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전공장 불법파견 공식 판정

시정 의지는 불투명
"소장님은 지금 검찰 가서 조율중?, '관계기관대책회의'한 거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89개 업체 ‘불법파견 판정’결과가 16일 오후 4시경 울산지방노동사무소에 의해 공식 발표되었다. 이로써 비정규노조가 진정을 제기하여 이미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12개 업체를 포함,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101개 협력업체 전체가 불법파견 판정을 받게 되었다.

16일 야간 집회 모습

울산지방노동사무소는 “지난 (비정규직노조의) 진정 때 밝혀진 울산공장 12개 협력업체 이외에도 이번 조사 결과 추가 89개 업체가 노무관리상 및 사업경영상 독립성이 없는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울산노동사무소는 현대차와 협력업체측에 내년 1월 12일까지 개선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명하였다. 만약 개선계획을 제출하지 않거나 개선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경찰에 고발조치하게 된다.

기존에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12개 업체는 이미 고발된 상태다. 현대차는 지난 10월 19일 ‘합법적 도급전환과 계약직 채용’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개선계획서를 제출했으나, 노동부는 으로 노조가 요구해온 ‘직접고용- 정규직화’ 내용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현대차의 불법파견 개선계획서는 실현가능성 등이 희박하다”고 판단, 고발 조치한 것이다.

101개 업체 8천여명에 대한 사상최대 불법파견 판정, 이전의 판정까지 합칠 경우 1만 1천여 명 규모의 불법파견에 대한 ‘판정’을 받은 현대자동차. 이번에는 ‘직접고용-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비정규노동자들의 요구에 얼마나 부흥하는 시정계획이 나올지 주목할 바이다.

불법파견 판정내기 위해 검찰에 가서 조율?

한편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가 101개 업체에 대한 불법파견 판정에 대해 일단 환영하면서도, “불법파견 문제를 놓고 공안당국과 관계기관이 현대자본 봐주기 및 비정규직노조 죽이기에 합세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그 여파가 주목된다.

노조에 따르면 16일 불법파견 늑장판정에 대해 울산노동사무소를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노동부 관계자는 “소장님께서 지금 검찰에 가서 조율 중이니 오늘 중으로 결론 나옵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불법파견 조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검찰과 ‘조율’을 위해 만난다는 것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 민주노조운동을 말살하기 위해 검찰과 안기부 등 공안기관이 주도했던 ‘관계기관대책회의’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중요한 증거”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6일 울산노동사무소 항의 방문 모습

16일 불법파견 파정까지 울산노동사무소는 무려 4개월여의 시간을 끌었다. 또한 이미 지난주 언론을 통해 불법파견 판정이 알려졌음에도 울산노동사무소는 공식발표를 미루어왔다.

판정과 발표가 미뤄지는 사이 지난달 29일 서쌍용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이 긴급 체포되었고, 설상가상으로 현대차는 14일 “노조간부와 조합원 18명이 만약 집회나 시위를 할 경우 공장 밖으로 퇴거시키거나 출입을 제한하며 위반행위 1회당 20만원씩을 지급하도록 해달라” 내용의 ‘집회및시위금지등가처분신청’을 울산지방법원에 냈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서쌍용 사무국장에 대한 긴급체포가 비정규노조의 불법파견 투쟁의 흐름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노동부가 현대차가 신청한 집회금지가처분 심의 날짜를 염두에 두고 공식적인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노동부와 현대차, 법원의 유착관계에 대한 이 같은 의혹은 이미 지난 9월, 현대차비정규노조가 진정한 1차 불법파견 판정 과정에서부터 불거졌었다. 당시 노동부는 불법파견 판정을 일방적으로 일주일간 미뤘다. 그리고 불법파견 판정 발표 예정일 하루 전날인 9월 14일 현대차측은 울산지방법원에 비정규농성자들에 대한 ‘퇴거단행 가처분신청’을 접수해 9월 24일 가처분결정이 내려졌다. 노조는 법원이 현대차측의 퇴거단행 가처분신청에 손을 들어주기 위해 불법파견 판정을 미룬 것이라고 반발했었다.

노조는 이러한 일련의 의혹에 대한 울산지방노동사무소장의 공식해명을 요구하고, 강력한 대응을 천명했다. 불법파견 판정을 둘러싼 두 번의 너무나 유사한 ‘우연’에 대해 노동부가 어떤 책임있는 답변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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