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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올포위츠 세계은행총재지명자 사진출처 : AFP통신 |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즈 등 미국의 주요 언론과 영국의 보수적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즈와 이코노미스트 까지 조지 부시의 폴 올포위츠 지명에 대한 비판 대열에 속속 합류했다. 반면 불쾌하다는 반응을 숨기지 않던 EU 국가들은 최근 미묘하게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슈뢰더 독일 총리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과 (이 사안에 대해)전화통화를 했고,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프랑스 정부 또한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영국의 블레어 정부는 애초부터 부시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러한 EU국가의 변모에는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다는 평가다.
현재 독일은 UN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꾀하고 있기 때문에 조지 부시 행정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고 프랑스 등은 이번에 미국의 의견을 따르면 8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WTO 사무총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유럽 주요국가 정부의 이러한 암묵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포문은 미국 내부에서 열렸다. 워싱턴 포스트는 조지 부시의 올포위츠 추천은 세계은행의 원조를 주로 중동지역의 친미국가들에 집중시키고 갈등을 겪고 있는 국가들을 소외시켜 부시행정부의 정치적 아젠다들을 통과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NY·WP, '폴 올포위츠는 제2의 맥나마라‘
뉴욕 타임즈, 이코노미스트, 워싱턴 포스트는 나란히 폴 올포위츠를 ‘제2의 맥나마라’로 지칭하고 나섰다. 포드 자동차 그룹 최연소 CEO출신인 맥나마라는 국방장관 재직 당시 ‘물량작전’개념을 강조하며 7년간 베트남전을 이끌어 미국을 수렁으로 빠뜨린 후 67년 존슨 당시 미국대통령에 의해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된 인물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67년 뉴욕 타임즈 기사를 인용해 당시와 현재의 유사성을 꼬집었다. 워싱턴 포스트가 인용한 당시 뉴욕 타임즈 기사의 일부분은 다음과 같다. “유럽의 몇몇 동맹국들은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세계은행 총재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총재 지명자가 (지지 받지 못하는) 전쟁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분노감을 가지고 있는것 같기까지 하다”
맥나마라는 세계은행 총재로 있을 때 친미국가에 대한 선별적 지원으로 세계은행의 재정과 신뢰를 악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고 올포위츠는 그 전철을 따를 것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제프리 삭스, ‘이제는 세계은행을 자유롭게 할 때’
IMF, 세계은행, OECD등에서 일한 바 있는 코피 아난 UN사무총장 수석 경제고문인 제프리 삭스 또한 파이낸셜 타임즈 기고문을 통해 직격탄을 날렸다. 제프리 삭스는 ‘이제는 세계은행을 자유롭게 할 때’라는 기고문에서 "세계은행은 진정 세계를 위한 은행이 될 것인가, 혹은 단지 '미국의 은행'이 될 것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는 "세계은행이 개발도상국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역할을 사명으로 하고 있다면, (세계은행)자체의 지배구조부터 밀실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미국은 지금 경쟁도, 질문도 없이 차기 총재를 결정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지난 2002년 멕시코 몬테레이 개발금융정상회의 합의안을 미국이 지키지 않고 있는 사실을 지적했다. 몬테레이 합의안은 주요 선진국들의 개발원조금을 GDP 0.7%까지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을 명시한 바 있다. 제프리 삭스에 따르면 미국의 원조규모는 GNP의 0.15% 수준에 불과, 몬테레이 합의안 목표치에 무려 650억 달러가 미달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부시 행정부는 0.7%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제프리 삭스는 올포위츠는 군사, 외교 경력자일 따름이지 세계은행의 책무인 개발과 재정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유럽 주요국은 미국과의 야합을 멈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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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에 소재한 세계은행 본부 사진출처 : AP통신 |
