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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자 중앙일보 1면 |
드디어 '제국의 역습‘이 시작됐다. 지난 21일 조선일보의 신호탄 이후 쏟아진 X파일 보도와 여론의 질타 앞에 납작 엎드려 있던 삼성과 중앙일보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X파일 녹취록에 나타난 바, 중앙일보가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 배달부로 나섰던 것처럼 ’제국의 역습‘에도 역시 중앙일보가 선봉장으로 나섰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다음 날인 지난 22일, 중앙일보는 ‘YS 때 안기부 불법도청 / 국정원, 진상 조사 착수’, ‘법원, MBC 상대 방송금지 가처분신청 대부분 인용 "불법도청 내용 방송 말라"’는 간략한 2건의 기사로 타 언론사와 달리 ‘준법정신’을 강조하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이상호 기자가 직접 뉴스데스크에 출연하고 조선일보에 선수를 빼앗긴 MBC가 메인 뉴스 시간의 2/3 가량을 할애해 ‘X파일’ 내용을 집중 소개한 다음 날인 23일 중앙일보는 ‘다시 불거진 안기부 불법도청’라는 제하로 3면을 통틀어 ‘노대통령 유세 때 "나도 당한 사람" / 과거정권 불법도청 실태’, ‘검찰 "불법자료…무슨 근거로 수사"’, ‘"휴대전화 도청 가능해져 유선 도청팀 '미림' 해체한듯’, ‘삼성 "MBC X파일 보도 법적 대응"’ 등의 기사를 무더기로 실었다.
삼성계열사 연루된 ‘연예인 X파일’ 언급한 중앙일보
X파일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홍석현 주미대사와 이학수 삼성 구조본 본부장의 가처분 신청, 삼성의 법적 대응 의사를 주요 내용으로 포함 시킨 중앙일보는 ‘X파일, 도청 진상규명이 먼저다’라는 사설에서 "밝혀져야 할 진실의 첫째는 도청이다. 문제의 본질 또한 그것이 되어야 한다"며 "은밀히 도청된 녹음테이프에 실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실인 양 아예 치부하는 풍조가 없어져야 한다"고 강변했다.
또한 중앙일보는 "몇달 전 '연예인 X파일'이 장안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당시도 진실 여부와 알 권리 문제가 공론화됐다. 과연 진위 판단 없는 알 권리가 우선시될 수 있는지 냉정히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몇 달 전의 ‘연예인 X파일’은 바로 삼성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의 ‘오더’로 작성된 문건이라는 점을 중앙일보는 간과했다.
소송제기 못하면 회사 나간다는 이종왕 삼성 법무실장의 과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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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실과 구조본이 입주해있는 삼성본관 |
노무현 대통령의 사법시험 동기로 탄핵 당시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일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이종왕 법무실장은 국내 최상위급 로펌 규모라는 삼성 법무실을 이끌고 있다. 또한 이종왕 법무실장은 김대중 정권 당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을 맡으며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깊숙이 참여하게도 했다.
물론 당시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삼성의 자금이 이회창 후보 측에 흘러간 사실은 밝혀내지 ‘못’했다. MBC에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면 회사를 나가겠다는 이종왕 법무실장이 대검수사기획관 재직 당시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 유입사실을 밝혀내지 못해 검찰 옷을 벗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SBS, 미림팀 팀장 인터뷰 단독 보도
24일, SBS 8시 뉴스는 ‘미림’팀 팀장인 전직 국정원 직원 공모씨와의 단독 인터뷰를 방송했다. 공모씨는 ‘X파일’이 미림팀의 작품임을 시인하면서 "당시 미림팀은 정·재계 인사는 물론 중앙일보 뿐 아니라 다른 언론사 임원들도 도청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미림팀에 대해 파헤치려 들지 말라"며 "진짜 우리 같은 사람들 흥분시키면 진짜 언론 재갈 다 물려 놓을 거“라고 경고한 공모씨는 "똥물이 어디로 튈 지 몰라. 조선일보, 동아일보 이것들이 지금 제 정신이 아니야. 자기들은 가장 정도를 걸어온 것처럼 하는데 나는 정말 그거 보고 역겨워”라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향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중앙 VS 조선·동아, 전면전 벌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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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자 중앙일보 3면 |
SBS의 이 보도는 중앙일보에게는 천군만마 격으로 다가왔다. 역습의 단초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중앙일보는 25일자 신문을 통해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25일 중앙일보는 1면 머릿기사 제목을 ‘입 열면 안 다칠 언론사 없다’는 공모씨의 발언에서 따와 실었다. 3면에서도 ‘조선·동아 지금 제정신 아니야…역겨워’라는 공모씨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은 중앙일보는 ‘한 쪽 초상났다고 좋아서 그러지 마라 다 자유로울 수 없다’는 공모씨의 발언을 카피로 뽑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1면에 ‘다시 한 번 뼈를 깍는 자기 반성하겠습니다’라는 면피성 사설을 실었지만 “홍 전 회장은 1999년 탈세 혐의로 구속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말이 '보광 탈세' 사건이지 사실은 선거에서 상대 진영을 도왔다는 괘씸죄였습니다”라며 지난 1999년의 탈세 사건 까지도 ‘정치보복에 의한 피해’로 포장하며 변명으로 일관했다.
결국 공모 씨의 발언을 지상중계하다시피 한 25일자 중앙일보의 무더기 보도는 독자를 향한 것이 아니라 동업자들을 향해 ‘향후 전면전을 벌일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인 셈이다.
X파일의 한 꼭지를 채우고 있는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언급된 부분은 모른 채 하고 중앙일보를 향해 점잖게 “무대 뒤 자금 전달창구역을 하면서 정보까지 넘겨준 언론사주의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 사회 지도층의 겉과 속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가 하는 생각에 허탈해하고 있다”고 훈계했고 삼성의 사돈 회사인 동아일보 역시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삼성 고위인사와 나눴다는 충격적인 대화 내용에 접하면서 국민은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라는 냉정한 자세를 견지했다.
중앙일보가 선봉에 나서자 삼성도 힘을 얻기 시작했다. 25일 한 삼성관계자는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과의 통화를 통해 “X파일을 보도한 언론사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룹 내에서는 테이프 내용의 진실 여부는 차치하고 불법적으로 작성된 기록을 불법적으로 취득해 보도한 언론사들을 그냥 둘 수 없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또 하나의 삼성 가족‘ 검찰, “수사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또 하나의 삼성 가족’이라는 비아냥까지 받고 있는 검찰도 나섰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25일 기자들에게 “불법 수집 증거는 증거 능력이 없다”며 "그것을 토대로 수사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 명목으로 돈을 받은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 언론 보도를 통해 들어본 바에 의하면 떡값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수사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지난 2002년 대검 중수부장을 맡으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걸씨가 삼성으로부터 5억원을 받은 사실을 밝혀 김홍업씨를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증여세 탈세등의 혐의로 구속한 바 있다. 그러나 삼성이 준 5억원의 대가성 여부, 그 돈의 출처에 관한 배임, 횡령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110명의 변호사를 자랑하는 삼성 법무실의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면 옷을 벗겠다’라는 비장한 각오와 김종빈 검찰총장의 예단으로 미루어 볼 때 이번 X파일 사건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대한 여론의 환기를 불러일으킨 사건으로 종결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삼성은 이미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공정거래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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