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는 포섭하고, 사돈은 보호하고, 언론은 통제하라

대상 재조사, MBC X파일 보도불가, 금융실명제 그리고 삼성

김우중 귀국, 총기난사 사건 덕 봤던 삼성공화국론 다시 수면 위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귀국, 전방 GP총기난사 사건 등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삼성공화국’ 논란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IOC관련 월간중앙 기사 삭제 사건, 삼성그룹 이재용 상무의 후계자인 임창욱 대상 그룹 명예회장 비자금 재수사및 구속영장 청구건, 공정거래법상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규정에 대한 삼성그룹의 헌법소원 제기 건, MBC 이상호 기자의 이른바 X 파일 보도 불가 방침 건, 지난 28일 '삼성공화국'토론회에서 제기된 경제관료 출신의 현직 최고위급 관료가 지난 93년 금융실명제 실시 정보를 삼성에 유출했다는 폭로 등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의 사건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삼성공화국’론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5월말부터 6월초에 걸쳐 계열사 사장들과 구조조정본부 고위 간부들을 소집해 대책회의를 가진 삼성 측은 “단 1%의 반대세력이 있더라도 이들을 포용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상생’과 ‘나눔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고 ‘공식적 결론’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터져 나오는 사건들을 보면 ‘혹시나’했더니 ‘역시나’라는 결론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기원, “금융실명제 실시 삼성에 귀띔한 인사가 현정부 최고위관료“

  28일 열린 새언론포럼 주최의 토론회 [출처: 문화연대 웹진 '문화사회']

지난 28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는 새언론포럼 주최로 ‘삼성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와 언론’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날 토론회는 삼성 공화국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의 경연장에 다름이 아니었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특히 김기원 방송대 교수와 곽정수 한겨레 대기업전문기자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김기원 교수는 삼성이 정관계 인사들을 전방위적으로 ‘관리’해온 사실을 지적하며 “예컨대 1993년 금융실명제 실시를 삼성에게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 현재 정부의 고위 관리로 재직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경제관료 출신의 현직 최고위급 관료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김기원 교수의 발언은 ‘국민의 정부’ 고위 관료였던 해당 인사가 ‘참여정부’초기 더 높은 자리로 옮겨 앉았을 당시부터 폭넓게 제기됐던 주장을 되풀이 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권력은 삼성에 넘어갔다’는 발제문을 발표한 곽정수 한겨레 기자는 "삼성의 대정부 로비는 재경부, 금융감독당국, 공정거래위원회 등 핵심 경제부처에 집중돼 있다"며 “금융감독원 안에는 진학반과 취업반 두 가지 직원 타입이 있다고 한다"는 뼈있는 말을 전했다. 이어 ”진학반은 윗선과 삼성에 잘보여 승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며, 취업반은 평소 삼성에 잘보였다가 기관을 그만 두면 삼성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고 "이런 풍토에서 정부의 법집행이 삼성에게 공정하게 적용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기“라 맹성토 했다.

사돈도 덕 보는 삼성 파워,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과 홍석조 광주고검장

  이건희 회장의 처남인 홍석조 광주 고검장 [출처: 광주고등검찰청 홈페이지]
삼성의 파워가 사돈에게 까지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 것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비자금 조성 사건에 대한 재수사 상황이다. 지난 2002년 인천지검은 대상그룹의 비자금 조성에 대해 수사해 임직원 3명을 횡령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한 바 있다.

그러나 비자금 논란의 책임 당사자인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에 대해서는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려 실질적으로 면죄부를 내렸다. 하지만 지난 1월 서울고법은 “횡령한 72억원은 임창욱 명예회장의 기존 개인자금과 합쳐 관리되 비자금으로 은닉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결국 검찰은 지난 5월 23일 임창욱 명예회장에 대해 재수사하기로 결정했고 재조사 결과 횡령액이 당초 알려진 72억을 훌쩍 뛰어넘은 200억 이상으로 밝혀졌고 검찰은 30일 임창욱 명예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이건희 삼성회장의 사돈인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검찰의 갈짓자 수사의 중심에는 또 다른 ‘삼성가족’이 자리잡고 있다. 홍석현 주미대사의 친동생이자 삼성 이건희 회장의 처남인 홍석조 광주고검장이 바로 그 인물이다. 2002년 인천지검이 비자금 수사를 시작해 자신의 주위를 조여오자 임창욱 명예회장은 해외로 도피하기도 했지만 2004년 홍석조 당시 검찰국장이 인천지검장으로 부임한 직후, 임창욱 명예회장은 인천지검에 자진 출두했고 인천지검은 참고인 중지결정을 내리며 수사를 종료했다. 사위의 외삼촌이 지검장으로 부임한 후 임창욱 명예회장의 일은 술술 풀리기 시작한 셈이다.

현재 검찰은 임창욱 명예회장을 기소한 이후에 인천지검의 당초 수사과정을 감찰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과연 어떤 커넥션이 드러날지 지켜볼 만하다는 지적이다.

