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15일 민주노총 임시대대 모습, 노란 완장이 '질서유지대' 완장이다 |
지난 6월 8일 민주노총 중집 회의 안건 중에 이색적인 사항이 포함 되어 있었다. ‘사무노련 교보생명노동조합 치료비 청구 요청 건’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안건의 내용은 ‘2005년 3월 15일 개최가 무산된 민주노총 35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부상당한 교보생명 김대현 교육부장과 김명곤 정책국장의 치료비 7,152,545원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비에서 우선 지급하며, 이후 재판결과에 따라 회수할 수 있도록 한다’ 였다.
이로부터 대략 일주일이 지난 후 대략 열 명이 넘는 조합원들에게 도봉경찰서로부터 출두 요구서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14일자 우체국 소인이 붙은 이 출두 요구서에는 ‘잠실 교통회관에서 치러졌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폭력 혐의로 고소된 바, 18일 오전 10시까지 도봉경찰서 형사과 폭력 1팀 출두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측과 싸움으로 경찰서 구경을 해 본 사람은 많았지만 이런 출석 요구서를 받은 건 모두 처음이라는 전언이다.
사회적 교섭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세 번째로 소집됐던 지난 3월 15일 35차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집행부 측이 동원한 질서유지대와 사회적 교섭을 막아 나선 조합원들의 충돌의 여파가 삼 개월이 지나서 다시 밀려오는 셈인 것이다.
고소인, “그 사람들을 혐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6월 8일 민주노총 중집 안건에 이름이 올라와 있고 출석요구서에 고소인으로 명기되어 있는 교보생명 김명곤 정책국장은 “당시 충돌에서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명곤 국장은 “진단은 얼마 안 나왔지만 뒷통수를 맞아 뇌출혈이 있었기 때문에 1년 동안 경과를 살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김대환 교육부장의 경우, 타박상이 있었고 진단서를 끊을 정도의 부상은 없었다고 전했다. 열 명이나 되는 피고소인을 어떻게 가려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열 명이 아니라 사진에서 보고 한 열 대 여섯 명을 고소했다”고 답했다.
그 사람들이 다 직접 김명곤 국장을 폭행했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말리지 않으면 다 공범이 아니냐”며 “그런 걸 떠나서, 개인적으로 화가 난 상황이고 그 사람들을 혐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고소를 당했어도 조사해서 당사자가 아니면 빠지면 될 것”이라고 전해 경찰을 통해 치료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신체적 피해에 대해 치료비를 받을 수도 있지만 경찰을 통해서가 아니라 합의를 통해서 해결할 수 도 있는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내가 입원한 후 민주노총 위원장, 부위원장도 문병을 오고 그 사실이 신문에도 났는데 그 사람들(피고소인)이 지금까지 연락 한 번 없다”면서 “세 달이 지나도록 연락 한 번 온 적 없는 사람들한테 합의가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신문에서 그런 기사를 본 적이 없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 “기사가 난게 아니라 사진이 다 났다는 이야기”라고 말을 바꿨다.
사진채증 통한 '아니면 말고 식‘의 무더기 고소
당연한 일이지만, 피고소인의 한 사람인 고태환 경기서부건설노조 조합원의 말은 김명곤 교보생명 정책국장의 말과 전혀 달랐다. 고태환 조합원은 “아직 출석요구서를 직접 보지는 못한 상황”이라 전했다. 현재 안산지역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고 주민등록상 거주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르다는 고태환 조합원은 “일요일 날(19일)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출두요구서가 날아왔다고 전화를 받았다”며 어이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명곤 국장을 폭행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고태환 조합원은 “당시 나도 많이 맞고 몸싸움이 있긴 했지만 직접 일대일로 충돌한 것이 한 건 있긴 있었다”며 “누가 내 뺨을 때리기에 나도 그 사람 뺨을 때렸는데 그 사람과는 바로 그 날 웃으며 화해를 했다”고 전하며 “내가 때려서 누가 뇌출혈을 일으켰다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답했다.
결국 3월 15일에 양측에서 많은 인원들의 충돌이 있었고 자신도 그 가운데 있었지만 직접 가해를 한 사실은 없다는 결론인 것이다.
앞서 김명곤 국장은 ‘피고소인 가운데 한 명인 고태환 조합원의 얼굴을 아냐’는 질문에 대해 “누가 누군지 잘 모르고 수십 장의 사진 가운데 가려 낸 것”이라며 “조사해봐서 그 사람이 죄가 없다면 아무 피해가 없을 것”이라 답했다. 결국 ‘재판결과에 따라 회수 할 수 있게 한다’ 는 민주노총 중집 결정 사항에 따라 무더기 고소가 이뤄진 셈이다.
같은 날 벌어진 민주노총 집행부의 전해투 난입 사건 처리와 너무나 대조적
한편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가 파행상을 보인 지난 3월 15일 밤에 또 다른 사건 하나가 벌어졌다. 그 날 저녁 술에 취한 민주노총 집행 간부들이 같은 건물 2층에 위치한 전해투 사무실로 들이닥쳐 기물을 파손하고 전해투가 사회적 교섭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서 대의원대회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며 전해투 회원에게 폭행을 가한 것이다.
민주노총 사무총장과 수석부위원장까지 포함된 이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전해투는 △위원장 공개 해명과 사과 △집단폭행 관련자 처벌 △전해투 상황실 집기 원상복구 를 요구했으나 민주노총 집행부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10일이 지나서 공문을 보내 '대의원대회 무산의 책임이 전해투에 있다, 관련해 사과하면 3/15폭력사건에 대한 사과 및 대처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시 전해투는 면담등을 통해 대화를 진행 할 것을 요구했으나 민주노총 집행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결국 위원장 실을 점거하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쳐, 전해투는 총파업 투쟁에 실천적으로 복무 할 것을 결의하며 민주노총 위원장실 농성을 접었다.
그 이후에 민주노총에서 어떤 입장 표명이나 보상이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 조준성 전해투 의장은 “전혀 없다”고 짧게 답했다.
사회적 교섭이 옳냐 그르냐 를 떠나서 민주노총 집행부가 자신들이 동원한 질서유지대 쪽의 치료비를 부담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그 돈을 회수 하기 위해 ‘구상권 행사 방식’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것, 이 와중에 ‘아니면 말고 식’의 고소가 횡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또한 같은 날 벌어진 민주노총 집행부가 가해자로 등장한 사건에 대한 처리와는 너무나 대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