 베이스의 다국적 기업들에게 기회를 주는 거거든요. 그만큼 미국 뿐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에서 독점자본의 거대화와 안정을 위해 시행했던 자본의 규제였는데, 그 자체를 막무가내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이런 상황이 신자유주의고 WTO라는 거죠. WTO에서 재미있는 것으로 지적재산권 문제가 있는데요, 지적재산권으로 보호되는 대부분 것들이 상품인데, 동시에 지적재산권은 상품이 아니에요. 마이크로소프트윈도우즈는 상품이지만 실제로 상품이 될 수 없는 것이거든요.

강정구 : 아까 우리가 미국 이야기 할 때 주로 군사적 측면을 이야기하니까 제국주의가 금방 드러나는 것 같은데 사실 WTO,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게 신제국주의의 형태지요. 재미있는 건 중국이나 북쪽은 세계화나 지구화란 말보다 일체화란 말을 씁니다. 미국 기준으로 모든 걸 일체화하려는 신제국주의적 경향입니다. 채만수 선생님 말씀처럼 지적재산권 같은 경우도 탈상품 공공재죠. 옛날에는 전혀 상품화 될 수 없는데 상품으로 만들어서 미국의 자본에 복무하는, 막가파식 전쟁처럼 경제분야에서 상품이 되지도 않았던 걸 상품으로 만들어서 자기들의 일방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니까 제국주의의 전형적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WTO라는 게 국경을 초월해서 세계가 단일시장으로 가야 된다는 게 신자유주의 지향이라 보는데 그런 과정에서 지역블록화, 경제블록화 경우에 왜 그렇게 되느냐를 봐야 할 것 같아요. 제 생각에 세계 전체를 한꺼번에 단일 시장화하기에는 저항이 만만치가 않으니까, 지역블록을 해체해서 세계 단일시장으로 만들려는 원대한 계획을 들고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가정을 해봅니다.

채만수 : 강정구 선생님의 그 가정에는 동의하기 어려운데요, 지금의 지역블록화는 1930년대 블록경제화와는 다릅니다. 그 당시는 팍스브리타니카 해체 후에 상호간 대립적인 커다란 틀이 없는 자체 블록화였는데, 지금은 WTO나 IMF 등 미국 패권 하에서 전반적으로 벌어지는 세계화를 보완하는 지역블록화거든요. 그런데 그 보완의 의미가 세계화 틀 속에서라는 뜻이지 민중의 저항에 부딪히니까 단계적으로 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독점자본이란 게 공동의 이익을 위해 반노동자적 정책을 밀고 나가는 거지만 동시에 독점자본과 독점자본간의 대립 갈등 경쟁이 있잖아요? 자본주의는 민족국가 단위이므로 자기한테 베이스를 둔 독점자본을 지원하게 되는 거죠. 지역블록화는 새로운 패권화 속에서 자본간의 대립과 경쟁의 양상으로 진행되는 겁니다. 단계적인 게 아니라 미국이 워낙 세니까 그 틀 속에서 경쟁과 대립으로 진행되는 거라 할 수 있죠.

강정구 : 궁극적으로 지역블록화가 되면 타 지역보다는 FTA 조건이라든지 어쨌든 지역블록과 지역블록은 WTO나 자유무역에 걸림돌이 조금은 있는 것 아니에요? 궁극적으로는 신자유주의나 WTO마저도 해체시키는 게 궁극적 목표잖아요. 세계시장으로 단일화하려는 것…

채만수 : 그렇게 해서 가는데, 블록화하는 건 과도적인 게 아니고, 현재 조건 속에서 내가 저들보다 유리한 조건이 뭐냐, 그게 자기 지역화라는 거죠. 자기 지역에서는 타 지역에 베이스를 둔 자본보다 보다 좋은 조건을 만들고. 전체가 아닌 자기 이익을 타진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유영주 : 지역블록화는 개별국가간 FTA 흐름과도 맞물려 있는데요, 지역이 아시아, 유럽, 전미 등 크게 세 개 지역블록화라 했을 때, 영미에 있어 프랑스 독일 제국주의 세력과의 대립 경쟁 구도라든가,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신흥 강대국과의 대립도 있을 것 같은데, 이른바 강대국간의 대립과 경쟁의 측면에서 보면 어떨까요?

