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민중언론의 길을 간다

개편의 말

오늘 한국에 희망은 무엇인가, 어떤 희망인가. 누구의 희망인가! 소득 2만달러 시대를 외쳐대는 자본가 집단들? 그대들이 진정 한국의 희망을 말할 수 있는가? 동북아경제중심 추진과 자유무역협정을 선동하는 집권세력의 국정 브레인들? 그대들이 진정 한국의 희망을 말할 수 있는가? 천년만년 시혜와 은혜의 나라, 미국과 동맹의 뿌리를 굳건히 하자고 주창하는 지배 관료들? 그대들이 진정 한국의 희망을 말할 수 있는가? 또 누가 있는가? 주주자본주의를 찬양하며 스스로를 개혁세력의 지지 부대라 호명하는 시민운동단체들 그대들인가? 그대들이 정녕 한국의 희망을, 이 땅의 희망을 책임지겠다고 할 수 있는가?

오늘날 이 땅에서 지배자로 군림하는 자들, 질서 유지를 호령하는 자들에게 희망을 기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그들은 희망은커녕 주워담아야 할 부패하고 썩어문드러진 쓰레기만 쏟아내고 있을 뿐이다. 평등과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민중의 발걸음을 가로막는 자들, 민중의 이념은 낡은 것이니 버리라며 실용주의의 이름으로 헛바람을 잡는 자들, 개혁세력이 세상의 주류로 나섰으니 이제 상식과 정의가 곧 이루어질 것이라고 선동하는 자들, 진보의 역사는 종언을 고했다고, 민중이 정치를 고민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기 위한 노력은 소용없다고 손사래를 치는 자들, 사회 모순의 진실을 부정하고 왜곡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자들,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지금 하나같이 누구의 이해를 옹호하고 있는가, 어떤 계급의 입장에 서 있는가. 그리고 그 댓가로 무엇을 누리고 있는가!

이제 눈을 돌리자. 형용어로 치장된 화려한 언사는 이제 그만, 득의양양한 지배 이데올로기의 장막도 이제는 그만 걷어치우자. 진실에 눈을 돌리고, 진실을 말하고, 진실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그렇다. 이제 다시 민중을 보자. 민중에게 눈을 돌리자. 고통의 무게를 감내하면서도 삶에 대한 애착을 포기하지 않는, 저 당당하게 살아 움직이는 이 땅의 민중을 바라보자!

미 제국주의의 한반도 침략 위협에, 유혈낭자한 초국적자본의 동북아 시장 공략에 맞서 장기적이고 끈질긴 저항을 포기하지 않는 민중, 착취와 야만, 억압과 차별의 칼날을 휘두르는 저 자본의 흉악한 유연화 공세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민중, 가난과 질병, 소외와 죽음의 압박에도 신념을 굽히지 않고 의연히 버티며 내일을 기약하는 민중, 핵마피아, 건설마피아, 교육마피아, 병원마피아들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삶의 소박한 꿈을 키워가는 민중, 한국 경제를 망친 자들, 경제위기의 주범인 신자유주의 신봉자들과 일체의 타협을 시도하지 않는 민중, 미국이 주는 아늑한 녹을 먹고사는 친미 관료들과 정치위기의 사회위기로의 확산을 막아낼 능력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무능 절정의 지배자들, 그들과 등돌린 채 조만간 한국의 정치를, 경제를, 사회를 직접 운영하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민중…

자 보라! 오늘 우리 민중의 삶의 모습을. 자본의 구조조정의 융단포화에 맞서 십여 년간 버티며 투쟁해온 현장 노동자의 모습, 이 소중한 투쟁의 몸짓 하나하나를, 언젠가는 비정규직을 깡그리 없애고 말겠다는 비정규직 노동자, 낯선 땅에서 품을 팔면서 이 땅의 노동운동의 주체임을 당당하게 알려낸 이주노동자, 성 차별, 성 폭력, 가부장제의 이중 삼중의 억압에서 해방되기 위해 실천하는 여성, 이동권이라는 기초적 권리에서부터 모든 차별과 소외를 분쇄하고 자주적인 주체로 나선 장애인, 핵마피아들의 도발을 단결과 투쟁으로 무력화시켜낸 부안 주민들, 전쟁 책동과 군사적 도발에 맞서 삶의 근거지를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뜨고 현장을 지키는 평택 주민들, 의료 개방과 교육 개방에 맞서 민중의 건강과 공평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호소하며 실천하는 보건의료 노동자와 교육노동자들, 삶의 보금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권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며 저항하는 철거민, 노점상, 빈민들, 자본가 집단들의 협상에 농업 기반과 생존을 맡겨놓지 않겠다는 농민들, 이 땅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를 지키기 위해 환경 파괴의 주구들에 맞서 싸우는 우리 사회 생태적 자율적 구성원들, 평화와 인권을 주창하고 전쟁에 반대하며 병역을 거부하는 패기와 열정의 젊은 청년들, 그리고 이 역동적인 운동을 모아내고 연결하고 확장하기 위해, 지금의 운동 질서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운동 전망을 밝히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활동가들…