구하-사피르 교수는 독일과 프랑스가 UN안보리 이사국, WTO사무총장 자리에 눈이 어두워 미국의 손을 들어주는 야합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하며 “내키지 않더라도 분명하고 솔직하게 폴 올포위츠를 향해 ‘No'라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럽은 (세계은행 총재를 결정하는)31일에는 장갑을 벗어던지고 유럽은 물론이고 세계의 평화적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올포위츠 지명에 반대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미 각국에서 올포위츠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지만 세계은행의 원조에 목을 매고 있는 제3세계 국가들은 거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지분 소유율에 따라 의사가 결정되는 세계은행 시스템에 기인한 바도 있지만 ‘미국의 심기를 거슬러도 올포위츠가 어차피 세계은행 총재 자리에 앉게 될 텐데 괜히 밑 보일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가 막히는 폴 올포위츠의 지난 이력
6월 1일로 임기가 끝나는 제임스 울펀슨 현 세계은행 총재 역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지명, 지난 10여년간 세계은행을 미국 입맛에 맞게 전횡을 휘둘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나마 경제전문가인 울펀슨 후임으로 올포위츠가 부임하게 되는 사실에 대해 한 경제학자는 “늑대 피하니 호랑이 만난 격”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올포위츠는 이런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인물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신세계 군사 패권전략의 입안자로도 잘 알려져 있는 폴 올포위츠는 미 국무부 부장관 자리를 차지하기 직전에는 당초 MD개발 사업을 추진하던 TRW항공을 인수한 노드롭사의 자문역을 지낸 바 있다. 네오콘의 사상적 지도자로 알려진 레오 스트라우스 시카고 대학 교수의 직계제자이기도 한 폴 올포위츠는 뉴욕의 유대 랍비 가정에서 태어나 코넬과 시카고 대학에서 공부했다.
그는 레이건-나카소네-전두환 극우 삼각체제가 한미일을 지배하던 1983년부터 1986년사이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냈고 아버지 부시 재임기인 1989년부터 1993년에는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을 지냈다. 조지 부시 현 미국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은 1992년 올포위츠가 당시 국방장관인 딕 체니 현 미국부통령에게 제출한 보고서와 정확히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세계은행의 반민중성 가속화될 전망
한편 이전에는 IBRD(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s and Development)라는 약칭으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세계은행 (World Bank)로 불리는 문제의 기관은 1944년 브래턴 우즈 체제의 출범에 따라 UN산하 전문기관으로 1946년 설립되 마셜플랜의 선봉장 역할을 했고 2004년 현재 세계 184개국이 회원국으로 가맹해 있다. △가맹국의 정부 또는 기업에 융자하여 경제·사회 발전에 기여 △국제무역의 확대와 국제수지의 균형을 도모 △저개발국에 대한 기술원조 제공 등을 주요 목적으로 내걸고 있는 세계은행은 비록 냉전당시 친 서방 저개발국가에 집중되기는 했지만 그나마 저개발국가의 사회간접자본 시설 등에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융자 연장 금지, 부채 탕감 금지등의 원칙과 세계은행의 융자가 민간투자나 민간금융기관 자금공여에 대한 일종의 보증서 역할을 맡게 되는 영향력을 바탕으로 융자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선봉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현재 세계은행의 5대 주요 융자가운데는 제도개혁 융자와 구조조정 융자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융자를 바탕으로 세계은행은 융자국이 자유무역과 초국적 기업에 대한 문호개방과 공기업 민영화, 정부기능 축소와 사회보장지출 삭감, 노동시장 유연화, 농업·식량·보건·교육등 공공 영역에 대한 보조금 삭감, 금리인상과 통화량 억제 및 긴축재정등을 강요해온 것이 현실이다.
결국 돈을 빌려준 후, 융자국의 내적 자원을 총동원해 환금화 한 후 채무변제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초국적 자본과 국제금융자본의 이해에 봉사하는 것이 세계은행의 숨은 목적인 셈이다. 따라서 IMF와 함께 세계은행은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 세계화의 쌍두마차로 불리고 있다. 세계은행 수장에 폴 올포위츠, 설상가상이라는 속담이 이 보다 더 들어맞기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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