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구몬학습지 교사들, 동료교사 과로사 계기로 투쟁에 떨쳐 나서다

부당한 영업실적 강요 철폐하라! 학습지 교사의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전국학습지산업노조(위원장 이소영) 주최로 6월 26일(토) 오후 2시 울산대공원 동문에서 열린 ‘고 이정연 교사 추모제’
4년 경력의 학습지 교사, 이정연씨의 과로사

지난 4월 19일 학습지 교사로 4년을 일해왔던 이정연씨(구몬학습 동울산지국)가 호흡부전, 경련을 일으키며 병원에 입원한지 사흘만에 사망하였다. 올해 나이 스물여덟, 한창 왕성하게 사회생활을 할 나이에 사망진단서에 병사라는 기록을 남기고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교사가 사망한 후 동료교사들이 업무 인수인계를 하던 중 이교사가 관리하던 과목수가 실제 회원수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교사가 회비를 납부해 온 과목수는 모두 204과목이었는데 인수인계된 과목은 47과목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나머지 134과목은 속칭‘가라’(회비대납회원)였다는 사실이 자체 조사결과 밝혀졌다. 즉 한달에 134과목에 해당하는 400만원가량을 이교사는 회사에 갖다 바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교사의 한 달 통장에 입금되는 임금은 약 250만원 정도. 임금을 몽땅 합해도 나머지 150만원 가량은 다시 회사로 입금을 시켜야 했던 것이다. 매달 400만원가량을 회사에 갖다 바친 지 6개월 후 빚은 1천5백만원으로 늘어나 있었던 것이다.

죽음의 원인은 "부당한 영업실적 강요, 억압적 노무관리, 장시간 노동"

이 사실이 밝혀지자 이교사와 같이 근무하던 동울산지국 구몬학습 교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교사들은 이 충격적인 사실과 관련하여 모임을 가졌고 그 자리에서 평소 이교사가 지국관리자들에게 불려가서 면담하고 난 후 울고 나오던 모습, “너무 힘들다”는 말을 자주 했었고, “아픈데 자꾸만 활동을 하라고 한다”는 하소연을 했던 모습 등이 나오게 된다. 나아가 동료교사들은 자신들도 당하고 있던 문제들을 끄집어 낸다. 회사가 퇴회처리를 제때 해주지 않아서 생기는 가라대납비용, 실적 때문에 관리자가 폭언, 폭행을 일삼는 등의 억압적인 노무관리, 장시간 노동과 성폭력 등에 무방비로 노출된 노동조건 등이 이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데 의견을 모은다.

한편 구몬학습 회사측은 “이교사가 다이어트를 심하게 해서 죽었다” “소녀가장이어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 “유족들에게 보험금 1천만원이 지급된다”는 등의 말을 교사들에게 유포시키고 “교사들 모임에 누구누구 왔었냐”고 캐묻는 등 이교사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뻔뻔스런 작태를 보인다. 회사는 유족들에게도 교보생명보험에서 보험금 천만원이 지급될 것이니 서류와 통장을 갖다내라는 말만 전하였고, 유족들도 이교사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가 이교사에게 부채가 있는 것 같다는 관리자의 이야기를 듣고 유족들이 이교사의 통장내역을 살펴보고 은행, 카드사에 문의한 결과 1천5백만원이라는 빚이 남아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 빚이 회사에 회비를 대납해 오면서 쌓인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유족들은 스물여덟의 꽃다운 나이에 요절한 이교사의 죽음이 결코 회사와 무관하지 않다며 오열을 금치 못했다. 또한 생명보험회사에서도 사망원인이 자연사라 보험금지급이 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게 되었다.

"진상조사, 책임자 징계, 부당행태 시정" 요구하며 투쟁에 나선 동료교사들 - 노조 집단가입 추진

이 사실이 동료교사들에게 전해졌고, 5월 15일 동료교사들은 회사의 거짓말과 책임회피에 더욱 분노하게 된다. 동료교사들은 사업국장을 불러 이같은 회사의 무책임성과 거짓말에 항의하고 “당시 관리자(현 울산지국장, 태화지국 지구장)에 대해 징계 등의 조치를 내려달라, 앞으로 이런 관리행태를 완전히 없애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교사들 사이에서 이교사의 죽음을 계기로 명확한 진상조사와 징계요구, 부당한 영업 행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져 나오면서 전면적으로 싸워나가자는 결의가 교사들 사이에서 모아진다.