홍근수 : 미국의 냉전 체제 이후, 중국이 소련을 대신해서 떠오른다고 보는데요, 미국은 지는 해고 중국은 떠오르는 해입니다. 중국이 20년 정도 후면 미국을 능가하는 패권국가가 된다는 이야기는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미군이 평택 이전하는 주 목적은 중국을 포위하는데 있습니다. 이것은 중국이 강성해져서 미국보다 강한 국가가 되기 전에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서울의 용산 기지도 평택으로 옮기고 주한미군은 평택으로 집결해서 그것이 중국을 포위하는 일환으로 하지 않았냐는 거죠. 기동타격대 성격으로 주한미군은 어디든지 간다는 거고, 땅 거져 주고 돈 주고 미국이 하기 좋게 하지 않나 싶은데, 소련이 무너졌지만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고, 대안세력으로 떠오르고 있고, 사회주의 국가가 몇 안 남았지만 북한이 논리적으로 미국에 저항하니까 미국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라고 봅니다

채만수 : 중국이 강대국으로 성장해 간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데요, 문제는 중국이 과거 소련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거죠. 왜냐면 소련은 미국의 자본순환 서클 내가 아닌 외부에 있었지만 중국은 자본주의 서클에 편입되어 있어요. 중국이 경제성장을 해도 미국의 하위로밖에 존재할 수 없는 위치인 거죠. 60년대 이후 일본 경제가 급성장했지만 미국과는 대항 국가가 되지 못했어요. 중국도 그렇게 가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강정구 : 세계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미국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전제 하에 그런 논리가 가능한데, 앞으로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가 생기면 미국을 능가하는 블록이 형성됩니다. 중국의 구매력 기준 GNI는 미국 바로 다음이에요. 이게 2025년, 2030년 되면 미국을 능가할 것이고, 중국이 브라질 인도 러시아와 연합전선을 펴면 미국이 자본주의 세계경제체제를 완전히 지배하는 게 깨지는 거죠. 옛날 같은 극단적 구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말이죠. 우리가 우려할 바는 동북아에서의 미국의 패권주의와 중국의 중화민족주의가 충돌할 가능성의 문제입니다. '비전2020'을 보면 21세기 가장 큰 전쟁은 중국과의 전쟁이다 라고 합니다. 전쟁까지는 아니라 해도 신냉전 상태로 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우리의 행보가 중요하죠. 우리가 그때까지 부분통일도 안 되면 미소냉전 때 통일이 불가능했듯이 그때도 통일은 물 건너갑니다. 한반도는 끊임없는 전쟁위기에 휩싸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를 예의주시 하면서 동북아협력체제를 가져가야 합니다. 노무현정부가 엊그제 평화법령위원회를 만들었는데, 구상은 참 좋은 것 같은데 대미 정책을 보면 그 구상을 실현시킬 발판이 엉뚱하게 가고 있어 안타까워요.

유영주 : 계속해서 미국의 대북, 대중정책, 한-미-일 삼각동맹 문제와 6자회담의 흐름과 전망, 그리고 주한미군 전력 재배치 배경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홍근수 : 문제는 용산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옮긴다는 데서 시작되는데, 단순히 평택 이전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면 주한미군 삭감한다는 발표도 있었고, 이태리, 온두라스, 스페인도 파병을 철회하는데 미국이 상당히 당황한 듯 합니다. 결국 주한미군 5천을 그쪽으로 뺀다는 결정인데요, 그렇게되면 주한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건 한미상호안보조약 동맹조약에 의해 존재하는데, 그건 한반도 전쟁을 막고 한반도 안전을 도모하는 게 목적이잖아요. 남이 북보다 전쟁 능력 우세하지 않느냐를 증명하는 셈이죠. 주한미군 3-5천을 뺀다는 건 그렇게 해도 지장이 없다는 거 아니겠어요? 더군다나 평택으로 가서 한반도 전쟁 방지를 한다면, 동북아기동타격대로 기능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주한미군의 성격이 바뀌므로 한-미동맹도 문제가 됩니다

