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서지는 못하지만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

공무원노조, 원상회복 위한 지부 순회투쟁 돌입

해고 397명 포함 징계 1,451명, 구속 43명. 공무원노조에 대한 정부의 가공할 탄압이 새겨 놓은 상처가 깊다. 깊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노조의 조직 재건 움직임이 한창이다. 공무원노조는 파업과정에서 구속과 징계를 당한 희생자들의 원상회복을 위한 지부 순회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노조 서울본부는 11일 성북구지부를 시작으로 서울지역 25개 지부를 방문하는 순회투쟁에 돌입했다.

선전전을 진행 중인 순회투쟁단

성북구지부, 징계대상 전원 징계 및 전보

첫 번째 순회투쟁 지부인 성북구지부는 서울본부 중 탄압이 극심했던 곳이다. 현재 공무원노조의 총파업으로 서울지역에서는 총 84명의 희생자가 양산되었는데 이들 중 15%인 13명(파면2, 해임1, 정직2, 감봉 6, 견책2)이 성북구지부 소속 조합원들이다. 또 징계를 당한 성북구지부 소속 조합원 전원이 전보 발령을 받았다.

이날 성북구지부 순회투쟁에는 30여 명의 ‘희생자원상회복을위한투쟁위원회’(회복투위) 서울지역본부 위원들이 참가했다. 지난 7일 공무원노조는 회복투위를 출범하고 “조합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최일선에 서서 투쟁하고 부당해고에 맞서 희생자들의 원상회복을 위한 복직투쟁을 전개할 것”을 결의한 바 있다.

“우리도 여러분과 똑같은 공무원노동자였습니다”

당초 순회투쟁단은 서찬교 성북구청장 면담을 첫 일정으로 이날 순회투쟁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성북구청 총무과 직원들이 구청장 휴가를 이유로 면담불가 입장을 밝혔고, 구청장 면담을 요청하는 순회투쟁단과 이를 막아서는 성북구청 총무과 관계자들 사이에 실랑이가 발생했다. 이에 순회투쟁단은 오전 10시 경 부구청장 면담으로 이날 첫 일정을 대신했다. 4명의 순회투쟁단 대표단이 부구청장을 면담하는 동안 30여 명의 순회투쟁단은 구청 5층에 위치한 구청장실 앞에서 대기하며 연좌농성을 진행했다. 순회투쟁단이 대기하고 있는 동안 총무과 관계자 10여 명은 구청장실과 부구청장실 앞을 지키고 서 있었다.

자유발언을 한 양성윤 공무원노조 양천구청지부장은 총무과 관계자들을 향해 “구청장실을 점거하려는 것이 아니니 여기 계실 필요 없습니다. 자리로 돌아가 일하십시오. 불과 1개월 전까지만 해도 우리도 여러분과 똑같은 공무원노동자였습니다”라며 “여러분들은 경고도 무섭겠지만, 여기 있는 분들은(순회투쟁단) 파면, 해임을 감수하고, 공직사회개혁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분들이니 격려해주십시요”라고 호소했다.

경찰, “병력 도착하면 다 잡아갈테니 기다려라”

순회투쟁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이 끝나갈 즈음 또 한 번의 소란이 벌어졌다. 성북경찰서 정보과 관계자가 나타나 대기 중이던 순회투쟁단을 향해 “업무방해로 요청이 들어왔다”며 “해산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순회투쟁 참가자들은 “누구의 어떤 요청을 받았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순회투쟁단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보과 관계자는 누가, 어떤 요청을 했는지 정확히 밝히지 않았고, 항의하는 순회투쟁 참가자들에게 “누군지는 모르고, 112로 소란스럽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난 지금 공무집행중이다. 방해하면, 공무집행방해에 해당된다”며 해산할 것을 종용했다. 이에 순회투쟁단은 법집행의 정당한 근거를 밝힐 것을 재차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과 순회투쟁단 사이에 몸싸움이 발생했다. 정보과 관계자는 “구청장실 점거하고 있다고 해서 왔다. 112로 신고 받고 왔으니, 다 잡아가야지”라며 경고했고, 면담 중이던 윤을송 서울본부장 직무대행이 밖으로 나와 “구청장실 점거하지도 않았고, 질서있게 잘 하고 있으니 내려가라”며 물러날 것을 요청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경찰들을 향해 “맘대로 해라. 다 잡아가라. 영장이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겠다”며 바닥에 앉아 대표단의 면담이 끝나기를 기다렸고, 이에 경찰은 “병력도착하면 다 잡아 갈 테니 기다려라”며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모두가 기다리던 병력도, 영장도 도착하지 않았고, 경찰의 엄포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대표단의 면담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각 부서를 돌며 본격적인 선전전을 진행하였다.

조합원,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
간부, “아쉬운 마음 없어”

구청 6층에 위치한 토목과에서 이날 첫 선전전이 시작됐다. 순회투쟁단은 근무 중인 공무원노동자들을 일일이 찾아 미리 준비한 유인물을 나눠주며 지지와 단결을 호소했다. 순회투쟁단의 선전전이 진행되는 동안 공무원노동자들은 유인물을 유심히 읽어보고, 발언이 끝나면 박수로 화답했다. 또 조합원들과 순회투쟁 참가자들은 서로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는 등 대량 징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노조의 식지 않은 단결력을 엿볼 수 있었다.

유인물을 읽고있는 공무원노동자
순회투쟁단이 준비한 유인물을 읽던 한 조합원은 “적극적으로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노조가 우리를 위해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앞장서 나서지는 못하지만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순회투쟁단의 활동에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김진규 성북구지부 부지부장은 “징계를 당한 간부들 역시 일반조합원들에게 서운한 감정은 전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좋았겠지만, 정부의 상상을 초월한 탄압 앞에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었다는 것을 잘 안다”며 “간부들조차 적극적으로 결합하기 힘들었던 상황에서 조합원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은 전혀 없다”며 조합원들에 대한 노조 간부들의 신뢰를 강조했다.


신종순 회복투위 위원장, “파면, 해임 부담감 떨쳐버리고 투쟁할 것”

11시 30분경 순회선전전을 모두 마친 순회투쟁단은 정리집회를 열고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정리집회에서 윤을송 서울본부 직무대행은 “성북구청은 서울지역본부 중 가장 악랄하게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며 “파업찬반투표를 하지 않고, 투표 당일 노조사무실에 잠깐 방문한 조합원들까지 모두 징계를 했다”며 무차별적 징계를 비난했다.

신종순 회복투위 위원장은 “오늘을 시작으로 희생자들을 원상으로 돌려놓는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바빠서 할 수 없었는데 파면, 해임되어 공무원노조를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되었다. 파면, 해임에 대한 부담감 떨쳐버리고, 회복투위가 앞장서서 더욱 열심히 투쟁하자”며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한편, 지난 6일 공무원노조는 10차 임시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파업과정에서 희생당한 조합원들 지원을 위해 조합비를 3천원에서 2만원으로 한시적으로 인상하는 안을 채택했다. 공무원노조는 대의원대회를 통과한 안에 따라 조합비 2만원 중 1만 8천원을 희생자들을 위한 구제기금으로 지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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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 순회투쟁 , 성북구청 , 회복투위 , 원상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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