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의 운동권 신문, 2004년 업계 4위로

[특별기획 : 굿바이 한겨레](프롤로그)- '오늘의 제도 언론' 한겨레

'운동권 신문'으로 출발해 15년만에 업계 4위에 이른 한겨레

  한겨레 창간제호, 조선시대 오륜행실도 본문 목판글씨체를 집자했다.

88년 5월 15일, 70년대 언론민주화 투쟁과 87년 6월항쟁의 성과로 2만7천여 명의 소액 주주가 모은 50억의 창간기금으로 한겨레신문이 창간됐다. 창간 당시 ‘운동권 신문’이라는 별칭 아닌 별칭이 붙었던 한겨레신문은 2004년 현재 한겨레 신문, 한겨레21, 씨네21, 이코노미21등 네 개의 매체와 다양한 부대사업을 펼쳐 800억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신문시장이 어렵다’ ‘한겨레는 대기업들로부터 미운털이 박혀 광고 따기가 힘들다’ 는 등 이런저런 말이 오가긴 하지만 이른바 조중동의 바로 뒷자리를 발행부수, 신문판매 매출액, 영향력등 여러 측면에서 한겨레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오늘의 제도언론'을 비판하며 창간한 그들

한겨레는 “오늘의 제도언론은 그 기업구조로 보아 비록 이 땅에 민주화의 꽃이 핀다 해도 정치적 경제적 자주성을 견지하지 못한 채 필경은 권력의 입장에서 국민에게 진실을 전달하지 못하고 그들을 오도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라며 “오늘의 제도언론이 보여주듯이 사소한 일은 크게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정작 크고 중요한 정치, 경제, 사회의 문제들은 은폐하거나 왜곡 보도하여 국민들을 오도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사뭇 비장한 발기선언문을 내놓으며 창간호 50만부를 발행했다.

이후 ‘행간을 읽을 필요가 없는 신문’이라는 평가를 받은 한겨레는 정권과 자본에 대해서는 눈엣가시로, 민중의 호민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파업 현장에 한겨레 기자가 취재 오면 환호와 박수를 받았고 한겨레21은 창간호에서 ‘문민정부의 황태자’ 김현철에 대한 도발적 문제제기를 제출해 김영삼 정권의 몰락에 한 몫을 했다.

한겨레의 커진 힘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반면 한겨레가 ‘변했다’는 말의 증거도 될 수 있는 것이 이른바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겨레 출신 인사들이 대거 정권 중심부로 진출했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이후 최초로 찾아가 인사한 언론사도 한겨레였다.

한겨레의 몫, 그리고 우리의 몫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출신으로 한겨레신문 창간사무국장과 초대관리이사를 맡았다 포스데이타 부사장, 신세기통신 사장 등 재벌회사를 거쳐 한겨레로 복귀한 정태기 한겨레 사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한겨레가 다른 신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삼성그룹의 지원을 많이 받는데 자본으로부터 독립해야 할 국민주신문 한겨레가 특정 기업의 지원을 받는 데 대해 어떻게 보나”는 질문에 대해 “영향이 전혀 없다면 빈말이겠지만 삼성그룹이 이해관계에 있어 직접적으로 처신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직도 조중동이 언론시장에서 서로 수위를 다툼하고 있고 냉전의 잔재 국가보안법이 굳건히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한겨레의 가치는 아직도 소중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한겨레는 올해 들어 희망캠페인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삼성그룹 전면광고로 시작된 이 캠페인을 통해 한겨레는 대기업, 대학, 정부기관 등의 광고를 유치해 수십억 원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창간 당시 ‘오늘의 제도언론’과 다른 신문을 자임하며 창간한 한겨레가 그간 어떤 길을 걸었고 그들 자신이 ‘오늘의 제도언론’이 된 2005년의 한겨레의 위치, 신자유주의 하의 민주주의가 심화되고 있다는 현재, 민중들이 한겨레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를 ‘굿바이 한겨레’ 기획을 통해 풀어나갈 생각이다. 참세상은 이번 창간기획을 통해 ‘한겨레의 몫’과 ‘우리의 몫’을 가려낼 것이다.

창간 특별기획<굿바이 한겨레>는 다음 순서대로 연재한다.

1회 - 한겨레, 그 벅찬 전사(前史)
‘민주인사’ 3천5백여 명의 발기와 2만7천 명이 넘는 소액주주의 힘으로 세계 언론사에 유래가 없는 ‘국민주 신문’ 한겨레의 창간과 힘든 싸움을 거쳐 언론시장에 안착했다..
2회 - ‘민주화’의 도래 그리고 시작된 변모
3당합당이라는 본질적 한계가 있지만 ‘문민정부’가 출범했고 현실사회주의는 몰락했다. 더불어 재야, 노동운동, 민중운동이 아닌 ‘시민운동’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강타했다. 이러한 거시적 변화 속에서 한겨레는.
3회 - 새로운 이너서클
DJ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를 두고 파벌이 갈릴 만큼 한겨레 내부에서 그는 뜨거운 감자였다. ‘국민의 정부’ 출범 직후 재야, 한겨레 출신 인사들이 대거 정권 중심부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4회 - 상생? 상생!
한겨레는 스웨덴 발렌베리 모델과 연대임금제에 대해 소개했다. 한겨레의 자매지 이코노미21은 '발렌베리 삼성의 미래다?' 라는 제목을 뽑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2003년 7월 삼성 이건희 회장이 스웨덴 발렌베리를 방문한 이후 이런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5회 - 인간의 얼굴을 한 신자유주의 가능한가?
한겨레는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한겨레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6회 - 노동운동을 순치시켜라!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한겨레의 변화는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의 그것과도 사뭇 다르다. ‘국민과 함께하는’ 지도부가 민주노총을 장악한 이후에는 더욱 그렇다. 지금 한겨레는 노동을 향해 어떤 발언을 하는가.
7회 -‘그들’과 ‘우리’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여섯 번에 걸친 기획 보도를 정리한다. 과연 한겨레는‘우리’안에 속하는가 '우리'와 다른 '그들'에 불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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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별

    한걸레가 달리 한걸레인가?
    김대중정권 만들기, 신자유주의 정책을 나팔수, 노무현만들기... 노동자 민중들의 그 끊임없는 외침은 외면했던 신문.... 그들이 조중동을 말하지만 과연 무엇이 다를까 싶다.

    김대중은 수십만의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화시키고 비정규직, 빈곤, 우리사회의 두종류 인간사회라 말하는 양극화를 만들었던 장본인다.
    그를 한걸레는 만들었다.
    대통령 만들었던 신문....

    이제 쓰레기통에 쳐박어 버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