강정구 : 지난 주 국무총리실 주한미군특별대책팀이 구성되었는데 단장이 차관급이더라고요. 외교부국방부, NSC, 총리실, 기자, 대북관계 학자 25명 등이 워크샵을 했는데, 제가 단장한테 물어보니 주한미군이 이미 60년 주둔했다. 평택 이전하려 하는데 미국방보위담당자가 최소 50년 이상 주둔할 생각으로 기지 만들겠다고 한다는 거예요. 이 말대로라면 50년 더 머문다는 건데 110년을 머무는 셈이죠. 평택기지는 전략 중추기지하고 주요 전략기지 mob, pph 중간 사이에 둔다는 건 거의 영구 주둔한다는 겁니다. 당신들이 과연 주한미군이 필요한 것이냐, 한미조약 문제제기를 해봤느냐 물어도 답이 없어요. 한 번도 상호방위조약에 대한 전면 재검토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어떻게 하면 부안 사태같은 거 일어나는 걸 막아서 평택에 효율적으로 무리없이 이전을 하는가에만 관심을 갖는 거죠. 이게 우리 정부 당국자나 한국사의 조중동 등 주류의 인식이라는 겁니다.

홍근수 : 88년쯤 라디오를 들었는데, 8군사령관이 교체되면서 연병장 모아놓고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미군이 한국에서 고생한 이유 세 가지를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1. 대한민국 주권을 옹호하고, 2.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하고, 3. 공산군 남침을 억제키 위해, 자유 전선을 지키기 위해 있는다, 항상 기억하라 라고 하더군요. 이것이 전통적으로 주한미군 존재 이유인데요, 조약에도 그렇고. 그런데 평택으로 옮기면서 모든 게 달라지는데 이들 말로도 동북아기동타격대로 세계 분쟁지역에 나간다, 이거는 작전권이 미국에 있고 전시 상황 만들면 미군의 지휘를 받으니까 한국군도 참여할 수밖에 없게 되요.

강정구 : 미국의 신군사전략 자체가 동맹국들하고 미군이 연합작전 하는 걸로 개편시킨다고 되어 있어요. 이건 미군의 장기적 포석은 한국군을 미군의 하위부대로 포섭하겠다는 거고, 국민 반발에 부딪쳐 공식적으로 안 한다 해도 실질적으로는 하게 되는 방향으로 가게 되어있죠.

채만수 : 강정구 선생님께 질문을 하나 드리겠는데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문제의식이 없다라고 개탄하셨잖아요? 그들은 왜 문제의식조차 없을까요?

강정구 : 우리 사회 주류가 자발적 노예주의에 빠져있어서 그런 거죠. 100년 가까이 그랬어요. 친일청산 했으면 박관용, 이회창이가 어떻게 대통령 후보에 나오겠어요. 일제 치하에서 노예짓 했던 사람이 다시 친미노예가 되어 100년 동안 노예 노릇하니까 자기 자신이 노예인지도 의식하지 못하는 거죠. 그 정도로 완전히 맹목적, 자발적 노예 근성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한국사회 주류입니다. 특히 국방부 외교부 고위관리들은 전혀 주체성이 없어요. 우리 민족 한반도가 중심 아니라 미국 중심으로 봐요. 그러니 주한미군 관한 한 무조건 있어야하는 상수로 봅니다. 거기서 헤어나지 못 하는 게 조중동을 비롯한 주류 국방부 관료들이고.

채만수 : 중요한 말씀입니다. 그런데 자발적 노예라 규정하는 건 문제입니다. 그들은 자발적 노예가 아니고 제국주의 문제, 즉 계급이란 패러다임으로 봐야합니다. 그들과 이해를 같이 하는 집단인 거죠. 그들의 이익은 미국이나 일본의 독점자본과 같은 이해를 가지고 있고, 이 땅의 노동자 민중과는 대립되어 있는 거죠. 그렇게 보지 않으면 이 문제를 풀 길이 없어요. 노무현대통령은 한-미동맹 사슬을 못 끊는 게 아니라 끊을 수가 없는 거예요. 노무현이 못 끊는 건 계급적으로 그렇기 때문이에요. 끊을 사람은 노동자 민중뿐입니다.

