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빌미 노동법개악, 전면 저지 투쟁으로

입법청원을 넘어, 정리해고와 파견제 철폐 투쟁으로

바로 얼마전 까지만 해도 주5일제 입법화에 대해 반대의 원칙을 지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던, 언론과 자본이 최근 주5일제 입법화 논의에 강한 불시위를 당기고 있다. 지난 해 금융노사의 주5일제 실시등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 주5일제가 합의되고, 올해 7월 금속노조가 산별 중앙교섭에서 '노사합의 없이 기존임금을 저하하지 않는 주5일제합의'가 이루어지면서 한편으로 경총과 전경련이 기존 정부안에 손을 들어줌으로써 주5일제 입법화가 지난 6년여의 투쟁 끝에 이루어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주5일제 입법화가 노동 유연화를 법제도화 하는 노동법개악을 동반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커 주5일제 실시가 현재 민주노총이 말하는 '여성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들의 희생없는 주5일제쟁취'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주5일제 자체가 현재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상황과 불안정노동자의 전면화 속에서 과연 현재 투쟁요구 사항으로 올바른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각종 경제연구소는 주5일제가 노동자에게는 레저와 자기계발 할 시간이 늘어 삶의 질이 향상되고, 기업에게도 생산성을 높이고 신 산업을 자극할 수 있는 기회(LG경제연구소)라며 노사모두에 호재라고 발표하고 있으며 언론은 이러한 데이터를 소개하기에 바쁘며, 정부는 자본과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에 반드시 이번달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IMF경제위기 후 노동시간단축투쟁의 역사

IMF 사태가 터지고 신자유주의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구조조정의 명분 아래 대량실업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공히 '실업극복'과 '고용안정'을 위한 대안으로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적극적으로 제기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주요투쟁과제로는 '정리해고 반대 · 고용안정 쟁취'와 함께 '노동시간 단축'이 제시되었다.

노동시간단축 이슈는 90년대 이후 꾸준이 제기되어 왔으나, 1997년 경제위기사태이후 새로운 각도에서 부각, 즉 경제위기 상황의 대량실업 사태에 직면하여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는 노동진영의 일종의 정책대안으로 제시되었다. 노동시간단축투쟁은 고용유지쟁점을 둘러싼 방어적 성격의 정책대안으로 당시 임금유지와 고용유지 중 택일되어야 하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1998년 6월 2기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하고 민주노총의 요구로 노사정위내 노동시간단축 특별위원회가 설치된다. 이 시기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고용창출은 경제 위기속에서 그것도 금융화를 동반한 구조적 경제위기속에서 불가능하였고, 대안이 될 수가 없었다.

2000년 일시적인 경제회복(주가상승)으로 인해 노동시간 단축이 고용유지라는 관점보다는 삶의 질문제로 부각된다. 2000년 이후 주5일제가 핵심쟁점으로 부각되는데 이때는 1998년과는 달리 '고용유지'보다는 '삶의 질'의 무게로 제기되었고, 따라서 이후 슬로건은 '노동조건 후퇴없는 주5일제 근무쟁취'가 되었다.

여기에서 나온 명분이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주5일제 쟁취이다. 2000년 상반기까지 자본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시기상조론 이었지만, 오히려 노동시간단축쟁점에 대해 자본은 실 노동시간 단축론을 들고 나와, '연월차의 적극사용 및 연장노동시간 할증률 인하'를 주장하였다. 당해 6월 민주노총이 노동시간단축 특별법(주5일 근무법)제정을 위한 입법청원이 이루어지지만 경총이 주5일 근무제에 대해8서 '시기상조이므로 수용불가' 입장에서 '유급월차휴가 폐지와 할증임금률 인하, 탄력근로시간제 확대'등의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수용입장'을 밝힌다.

자본은 사실상 주 5일 근무제로 나아갈 것이라는 판단 아래 노동유연화 및 임금삭감을 트레이드 오프(맞교환)의 조건으로 제시한다.

2001년 주5일제 실시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대세를 이룸에 따라 각종 경제연구소에서는 주5일 근무제에 따른 생산성 문제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9월 노사정위에서 '주5일제를 사업장노동자수별로 단계별로 실시하고, 연월차 휴가는 통합, 휴가사용하지 않는 경우 금전보상 의무폐지, 생리휴가 및 주휴일 무급화'를 골자로 하는 '공익위원 안'을 발표한다.

노동진영(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노사정위 공익위원 안에 대해 '공익위원 안이 실질임금을 삭감'하게 될 것이라 하여 반대하였고, 그래서 노사정합의는 실패하였다. 같은 해 12월에는 기존 공익위원안보다 후퇴된 노동부 안이 발표되었다.

해를 넘긴 2002년에도 입법화는 여전히 지지부진하였다. 노동진영(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입법화에 대해서는 찬성하나, 내용상 후퇴한 점에 대해서는 반대하였다. 자본측은 별 반대가 없었고, 반면 중소기업협동조합은 반대입장을 표명하였다. 이 시기는 주5일제가 시행될 것이라는 대세 하에 '임금보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구체적인 쟁점을 두고 대립하였다.

8월에 노동부안이 다시 발표되지만 주5일제 입법화는 무산되었다. 하지만 개별사업장을 중심으로 주5일제가 노사합의로 실시되는데, 7월에 은행부문에서 주5일제를 실시하고, 공무원이 시범 실시되며 11월에는 증권산업에서 주5일제가 실시된다.

2003년 올해는 개별노사가 임단협을 통해 주5일제 근무가 실시· 확대되었다. 손해보험노조, 금속노조등이 임단협으로 주 5일제를 결정하였고, 그 외 삼성, 한화등 일부대기업이 주5일제를 실시하였다.