5월 28일 울산지역 전 교사 모임을 가진 교사들은 이후 모임을 통해 조합원 가입 결의를 하고 마침내 7월 10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구몬지부 울산지회(그동안 조합원이 한 명도 없었다) 구성을 결의할 예정이다.

노동자로서 기본권조차 보장해 주지 않는 ‘특수고용’이 불러일으킨 사회적 타살

이교사의 죽음이 이처럼 학습지 교사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건 학습지 교사들이 그동안 근로기준법, 노동3권, 산재보상법으로부터 어떠한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른바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으로 불안정노동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려 왔고, 이교사의 죽음이 학습지산업자본의 부당한 영업실적 강요, 억압적 노무관리라는 구조적인 폐해가 불러일으킨 ‘타살’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학습지 교사는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레미콘기사 등과 함께 개인사업자라는 신분으로 회사와 위탁사업계약을 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사실상 출퇴근시간, 업무지시, 실적관리 등 모든 면에서 사용자와 지배종속관계에 있는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계약상 개인사업자라는 것 때문에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해 왔다. 또한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결성해도 법외노조로 활동할 수밖에 없으며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 못받고 있어서 해고, 임금체불, 부당한 처우 등에 대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교사의 경우도 업무상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사망으로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특수고용노동자는 현행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산재신청조차 할 수 없다.

‘부당한 영업실적 강요, 억압적 노무관리’ 학습지 산업 전반에 만연

학습지 교사들은 이같이 법적인 사각지대에 있어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데다가 학습지회사의 부당한 영업실적강요와 억압적 노무관리로 인해 이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학습지산업자본이 부당하게 영업실적을 강요하고, 억압적 노무관리를 하는데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학습지산업시장은 현재 포화상태에 있기 때문에 학습지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회사 회원을 빼앗아 올 수밖에 없는 ‘제살깎아먹기식’ 영업을 하게 된다. 반대로 다른 회사에 회원을 빼앗길 수도 있는 구조이다. 이렇게 빠져나가는 회원을 퇴회처리해야 하는데 실제로 관리자들은 실적을 빌미로 퇴회처리를 강제적으로 못하게 막아버린다. 관리자의 강압에 못 이겨 퇴회처리를 하지 못하고 울며겨자먹기로 회비를 대납해야 하는데 이를 속칭 ‘가라’라고 한다.

입소문으로만 떠돌던 ‘가라’의 실체가 이교사의 죽음을 계기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구몬 동울산지국만해도 교사 1인당 20~30 과목씩의 가라가 있고, 교사 1인이 한 달 70~80만원씩 회사에 물어야 한다. 사업국장이 지국별로 퇴회 수치를 지정하기 때문에 교사별로 퇴회 수치를 정해 주고 그 이상은 퇴회를 받지 않고, 지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개별 면담하여 입회요청서를 무조건 채우라고 강요하고 가짜회원이라도 써서 채울 때까지 내보내주지 않는다. 이러한 부당영업강요 및 억압적 노무관리는 구몬 뿐만아니라 대교, 재능, 튼튼영어 등 전체 학습지 회사에 널리 퍼져있는 폐단이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는 지난 6월 21일 “학습지교사를 죽음으로 내모는 학습지업계 피해사례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피해사례를 공개하였다.

대교 송탄서정지부의 한 교사는 70여과목이 ‘가라’며, 가라회원 회비가 미납상태로 쌓여 교사 1인당 미납회비가 수십만원에서 수백, 수천만원까지 이른다. 지점 내 체납회비가 합계 1억3천만원으로 문제가 될 것 같자 지점장이 교사에게 빚을 내서라도 모두 입금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퇴직한 한 교사는 교사시절 부당영업에 따른 빚으로 그만 두고 다른 일을 하고 있으나 아직도 빚으로 고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적을 강요하면서 회사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보복성 징계, 계약해지 협박, 불법적인 임금지급 등을 일삼고 있다. 대교 안양호계지점 한 교사의 경우 관리자가 휴회홀딩(퇴회지연)을 지시했는데 거부하자 “재계약해지 하겠다”고 협박하고, 지점장은 “고참이 휴회홀딩 거부하면 교실정리하라”는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 대교 서울 모 지점에서는 매주 마감 또는 월 마감시 사무실 문을 밖에서 걸어 잠그고 밤 12시~1시까지 실적을 강요하는 등 감금당하면서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 튼튼영어 일부 지사의 경우 퇴직금 명목으로 2%의 적립금을 묶어두고 퇴직 후에도 즉시 지급하지 않고 퇴사 후 3개월 간 발생한 퇴회에 대해 과목당 8만원을 공제하고 지급하는 등 명백한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다른 학습지 회사들의 관리행태도 이와 다르지 않고 전국 대부분의 지점에서 일상화된 영업 및 노무관리형태이다.