강정구 : 계급환원론 같은데요, 그런 점이 없는 건 아닌데, 지배계급이라 해서 모두가 초국적자본에 예속되는 그런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라고 보는 것은 한국사나 세계사에서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현대만 하더라도 현대가 금강산 사업하는 것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상대적 자율성을 가지고 미국의 이해 관계에서 벗어나서 할 수 있는 여지는 있고, 그렇게 역사를 봐야만 희망이 있는 것이지, 모든 게 초국적금융자본에 의해 지배당한다고만 보면 희망 없는 세상 아니겠어요? 그게 사실이라면 왜 한국만이 이러냐,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지 않으냐, 환원시키는 듯한 해석은 지나치지 않느냐 그런 느낌을 받아요.

채만수 : 현대 자본이 상대적 자율성을 가진다고 하는데, 그러나 이것은 의미있는 것 같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왜냐면 본래 지리적, 역사적으로 우리는 미국과 떨어져 있어요. 그것은 모든 집단이 가장 철저히 똘마니 했던 박정희조차도 상대적 자율성은 가지고 있는 거예요. 큰 틀에서 그들의 전략 속에서 놀아난다는 거죠. 현대도 미국의 한반도 전략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합니다. 한국에서는 잔챙이 자본이야 맘대로 할거고 대자본도 특정 개인이 주관적으로는 미국 편 아니야 할 수 있지만, 자본으로는 그 안에서 돌아간다 이거고, 희망은 오히려 거기에 있다 이거죠. 저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집단이 아니란 걸 확인해야 노동자 민중이 자기 행보를 하게 되는 거 아니겠어요?

홍근수 : 계급환원론에는 문제가 있어요. 미국의 강대국이란 점에서 억압 민족의 개념으로 보면 민족이 먼저 해방이 되어야 합니다. 민족이 해방되어야 그 안에 노동자가 있고 민중이 해방이 되는 거지, 민족 자체가 억압받는다면 기득권자도 미국의 노예가 아니냐 말입니다. 계급론으로 설명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렇다고 민족주의로 환원할 건 아니지만, 우리가 우선 해방을 받자, 그래야 계급해방도 따라온다는 말입니다.

채만수 : 홍근수 목사님이 거꾸로 생각하시는 게 뭐냐면 민족이란 것은 발생부터 자본과 함께 가는 거죠. 민족이 해방되어야 자본도 해방되는 거 아니냐 라는 말씀인데 그렇지 않아요. 한국 자본들은 미국에 예속된 상태로 독점자본으로 존재하고 있어요.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독립하면 이들은 존재 못 해요. 앞으로 우리 해방 과정이 그런 과정인 거죠.

강정구 : 그건 지나친 것 같아요. 민족주의가 자본과 함께 출발했다는 건 서양의 근대민족주의 개념이지 동양은 중앙집권국가 탄생이 서양과 비교 안 되게 앞서 있고, 동양에는 전근대 민족주의가 있었으므로 자본 이후의 민족주의는 우리 얘기가 아닙니다.

채만수 : 고약한 말씀인데,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예속에서 벗어나고도 한국을 지배하는 토착 자본들이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해방될 것 같아요?

강정구 : 삼성, 현대 등이 저쪽과 결합하는 측면과 경쟁하는 측면이 있어요. 독자성 추구하는데 우리 민족적인 견지에서 결합할 여지도 있어요. 그걸 활용해서 어떻게 하면 남북간 평형을 유지하며 평화통일 할지 여지를 둬야지, 무조건 독점자본은 미국에 예속하므로 거기에 희망을 둘 수 없다면, 통일전선이라든지 계급연합이라든지 이런 게 역사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채만수 : 독점자본이 예속되어서가 아니라 민족이라는 개념을 기층적으로 해석할 때 노동자 민중이 예속되어 있기 때문에 그 독점자본이 자본으로 존재하는 겁니다. 우리가 해방되면 그들은 함께 망해요. 그들이 알아요.