삼성공화국 힘의 압권, MBC가 이상호 X파일 보도불가 결정

최근 드러난 삼성공화국 논란의 압권은 지난 29일 미디어오늘의 보도 내용에서 드러났다. 미디어오늘은 “MBC 보도국이 언론과 권력, 재벌간의 유착의혹이 담긴 자사 이상호 기자의 미국 출장 취재내용을 보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MBC의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이상호 기자는 올 해 초 미국으로 취재를 떠나며 “그곳엔 더 큰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일생일대의 시험과 나는 맞서게 될 것”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밝히고 돌아와서는 잗“우리 시대의 자본과 언론과의 관계의 실체적인 내면을 파헤치기 위한 것이었는데, 중요한 부분은 마무리하고 돌아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상호 기자의 취재 파일이 ‘언론재벌’과 ‘재벌’에 관련된 사안이라는 추측은 애초부터 나왔지만 4개월 여동안 MBC가 그 사안을 묵혀 놓는 동안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MBC안팎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한국의 정보기관과 대통령선거 그리고 최대 재벌,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언론사가 얽힌 메가톤급 사안이라는 얼개가 흘러나오는 중 “지난 16일 MBC 보도국은 지난 16일 국장 이하 부장급 간부들을 소집해 이상호 기자의 미국 출장취재 내용의 보도여부를 놓고 회의를 가진 결과 ‘현 상태로선 보도불가'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미디어오늘은 보도했다. 그 회의의 핵심은 이상호 기자가 확보한 ‘녹취테이프’의 공개여부였다 는 것이다.

검찰과 김&장에 법률 자문 구한 MBC의 속내는 무엇?

MBC측이 사내업무팀의 추천을 받은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을 때는 ‘보도가능’결론이 나왔는데 검찰 측의 자문을 구했을 때는 ‘테이프를 공개할 경우 구속사유가 된다’는 답이 돌아왔고 국내 최대의 로펌인 김&장으로부터는 ‘민사소송에서도 패소가 유력하다’는 답이 나온 것이 보도 불가의 주요한 이유라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정보기관의 스캔들이 포함되어 있는 사안을 비공개지만 검찰측에 법적 책임에 대한 문의를 구하고 최대재벌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최대 로펌에 민사 책임에 대한 문의를 구한 것은 아예 보도할 의지가 애초부터 없었거나 아니면 ‘적’에게 무기를 넘겨준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또한 미디어오늘은 양문석 언개련 정책위원이 쓴 “MBC, 한국판 프리메이슨 삼성에 굴복선언?”이라는 칼럼을 30일에 실었다. 양문석 정책위원은 그 칼럼에서 “(이상호 기자의 취재) 내용은 미디어오늘 등에서 보도되고 언론계 주변에 퍼져 있듯이, 삼성의 구조조정본부와 중앙일보의 이름만 대면 알만한 두 사람이 나누는 이야기고, 그 이야기 중에는 삼성의 최고 권력자도 등장하며, 여야를 불문한 정치권과 정부의 핵심 권력기관들에 대한 전방위 로비설이고 보면 그 녹취록이 아무리 불법적인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내용은 국민의 알권리와 닿아 있다”며 MBC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이상호 기자, 최문순 사장 빗대 “역사는 반복된다”

  취재당사자인 MBC이상호 기자 홈페이지

한편 이 사안에 대한 공개적 언급을 피하고 있는 이상호 기자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말 못하는' 제 마음을 옛글 속에 녹여봤습니다”라며 MBC 최문순 사장이 평 기자 신분이던 지난 1988년 MBC노보에 기고한 “나는 기자도, 인간도 아니었다”라는 글을 실었다.

86년 터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을 취재하고도 보도지침과 상부의 압력에 못이겨 보도하지 못한 일에 대해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저는 기자가 아닌 것은 물론 인간이 아니었습니다”라는 자신의 자괴감을 극명히 드러낸 최문순 사장의 글을 옮긴 이상호 기자는 “역사는 끝없이 반복되는 법인가 봅니다”라며 노조위원장 출신 ‘개혁’ 사장인 최문순 사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개혁언론‘도 삼성 앞에서는...

앞서 언급한 ‘삼성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와 언론’을 주제 토론회에서 곽정수 한겨레 기자는 “한국 언론이 삼성공화국의 '선전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토론자들은 조중동 뿐만 아니라 한겨레, 경향신문과 같은 신문들조차 삼성의 광고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서 언론을 통한 삼성에 대한 견제가 제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MBC의 사례가 보여주듯 ‘개혁언론’ 도 삼성 앞에서는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말하고 ‘개혁언론’들도 삼성 앞에서는 ‘꼬리를 내리고 있다’는 결론이다.

한편 ‘동남아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29일 태국의 삼성 사업장을 방문해 “사회 공헌활동을 찾아 참여하고 지원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