현재 노동시간단축을 통해 드러난 쟁점

현재 정부는 주5일제 입법화를 8월 임시국회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자본은 이미 정부의 주5일제 입법안에 손들어 주었고, 한나라당조차 조속한 주5일제 입법화를 장담하고 있다.

정부는 8월 임시국회개최가 의원사법처리를 지연시키려는 방탄국회라며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지만, 오히려 주5일제 입법화를 앞세워 그 명분으로 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노동진영 대응뿐이다.

노동진영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단일안 마련을 위한 내부논의일정에 들어간 상태이다. 8월초에 양대노총간 단일안을 결정하여 8월 8일 노사정협상에 임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현재 주5일제 입법화에 따라 예상되는 정부의 노동법개악안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한도확대-현행 1개월 단위로 1일 12시간한도와 1주 56시간한도를 3개월 단위로 1일 12시간한도와 1주52시간 한도로 확대 초과근로시간 제한 연장-현행 1주12시간으로 제한된 것을 시행 후 3년간 12시간에서 16시간으로 연장 생리휴가 무급화-현행 매월 1일의 유급생리휴가를 무급화추진 연월차휴가 일수 축소 연월차 휴가 사용촉진방안 및 수당 추진-서면으로 2회 사용촉구 후 휴가 미사용시 휴가수당 미지급 보상휴가제 도입 초과근로수당삭감-현행 할증률50% 이상을 3년간 한시적으로 1주의 최초의 4시간의 초과근로 수당할증률을 현행 50%에서 25%로 삭감등을 골자로 하는 입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자본의 공세와는 대조적으로 노동진영은 노동법개정 논의에서 계속 수세에 몰리고 있는데, 단적으로 정부안의 지속적인 노동법개정안의 후퇴 속에서 감지할 수 있다. 현재의 노동법개악은 노동의 유연화를 법제도적으로 더욱 강력하게 뒷받침한다는 속셈이다.

노무현정권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기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강력한 저항을 해왔던 노동운동을 공격했다. 대기업노조에 대한 지속적인 '도덕성 공격'을 통해 남한 노동운동의 전투성을 거세하려 하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노사정위 공익안으로 비정규 확산과 공고화를 중심으로 하는 '비정규보호입법'에 대한 최종안을 발표함으로써 이제 남은 것은 글로벌스탠다드에 적합한 노동유연화를 법제도적을 완비하여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 뿐이다.

노동자계급분할, 노동유연화 강화 불러 올 주5일제 입법화 추진, 노동자대중 연대의 확장으로 노동법개악을 저지해야

1996-1997년 노개위를 통한 노동관계법의 새 틀짜기, 1998년 노사정 합의를 통한 정리해고 및 파견제 도입 등이 구조조정, 외주화 등의 노동 유연화를 활성화시켰다면 이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제반 노동보호 해체와 비정규직 양산 구조화를 추진한다.

이는 노동 유연화를 제도적으로 승인하고 정규직의 비정규직화와 비정규직에 대한 강도 높은 착취를 구조화한다는 점에서 정리해고 및 파견제 도입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노동시간단축'과 연동된 '노동시간 탄력화'의 경우, 그 효과는 전체 노동자의 임금감소로도 나타나겠지만 무엇보다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실로 파괴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현행 근로기준법상의 기준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남의 이야기인 상황에서, 근로기준법의 기준 자체가 완화 내지 해체되었을 때는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은 바닥을 모르고 삭감될 것이고 이로 인해 장시간 노동은 더욱 확산될 것이며, 이 같은 비 정규직의 확산은 정규직의 일자리를 더 빠른 속도로 잠식하게 될 것이다.

이미 각종 조사에서 사용자들은 주 40시간 노동제가 도입되면 임시·파견노동자를 쓰거나 외주·분사화로 대처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에 대한 운동진영과 사회의 긴장감이나 이해 정도는 대단히 미약한 수준이다.

주5일제 실시가 '노동개혁'으로 포장되고,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 내지 '비정규직 보호'로 미화되기까지 하는 형편이다. 지금 상황은 운동진영이 힘의 우위에 입각하여 노동법 개정투쟁을 추진해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철저히 정부와 자본이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화 정책에 입각하여 노동법 개악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임을 명심해야 한다.

노동시간단축입법을 하되 그 과정에서 노동조건이 후퇴 되서는 안 된다(최근에는 '여성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 희생없는 노동시간단축')는 청원적 투쟁이 아니라, 노동시간단축을 빌미로 시도되는 노동시간 유연화, 노동보호기준 해체를 전면 저지하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 유연화를 승인하면서 정규직 핵심 노동자들만의 이해를 대변하는 방식으로 노동시간단축이 이뤄지지 않도록 '노동 유연화 반대'의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나아가 정부에 대한 청원을 넘어, 비정규직 양산의 주역인 정리해고와 파견제를 철폐하는 투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의 노동법 개정국면에서의 투쟁 경험을 평가하여 이 투쟁의 목표를 노동대중의 정치적 요구를 분명히 하고, 노동대중 내부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으로 맞추어야 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민주노총에서 제시하고 있는 '여성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 희생없는 노동시간단축'투쟁은 앞과 뒤가 모순되는 슬로건이다. 1996-1997년, 1998년의 투쟁의 패배, 민주노총의 총파업 철회선언, 2002년 발전노조 연대총파업 철회가 노동운동진영의 방향성의 혼란과 노동대중 내부의 분열로 연결되었던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투쟁의 정세가 불리할수록 당장 눈앞의 명분과 모호한 실리가 아니라, 이후의 투쟁과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교두보들을 확보하는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 1990년대이래 계속되는 패배 속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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