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비정규직 문제는 모든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이다

서부건설노조 기업노조에 징계회부, 그 속을 관통하는 힘의 논리는

4월 26일 대우건설노조(원청노조, 정규직노조)는 서부건설 지역노조(하청노조, 비정규직노조)가 "원청과 하청노조가 직접 단체협약 맺는 것을 유보하라"는 연맹단위의 방침을 어기고 협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하청노조를 징계에 회부하였다. 회부방침이 정해지고 나서 지역노조는 공동으로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현장 활동 공조방안은 건설자본에 맞서는 것이지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의 활동을 제한하고 통제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청노동자와 원청의 직접 단체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은 비정규직 노조운동의 발전된 모습이 다. 그런데 바로 그 단체협상을 이유로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를 징계대상으로 회부했다는 것은 무엇때문인가. 성명서가 발표된 직후 지역노조 관계자와, 건설노조 관계자, 그리고 연맹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이 중 연맹의 입장은 공식입장이 아니다. 건설연맹은 28일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하고자 했으나 양조직의 대표가 참가하지 않은 채 회의를 진행하게 되었고 그 상태로 연맹의 공식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서부지역노조 - 단체협상 이외의 창구는 가능하지 않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속한 하청회사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명시한 문서 한 장 없다. 그리고 건설현장에서 하청노동자의 사소한 일 하나하나는 모두 원청회사 직원에 의해 통제된다. 당연히 교섭대상은 원청회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원청 직원은 건설노조에 속해있더라도 원청회사에는 레미콘, 포크레인은 물론 삽자루 하나 가지고 있지 않다. 기업노조는 건설연맹 안에서는 같은 조합원일지라도 지역노조원에 대해서는 관리자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협상테이블에서 기업노조원은 고용보험 담당자, 산재처리 안전관리자 담당자의 역할을 맡은 사용자의 입장으로 나온다.

우리가 단체협상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일 것 같은가. 화장실의 똥 좀 퍼달라, 안전화를 지급해달라, 수도꼭지를 달아달라, 산업안전법을 지켜달라라는 것이다. 산업 안전법 지키기 위해서는 비오는 날 공그리치면 안된다. 비오는 날 공그리 치면 10년 후면 건물 위험해진다. 또 건설회사가 공사수주 받을 때 시공능력 뿐 아니라 산재능력 등 다각도의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산재처리된 사례가 있으면 산재능력이 없는 것으로 평가돼 회사는 산재처리된 사례를 만들지 않으려 산재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우리의 요구는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다. 기업노조와 지역노조의 공조체제가 맺어진 지난 2년간 이런 것들은 개선되지 않았다. 단체협상이 아니라면 지역노조원의 출입조차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단체협상 이외 다른 창구는 생각할 수 없다.

작년 11월에 정해진 단협 유보방침을 1월 대의원대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유보를 그대로 밀고갔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측이 먼저 지역노조에 단체협상을 요구해왔다. 그 요구를 무시하는 것이 지역노조의 입장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다른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올해 민주노총의 방침이 비정규직 지원과 연대이다. 그 방침대로 가자는 것이다. 우리가 기업노조원을 협상테이블에서 교섭대상으로 만나지만 그렇다고 협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레미콘 노조가 파업하면 건설 현장 노동자들은 당장 손을 놔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장노동자가 레미콘 노조 파업을 깨거나 하지 않는다. 어제 타워크레인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 그러면 현장이 멈추기 때문에 현장노동자 내부에서는 타워크레인 깨버리자 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골재파동과 레미콘 파업 등으로 일할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워크레인 노조가 문제를 빨리 해결해 현장에 돌아와 주는 것이 결국 우리문제를 푸는 것이기에 연대가 가능하다고 본다.

기업노조와 지역노조가 같은 연맹 안에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지 않는다. 테이블에서 노사 입장으로 만나더라도 같은 조합원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업노조가 자본의 입장을 연맹 안에서 풀어가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우건설 노조 - 공조와 유보방침은 함께 정한 것이다
3년 전 기업노조는 현장사업을 시작하며 지역노조의 요구가 기업노조에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지역노조의 요구가 중구난방으로 다양해 단체협약과정에서 그 요구들을 표준화했다. 그러나 지역노조원들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기업조합원에게 불이익이 오도록 했다. 그럴 경우 기업조합원들의 불만은 고스란히 노조 집행부로 돌아오게 된다.



게다가 지역노조는 작업환경개선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컴퓨터 등 비품지원과 전임자 활동비를 요구했다. 하지만 공조체제 속에서 비품지원이나 전임자 활동비 등을 문제삼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지원을 받으며 공조체제를 약속했으면서 이제와 문제가 발생하니 원청회사와 직접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공조협조는 연맹차원에서 정한 방침인데 그걸 어기겠다니 그럼 기업노조나 연맹이나 다 소용이 없다는 말인가. 공조체제 속에서 많은 문제들은 회의단위에서, 큰 단위들과의 합의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 연맹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에 대한 방침을 정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나. 연맹의 방침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연맹의 존립조차 위험하게 하는 일이다.

기업노조가 지역노조의 요구안을 몇가지 받아들였으면 지역노조도 연맹의 방침을 따르고 양보해야 하지 않겠는가. 연맹이라는 것이 뭔가. 대정부 교섭이나 자본과의 교섭 등에 나서줘야 할 단위이다. 그 연맹이 신규현장의 경우 단체협약에 나서지 말라는 방침을 작년 11월에 내렸다. 비정규직 노조가 참가한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다. 지역노조가 기업노조와의 공조 속에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켜 나가고 연맹 안에서 위계질서를 세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징계방침이 이런 식으로 서로간의 감정의 골만 깊게 하는 것이라면 징계를 구지 꼭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건설연맹-지역노조가 원청 상대로 교섭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 아니다
지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건설업계의 경우는 그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역노조의 단체협상 교섭의 상대자가 기업노조 조합원이라는 것이 문제다. 서로 부딪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기업노조가 사측의 논리를 가지고 움직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민감한 문제를 피해 방안이 찾아질 때까지 공조하에 단체협약을 좀 유보하자고 연맹 입장을 결정했던 것이다. 노 - 사로 대립되는 것을 피해 같이 노동자로 조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유보방침 안에서 단체협상 외의 방법으로 지역노조원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가 앞으로의 논의대상이었다. 그 과제를 풀어가야 할 상황에서 이런 징계 회부 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번 문제의 경우는 자본이 건설노조를 이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우는 워크아웃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다. 자본이 노조를 통제할만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 대우의 건설노조는 대우가 초국적 외국자본에 넘어가거나 국가권력의 입김에 휩쓸릴 상황에 대해 견제역할을 할 수 있는 기구역할을 하는 면이 있다.

현장노동자 조직이라는 원칙만큼은 분명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뺀 건설업은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단체협상 체결의 문제 때문에 지역노조와 건설노조가 노사관계로 만나는 것을 피하면서 문제를 풀어가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총선 등을 겪으며 그런 논의의 시일이 많이 지연됐음은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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