홍근수 : 평택 이전을 보니까 한국인들이 미국이 달란 대로 주지, 뭐하러 반대 하냐 하다가도 진실을 알면, 예를 들어 이전비용 부담, 용산 78만평인데 평택은 110만평, 30만평 추가 요구, 정부가 비밀 붙였다가 이야기 흘렸는데 협상이 불리하니까 시민단체 등이 외통부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데요, 독점자본이라도 그건 좀 너무 심하다라는 이야길 해요. 그건 분명히 미국의 자본에 종속된 자본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한국 민족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그 점을 보면 민족이 계급에 앞서는 거 아니냐 이말입니다.

유영주 : 한-미동맹 문제하고, 미국의 군사전략 측면인데, 한-미동맹의 계급적 성격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서 시각 차이가 보입니다. 민족적 측면의 자율성이라든가, 자본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도 민족적 차원의 이익이 될 부분은 활용하자는 이야기 같은데요…

채만수 : 지금 우리 운동이 이 부분을 둘러싸고 분열되어 있어요. 소위 NL에서는 소위 PD를 가리켜 계급환원론자고 민족 문제 불성실하다고 하고, PD쪽도 마찬가지로 냉소적이고 그런데요. 평택 문제를 얘기하면서 자본도 여지가 있다는데, 현재 상황이니까 그렇지 국내에서 계급투쟁이 격화되어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자본이 그럴 것 같으세요? 오히려 더 내주고 와달라 하지 않겠어요?

홍근수 : 미국의 실상을 알면 자본도 그러지 못 할 거라 봐요.

강정구 : 최소한의 합리성도 갖추지 못한 데 대해서는 계급적 입장을 초월해서도 민족적인 대의 속에 결합할 여지는 있다고 봅니다.

유영주 : 그 부분은 일단 이견으로 놔두는 것으로 하고요, 마지막으로 오늘 시점에서 우리가 미국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에서 나아가 미국의 점령을 끊어내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제안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봤으면 합니다.

홍근수 : 채만수 선생님 이야기 중에 노무현은 후보 땐 괜찮았는데 대통령 되니 왜 이러느냐고 한 것 말이에요, 추측하면 노무현이 협박을 당하지 않았겠느냐 싶은데요, 가령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킨다든지, 북보다 남을 먼저 손봐야 한다든지… 그래서 노무현 판단에 핵전쟁 일어나면 안 되니까 전쟁 막는 게 우선이다 해서 비굴해진 게 아니냐 추측합니다. 나는 미국이 어떤지 알고 대응해야 한다 이거예요. 미국은 강자에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합니다. 한국인들을 어린애로 본다는 거죠. 경제적으로 보면 10을 베풀었다 100을 뽑아갔는데, 여전히 우리가 신세졌다는 생각을 가지는 게 문제죠. 우리가 할 말은 하고 그러면 그들도 감히 어쩌지 못할 겁니다. 북이 남한은 벼랑끝 외교라고 하는데 북한이 미국을 더 잘 알고 핸들링 잘 한다고 봅니다. 미국에 대해 한국이 그간 수고했다 나가라 할 수 있는 대통령 나오길 바래요. 비굴하게 나가면 안 되겠다 이거예요. 자기가 죽는 한이 있어도.

강정구 :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첫째, 본질을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있어요. 이걸 아는 것이 미국, 주한미군 문제 해결의 출발이라고 보는데요, 주한미군이 반드시 주둔해야 한다는 불가피론은 세 가지를 전제로 합니다. 첫째, 북한전쟁 위험론, 여섯 번 전쟁 위기를 미국이 도발했습니다. 그리고 남북은 각 한 번씩 서해교전을 했고요. 탈냉전 이후 여덟 번이니까 한반도 전쟁 주범은 북한이 아닌 미국이다 이거죠. 둘째, 남한군 열세론입니다. 이건 전혀 말이 안돼요. 북한 GNP 전체 경제가 삼성 1/2밖에 안 되는 수준이에요. 남한군 열세론은 사기 중에 사기죠. 셋째, 동북아 세력 균형을 위해 통일 이후에도 주둔해야 한다는 건데요, 이것도 사기에요. 정말 동북아 세력 균형을 위해서는 미국이 빠져야 됩니다. 그리고 대만에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데 대만이 독립 선언하면 중국 무력침공은 필연적입니다. 그러면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역구도로 보면 한반도에서도 제2의 청일전쟁이 됩니다. 주한미군이야 말로 하루빨리 이 땅에서 사라져야 우리 평화가 보장되는 겁니다. 막연히 불안해하는 잘못된 의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채만수 : 주한미군 당위론이 사기인데, 미군은 제국주의로서 점령하려 한다는 거예요. 문제는 그들이 나가면 안 된다는 국방부나 보수언론은 왜 그러냐는 거죠.