보이지 않는가! 지역에서, 부문에서, 현장에서, 삶의 호흡이 이루어지는 모든 공간에서 불의와 부패, 억지와 왜곡, 위계와 강제의 모든 억압에 맞서 치열하게 싸우는 민중의 몸짓이, 민주주의를, 평화를, 인권을, 평등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저 아래에서 용솟음쳐 올라오는 역동적인 민중의 에네르기가.

이제 상기하자! 오늘 한국 민중의 희망의 이정표, 그것은 착취와 야만, 억압과 차별의 모순 덩어리를 외면하지 않고 기필코 박살내겠다는, 민중의 삶에 대한 애착과 신념 그 자체임을, 그것만이 희망으로 가는 유일한 실마리이자 정확한 열쇠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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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디어참세상은 오늘날 한시도 중단하지 않는 자본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에 대하여, 그로 인해 망가지고 무너진, 고통과 울분의 현장을 찾아갈 것이다. 정규직노동자를 이기주의로 몰아세우는 자본 논리를 폭로하고, 비정규직의 확산과 노무현정권의 기만적인 대응책을 고발할 것이며, 불안정노동의 심화와 빈곤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노동자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것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어떤 낯선 시선도 허용치 않을 것이며, 이주노동자가 곧 한국의 노동자임을, 노동유연화 공세의 가장 큰 피해자임을 알려나갈 것이다. 노동강도 강화에 따른 근골격계 질환 노동자, 산재 노동자의 목소리를 온전하게 담아낼 것이며, 아르바이트의 이름으로 청소년의 노동력까지 시장으로 인입하는 구조를 폭로할 것이며,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성 상품 시장으로 내쫓듯 몰아가는 모든 구조적인 원인을 낱낱이 밝혀나갈 것이다. 이 모든 모순과 불합리에 맞서는 노동자의 연대와 저항과 투쟁의 현장에 미디어참세상이 달려갈 것이다.

2. 미디어참세상은 오늘날 자본의 공세에 굴하지 않고 평화와 인권, 평등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한국 사회 구성원의 모습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망가뜨려놓은 위계화된 사회질서를 거부하고, 보편적 가치를 실현해가는 민중의 삶과 생활을 사실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가부장제와 성차별에 맞서는 여성의 실천, 환경파괴에 맞서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를 존중하는 사람들, 전쟁 책동 분쇄, 주한미군 철수,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행동하는 지역주민들, 전쟁에 반대하고, 병역을 거부하며 평화를 전언하는 청년들, 지문날인 거부와 개인정보 보호 등 정보인권 실현을 위해 실천하는 사람들, 민중의 건강권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보건의료 노동자들, 공평한 교육받을 기회와 조건을 만들기 위해 뛰어다니는 교육 노동자들, 민중의 삶과 권리를 카메라 앵글에 담아내는 독립미디어활동가들, 신자유주의 개혁과 개량적 운동 풍토에 경종을 울리며 시종일관 민중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정치사회 단체 곳곳의 활동가들과 만나고 연대하고 소통함으로써 민중언론의 길이 곧 민중의 길임을 보여줄 것이다.

