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호 현차비정규노조 위원장, 긴급 체포

경비대 100여 명 차량 동원 강제 퇴거, 곧이어 경찰 긴급 체포
비정규노조,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분노

설 연휴 단전의 암흑을 견디고 파업 농성장을 지킨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또다시 청천벽력 같은 충격이 닥쳤다.

안기호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이 13일 대낮, 현대차 경비대원들에 의해 공장에서 끌려나와 경찰에 넘겨진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안기호 위원장은 이 날 낮 12시경 점심식사를 위해 5공장 농성장에서 식당으로 이동하던 중 100여 명의 현대차 경비대들에 의해 강제로 차량에 태워졌으며 곧바로 공장 정문에서 대기 중이던 울산동부경찰서 형사들에게 인계됐다.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2월 13일 동부서 항의집회

“검경과 현대자본의 기막힌 합동 연행 작전”

“식당가는 도중에 100여 명이나 덮쳐서 안기호 위원장을 납치하고, 납치 소식을 들은 지 불과 10여 분만에 바로 동부 경찰서로 인계된 것을 확인했다. 서로 모종의 합의가 없었다면 어떻게 그렇게 단시간에 모든 일이 진행되겠는가?” 김희선 비정규노조 총무부장은 분노를 토했다.

울산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직전에 현대차 측에서 수배자를 정문 밖으로 퇴거 시킬 것이니 검거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고, 안기호 위원장이 체포영장이 발부된 수배자인 만큼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며 체포에 대한 현대차 측과의 사전 합의 의혹을 해명했다.

그러나 김희선 총부부장은 “그러한 사전 교감은 합의가 아닌가? 도대체 민간기업의 경비대가, 그것도 휴일 백주대낮에 식사를 하러 가는 사람을 폭력을 동원해 강제 퇴거하고, 여기에 경찰이 협조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고 반문했다.

한편, 경비대들이 안기호 위원장을 공장에서 끌고 가는 과정에서 함께 있던 3명의 조합원들에게 폭력까지 행사해 조합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노조는 “면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안기호 위원장의 목과 등에 상처가 있고 온몸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연휴 끝나는 시점, 불파투쟁 확산 위기의식 느낀 것"

안기호 위원장은 2003년 7월 1일부터 감옥살이 아닌 감옥살이를 했다. 수배로 인해 공장 안에서만 거주해 온 것. 이런 안기호 위원장에 대한 퇴거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경에도 봉고차를 동원해 안기호 위원장을 강제 퇴거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김희선 부장은 “당시에는 혼자 있던 상황에서 봉고차 한 대만을 동원했던 것에 비해 이번 강제 퇴거에는 조합원 3인과 함께 있던 안기호 위원장을 100여 명의 경비대가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됐다”며 “그만큼 사측이 긴장을 하고 있다는 반증 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파업 농성은 흔들림 없이 길어질 것 같고, 연휴 동안 농성장을 제대로 유지해 온 사실이 알려지면 하청 친구들이 더 많이 호응하게 될 터인데, 이렇게 불파 투쟁에 탄력이 붙는 것을 미연에 막으려 현대차가 납치 연행을 한 것”이라는 것이다.

안기호 위원장 단식 돌입, “대장 치면 끝날 거라는 오판, 투쟁력만 자극할 뿐”

울산 동부경찰서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안기호 위원장은 '납치강제연행'에 항의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비정규노조 간부와의 면회 자리에서 ”나에 대해서는 크게 염려하지 말라“며 ”앞으로 조합탈퇴각서를 요구하며 노조탄압이나 개개별 탄압이 있을 수 있지만, 조합원 동지들이 꿋꿋하게 잘 견뎌 내리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지난 해 38일 간의 생사를 건 단식을 푼 지 이제 석 달여, 다시 무기한 단식을 선언한 안기호 위원장의 결단만큼이나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의 의지도 단호하다.

한 달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5공장 파업 농성장은 80여 명의 인원으로 별다른 이탈 없이 이미 안정화된 상태며, 단전의 상황에서도 40여 명의 조합원들이 설 연휴 농성장을 지켰다. 설 연휴 기간 부득이 농성장을 떠났던 조합원들도 속속 다시 농성장으로 복귀하고 있다.

오민규 노조 기획담당 전문위원은 “흔들림 없이 농성장 사수하고 있다. 대장을 치면 끝이라고 판단했겠지만, 오히려 조합원의 분노를 자극할 뿐이다. 우리도 전면전이다.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며 비정규노조의 의지를 강조했다.

현재, 현대차와 업체 측은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69명이 해고했고, 다수 조합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고발했으며, 지난 7일 울산지법은 현대차 측이 신청한 ‘집회 및 시위금지 가처분’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설연휴 기간 진행된 단전조치는 어제(12일) 잠시 전기가 들어와 중단됐으나, 오늘부터 다시 단전상태다.

참으로 편하게 1만여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불법으로 파견직으로 사용한 사업주와 불법파견 판정만을 내린 채 참으로 편하게 상황을 관망 중인 노동부. 이에 대한 정당한 시정을 요구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은 참으로 험난하고 험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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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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