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마음뿐, 현장에 돌아가서 부터가 진짜 투쟁의 시작"

[인터뷰] 10개월 만에 원직복직 쟁취한 한원CC 원춘희 조합원

비정규직노동자 2명의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화섬연맹산하 단위노조 대표자등 17명의 진입 농성이 진행되는 대성산업가스 본사 앞 기자회견 장에는 금강화섬, GS칼텍스(구 엘지칼텍스), 코오롱 등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과 여러 연대단위 노동자들이 운집해있었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장기투쟁사업장 그늘진 노동자들의 얼굴 중간에 유독 밝은 표정의 조합원들이 눈에 띄었다. 바로 얼마 전 원직 복직 타결에 성공한 한원CC 노조 조합원들이었다.

올 해만에도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 등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한원CC 노조 투쟁의 타결은 장기투쟁사업장 그리고 비정규직 투쟁에 단비 같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한원CC 투쟁의 성과는 10개월이 넘은 뒤돌아봄 없는 조합원 당사자들의 투쟁과 지역 총파업까지 불사하는 지역 연대투쟁에 힘 있은 바 크지만, 자신의 동맥을 끊어가며 투쟁의 절박함을 호소했던 원춘희 조합원의 자살 기도가 준 사회적 파장 역시 컸던 것 사실이다.

그 원춘희 조합원이 환한 얼굴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힘찬 팔뚝질을 하고 있었다.

원춘희 조합원은 타결에 대한 기쁨과 버텨주고 연대해준 조합원과 동지들에 대한 감사함을 말하며 시종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10여개월 동안 겪었던 고통과 분노가 쉽사리 잊혀 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기자의 속없는 질문을 받자마자 눈물을 떨구며 한 참 고개를 들지 못했다. 말하지 않아도 우울증이 걸릴 만큼, 평생 가슴에 남을 아픈 시간들이었다. 아직도 가압류가 있었던 것이며 자신이 동맥을 끊었다는 사실조차 모르지만 그 힘든 시간을 다 지켜보아야만 했던 원춘희 조합원의 모친은 타결 소식을 듣고 서야 부둥켜안고 울음을 토했다고 한다.

그렇게 돌아가는 현장이지만 “남은 시간이 결코 지금보다 쉽지 않을 거”라고 윤춘희 조합원은 선선히 말했다. “이렇게 매운 맛을 보았으니 회사가 노조를 그냥 두려 하겠냐”는 것이다.

뭣 모르고 일하고 싶다는 맘으로 시작한 투쟁에서 남긴 거라고는 노동자가 투쟁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지킬 것이 없다는 사실. 연대하지 않는다면 개별적인 어떤 투쟁도 결국 패할 수밖에 없다는 확신. “그래서 모두들 이제 다시 한 숨 고르고 머리띠를 맨다”고 원춘희 조합원은 강조했다. 21일 수련회에서 조합원들은 이런 다짐들을 다시 다질 생각들이다.

“10개월의 투쟁을 가지고 다른 동지들에게 힘듦을 말하기도 죄송하지만, 우리의 성과가 희망이 되길 바란다는 것, 정말 최선을 다해 연대하는 기풍을 유지 하겠다. 어렵더라도 조금만 더 힘내고 가자”는 것이 원춘희 조합원이 몇 번을 강조한 말이었다.

얼마 전 맞춘 하복이 나오는 대로 한원CC조합원들은 그렇게 원하던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 늦어도 5월 초면 말이다. 해를 넘겨 돌아가는 5월 그녀들의 현장이 더 이상 구사대의 차량에 몸이 달려 끌려가고 칼날까지 동원된 폭언과 협박이 없는 현장이기를. 고용불안과 노조 탄압에 시달리는 현장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반가운 인터뷰를 마쳤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최하은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정대경

    고쳐주세요

  • 미디어참세상

    지적 감사합니다.

  • ^-^*

    원동지에게 복직되면 가장 먼저 하고픈 일이 뭐냐 물었더니
    잔디를 다시 밟고 싶다고 푸른잔디를 그렇게 밟고 싶을수가 없다고
    그러셨던 기억이 납니다.
    축하드립니다 동지. 투쟁승리 발판삼아 더 큰 승리를 함께 만듭시다.
    투쟁입니다^-^*

  • 똘레랑스

    작년 8월부터 한원CC 소식을 알게되었는데.. 드디어 승리 하셨네요!!
    너무나도 기쁜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