3. 미디어참세상은 오늘날 무장한 세계화로 일컬어지는 지구적 자본운동에 당당하게 맞서는 세계 민중의 연대와 저항 소식을 알려나갈 것이다. 전쟁을 동반한 제국주의 국가간 대립 경쟁의 격화와 초국적자본의 금융세계화의 가속도는 전 세계 절대 다수의 민중을 고통과 절망, 빈곤과 죽음으로 몰아세웠다. 다자간협상체제의 몰락과 자유무역협정의 확산 및 지역블록화로 구획되어지는 오늘날 세계질서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무한경쟁체제의 수용을 강요하는 것으로, 세계 민중의 삶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다. 미디어참세상은 지구촌 곳곳에서 제국주의 침략과 자본의 횡포에 맞서, 대안 세계를 선언하고, 연대를 호소하고, 저항을 지속하는 민중을 만날 것이다. 반제국주의, 반전, 반세계화 운동을 펼치고 있는 세계 민중의 행동과 승리의 소식, 그리고 세계 민중과 연대하는 한국 민중의 소식을 담아나갈 것이다.

4. 미디어참세상은 오늘날 한국 사회 지배담론을 비판하고 민중담론을 만들어내는 언론활동을 자임하고자 한다. 반공-개발세력의 보수적 이데올로기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이 어떻게 지배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고 있는지를 폭로할 것이다. 나아가 한국 사회 대안 마련을 위한 방향성과 정책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토론 공간을 열고, 연구자와 활동가들의 날카로운 비판과 비평으로 오직 민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언론을 만들어갈 것이다. 이는 곧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억압과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활동에 함께 함으로써 의미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겠다는 미디어참세상의 굳은 약속을 의미한다.

- * -

오늘, 움직이는 민중언론 미디어참세상은 분명히 묻는다. 오늘날 대다수 언론들이 서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 종이신문들은 누구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가. 사설에, 논단에 어떤 계급의 이해를 옹호하는 글을 싣고 있는가. 종이신문 뿐이랴. 인터넷신문의 선도를 자처하는 개혁언론의 사설에, 논단에는 어떤 언어가, 어떤 글이, 어떤 계급의 이해를 옹호하는 주장이 실려 있는가.

신자유주의를 찬양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경쟁력을 갖추자고 호들갑떠는 글들, 자본에게는 무한한 자유를 보장하면서 노동자의 저항에는 저주를 퍼부어대는 글들,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 노사평화체제를 구축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선동하는 글들, 입만 열면 노동유연화를 강조하고,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글들, 대기업 노동자를 이기주의로 몰아부쳐 노동자와 노동자 사이를 이간질하는 글들, 빈곤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며 가난 대물림을 구조화하면서 동시에 일자리나누기와 나눔 이데올로기를 조장하는 글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위해서라면 여성과 청소년도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는 글들, 성 상품화를 공공연히 떠벌리고 확산하고 추동하는 글들…

오늘날 인터넷언론들이 보여주는 저 가당찮은 행태를 보라. 포탈의 이름으로, 네티즌의 노동을 상품화하고, 그로부터 수익을 발생시키고, 선정적인 카피 문구로 네티즌의 의식을 흐리는 일이 일상이 되지 않았는가. 자극적인 기사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된 인터넷언론들, 조회수에 목을 매단 채 광고 수익을 노리는 대다수 언론들이 과연 이 땅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진실을 얼마나 제대로 알려낼 수 있겠는가.

이들에 맞서 민중의 언어를 보편적 가치로 확산시켜내는 일은 누가 할 수 있는가! 민중의 삶을 사실 그대로 온전하게 담아내는, 민중의 이익을 위한 글쓰기는 누가 할 수 있는가! ‘오늘, 움직이는 민중언론’은 추상적 이념을 강조하는 선동문구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지금의 신자유주의 질서에 안주하지 않고, 뒤집고 거슬러 참된 민중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생활글이자 일기글이자 주장글인 것이다. 그것은 살아있는 민중의 말, 움직이는 민중의 글이다. 자본에 의해 걸러진, 지배하고 군림하는 자들의 입김이 작용된 왜곡되고 비뚤어진 말글이 아니라 지배와 군림을 거역하는 살아 움직이는 민중의 언론이다.

미디어참세상은 약속한다. 민중 스스로 이 땅의 희망을 만들어가는 도정에, 묵묵하게 제 할 일 다할 것이다. 단호하게 제 할 말 다할 것이다. 힘있는 민중언론으로 우뚝 설 것이다. 민중과 함께 민중의 길을 갈 것이다.

2004년 6월 7일
오늘, 움직이는 민중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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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김명훈

    진보넷 회원으로서 자주 참세상방송국에 오지 못한 것이 죄송스러웠는데, 이제는 자주 와야겠군요. 개편을 축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