강정구 : 그건 자기들의 후견인이 사라지니까 국방부는 그들 자체가 줄어들고, 외교부는 친미주의자들인데 그들 사기가 떨어지고, 조중동은 친일친미 그런 기반 있었으니까 그렇고, 거기다 일반인들 경우도 그렇고 무조건 맹목적인 자발적 노예주의 이런 것들이 결합되어야 그런 거죠.

홍근수 : 자본가들도 그런 것 같아요. 북한이 내려온다는… 남한이 우세한데, 정권 사람들은 미군이 나가면 전쟁이 난다, 북한이 온다는 건데. 민족정기가 굽어서 그런 거예요. 친미가 나쁘다는 걸 모르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후대의 역사는 이완용이 나쁘듯 후대에서는 노무현도 김대중 김영삼도 나쁘다 할 것입니다. 한국의 자본가들도 한국인인데요, 실상을 알면 미국이 너무하다고 할 것입니다. 정말 어글리한 문제라고 할 거예요.

유영주 : 한국 상장회사 주식의 40%를 미국이 잠식하고 있거든요, 그런 맥락만으로 보기엔 자본 자체도 미국에 의해 잠식된 측면이 있지 않습니까?

강정구 : 그걸 주한미군 문제랑 연결시킬 필요는 없어요. 해외자본이 빠져나간다? 그럼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두려움인데, 그런 두려움은 절대 가질 필요가 없어요. 자본의 이익과 미국 정부의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에요.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월가는 노무현을 지지했잖아요, 미국 정부는 이회창을 밀었고. 북한 선박까지 나포하면서. 자본은 이데올로기고 뭐고 돈만 되면 갑니다. 주한미군 없고 615 동북아 협력체 가면 한반도 평화로워질 것을 우리만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빠질 리가 없는 거죠. 돈 되는데 왜 빠지겠습니까.

채만수 : 초국적자본을 보는 눈이 완전히 다른 듯합니다. 일반 대중이 그런 의식을 가지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의 이데올로기 조작을 자본이 하니까 놀아나기도 하지만. 자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미국이 은인이죠. 한국 전쟁도 미국이 없었으면 며칠이면 끝났을 겁니다, 사회주의가 됐을 거라는 거죠. 그런 점이 자본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은인이다 라는 거고, 자기들의 이데올로기 선전도구 통해 국보법 등 침묵을 강요해서 만들어낸 거고, 자본의 민족주의성을 보는 건 환상이고 낭만주의라고 생각하거든요. 미국을 볼 때 미국이란 국가, 내셔널리티가 아니라, 우리 사회 속에 미국이 있는 것과 싸움을 가열차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배계급은 미국이 없으면 그들의 지배질서가 불가능한 걸 본능적으로 논리적으로 알고 있는 거죠. 미군이 없으면, 자본은 도망갈 것입니다. 그럼 다른 사회가 되는 겁니다. 그걸 자본이 아는 겁니다.

강정구 : 다른 사회가 된다는 걸 무슨 전제로 하는 소린지 모르겠으나 우리가 통일이 되면 과도기적으로 연방제 거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설사 흡수통일 된다 해도 북한에 의한 사회주의적 통일은 전혀 불가능하다는 걸 누구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자본 입장에서 흡수통일이든 연방제 통일이든 북까지 넓히게 되는데 주한미군이 왜 자본의 발목을 잡느냐. 밀착이 되어 있다 해서 미국 없어지면 못 사는 자본이 한국 자본의 몇 퍼센트나 되겠느냐 라는 겁니다. 그런 자본도 있다는 걸 전제해야 하는데, 이건 세계 모든 자본이 미국의 자본에 예속되어 있는 거죠.