이처럼 학습지회사는 부당영업행위를 강요하고 불법행위를 자행하면서 교사들의 피를 빨아먹으며 커나가고 있는 것이다.

"노동강도와 스트레스, 폭력 위험 노출, 휴식 부족" 건강권 위협도 심각한 학습지 교사

또 한편으로 건강권문제가 학습지 교사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와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가 학습지노동자의 건강실태를 조사한 바(이하 조사)에 따르면 학습지교사 대부분이 △노동강도와 스트레스 △각종 폭력의 위협 △질병 예방 또는 치료를 위한 충분한 휴식의 부족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강도와 스트레스로 각종 위장질환, 스트레스성 질환 및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한다. 학습지 노동자들은 매일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으며, 생계를 꾸려나가는데 있어 본인의 수입 비중이 클수록 노동강도는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을 지도하는 것 뿐 아니라 과제정리, 채점, 영업 등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정한 수입을 내기 위해서 많은 과목을 유지해야 하며, 서둘러야 하는 상황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삐임, 골절 사고가 많고, 여유있는 휴식시간을 갖기 어려워 위염과 같은 소화기계 문제, 방광염 등의 질환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학습지회사가 교사들에게 영업을 강요하고, 입회와 퇴회에 관련한 부담을 온전히 교사들에게 부담시키고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업무적 스트레스가 교사들을 괴롭힌다. 조사에 따르면 수면장애, 두통, 불쾌감, 신경질, 업무과다에 의한 스트레스 등이 50%를 전후하여 경험하고 있다. 또한 무거운 교재를 가방에 담고 들고 이동해야 하므로, 팔이나 어깨 등에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각종 폭력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
학습지 교사들은 늦은 시간까지 학생을 방문하여 노동을 하게 되므로, 각종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물리적 폭력, 인격적 폭력, 성폭력 및 성추행 등이 심각한 수준에서 학습지 교사들의 건강과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인격적 폭력과 물리적 폭력의 경우 학부모와 지국관리자가 중요한 제공자이며, 성폭력의 경우 모르는 사람이 가장 높고, 학부모와 지국관리자 등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리자들이 경험있는 학습지 교사들이 꺼리는 위험지역에 대해 신입교사나 복직교사에게 실적을 빌미로 관리를 요구함으로써 폭력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에서 보호하기는커녕 내몰고 있는 폭압적인 노무관리에 기인한다.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를 위한 충분한 휴식이 부족하다.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유산을 심각하게 경험해 본 사람이 5.4%에 이르렀고, 유산의 위협을 느꼈을 때 85.2%는 일을 쉴 수 없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사고나 질병을 겪게 되었을 때 91.9%가 충분히 치료할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고, 치료기간이 부족한 이유는 치료비 때문(2.9%)이 아니라 관리를 안 할 경우 실적이 좋지 않아져 문제가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인 것(69.9%)으로 나타났다.

즉 학습지 교사를 위협하는 건강권의 문제도 학습지 회사의 부당한 영업강요, 실적위주의 폭압적인 노무관리에서 많은 부분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를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거나 보호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신분으로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고 이정연 교사도 이같은 관리자의 폭언, 영업강요 등 심각한 업무적 스트레스, 휴식없는 장시간 노동과 각종 질환에 시달렸음에 틀림없다. 게다가 부당한 영업실적을 강요받고 퇴회처리를 할 수 없어 안게 된 134개의 가라를 회사에 갖다 바치느라 혼자서 수개월 동안 1천5백만원이라는 감당못할 빚을 얻게 된 결과 스물여덟의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 것이다.

학습지 교사,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

정부는 2005년부터는 골프장 캐디와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레미콘운송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산재보험 혜택을 주기로 산재보험관련 법령을 개정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한 명의 학습지 교사가 목숨을 잃었다. 이교사의 죽음을 계기로 산재보험관련 법개정 문제 뿐만 아니라 학습지 교사가 나서서 당당하게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학습지 회사의 실적 위주의 부당영업을 철폐시킬 때만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학습지 교사들은 나서고 있다.

10만 학습지교사는 요구한다!!

구몬학습은 이정연교사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인정, 사죄하고 보상하라!
구몬학습은 울산사업국 내 부당영업 책임자를 징계하라!
모든 학습지 회사는 부당영업 철폐를 제도화하라!
학습지 교사도 노동자다,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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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 해고 , 교사 , 학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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