채만수 : 미국에 예속되어 있다는 측면은 미국이란 패권과 자본주의적 질서가 유지되는 한에서만 존재한다는 이야기예요. 연방제 통일 등을 말씀하시는데 미국의 패권이 관철되는 한에서 통용되는 얘기입니다.

강정구 : 남북관계는 그렇지 않았어요. 615 선언이라든지, 북일정상회담이라든지 미국의 사전 협의를 받는 게 아니었습니다.

채만수 : 천만에요.

홍근수 : 일제시대 때 일본이란 외세가 점령할 때, 국공좌우합작이 가능했던 건, 일본이란 적을 없애자, 미국도 결국 자본이고 민중이고 노동자고 합쳐서 이들을 외세라 생각한다면, 카지노 자본주의라 하듯 생산에 투자한 거 별로 없어요. 전쟁이 났다 하면 투자를 뺄 수 있겠으나 그 돈이 다 어디 가겠느냔 말이죠. 계속 투자할 데를 찾는데 한국이 여러 가지로 외자에 대해 유리하게 하니까 다시 투자한다는 거죠. 언제든 빼 갈 수 있어요.

유영주 : 토론이 진행되면서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기본적인 차이가 확인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 침략적 속성에 대해서는 공통된 지적을 하고 있는데요, 이제 이에 맞서나가기 위해 우리 운동의 방향을 어떻게 잡을 건인가의 측면에서 제언 수준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으면 합니다.

채만수 : 오늘 쟁점이 되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미국은 우리 사회에서 단순히 외세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구조화되어 있는 계급적인 것으로 이해해야 되고, 바로 그래서 그들의 피라든가 내셔널리티가 한국이라 하더라도 이 사회의 지배세력은 곧 미국인 겁니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 민중이 반미 반제 대응해야 가능하지 그렇지 않으면 불가능한 겁니다. 다만 중국 문제 관해서는 2030년 되면 중국이 강대국 된다 하셨는데 그 부분에서 고려되지 않은 것은 자본주의 세계 경제 자체가 깊이 빠져 들어가고 있는 전반적인 위기의 문제입니다. 이게 2030년이 될 지, 2015년이 될 지, 내일이 될지 모르지만, 자본주의 자체가 과거하고는 판이하게 다르게 전개되고 갈수록 위기에 빠져들게 되면서 한쪽에서는 제국주의 전쟁, 거기에 대한 투쟁이 강화되는데 이 부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라는 거예요. 그건 계급 패러다임이 아니면 혼란 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홍근수 : 지난 529 때 평택에 갔는데요, 5천명 올 것이다 얘기했지만 3천 정도 온 거 같아요. 그걸 보면서 평택으로 이전하겠구나 생각했어요. 미국이란 실체를 알면 한국인들이 긴장을 풀고 있지 않았을 텐데요. 자본이나 노동자 할 것 없이 미국의 제 모습을 알면 가만히 있진 않을 겁니다. 좌우가 합작해서 미국을 몰아내야 동북아에 진정한 평화가 올 수 있는 거죠.

강정구 : 성역을 허물어야 합니다. 누구도 감히 본질적인 접근을 못 하도록 성역을 쳐두고 있는데 그것을 무너뜨림으로써 한반도 전쟁위기 주범은 미국이고, 군사력은 남한 우세고, 자주국방도 미국 무기 구매하는 거라는 실상을 알면, 군사비 증액을 통해 미국 무기 구입을 자주국방으로 삼는 정부의 허위를 알면 단연코 반대하게 되어 있습니다.

유영주 : 우리에게 다가오는 미국, 미제국주의 침략적 속성과 이에 따른 한반도 전쟁위기의 원인이 되는 미국에 대해 남북이 공존하면서 민족적 대응을 포함한 자본운동에 대한 반대로써 노동자 민중의 대응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오늘 긴 시간동안 열띤 토론을 전개해주신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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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새끼들 다 죽여버리고싶다

    야 이 한심한 놈들아~~이 빨갱이들아 .
    너 부모가 빨갱이한테 6.25전쟁때 처참하게 죽었다고 생각해봐라.그래도
    6.25가 통일전쟁인지 이 강정구야. 너 교수맞냐. 차라리 북한 월북해라.
    너같은 인간 내앞에서 보였다가는 죽을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