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대표, 6자회담 휴회에 대해 엇갈린 반응

휴회 기간 동안 쟁점사안에 대한 자국정부 설득 여부가 관심사

13개월만에 재개되서 13일 만에 휴회된 6자회담

13개월 만에 재개된 회담이 13일 만에 휴회된 7일, 북미를 비롯한 6자회담 당사국들의 입장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북측의 핵무기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견의 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경수로로 대표되는 평화적 핵개발 부분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당사국들은 입을 모았다. 결국 회담 시작 전부터 제기됐던 ‘평화적 핵이용’ 부분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예상대로 맞아 떨어진 셈이다. 또한 이번 6자 회담에서는 한국정부가 내놓은 ‘중대한 제안’(대북직접송전)은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회 직후 주요 당사자인 북미 양국의 대표들은 서로 상대방을 비난했지만 날선 언사를 쏟아내던 종전의 모습과는 달리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 회담 재개 전망을 높이기도 했다.

김계관, “미국과 한국도 비핵화 해야”

6자 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6자회담 휴회의 책임이 미국측에 있다고 밝히며 한국에 대해서도 한반도 전역의 비핵화를 약속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회담이 휴회된 지난 7일, 베이징 북한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김계관 부상은 “우리는 국제적 규범에 맞게 움직일 준비가 됐다”며 “미국이 평화적 핵활동은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핵화 실현을 위해 미국이나 한국이 할 일이 따로 있다”며 미국을 향해서는 “미국이 근본적으로 우리의 핵무기 개발 열의를 없애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북에 대한 위협을 없애고 북한을 치지 않겠다는 공약과 함께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체제 안전 보장을 주문했다. 또한 남측을 향해서는 “남조선은 핵무기가 없다는 것을 검증해야 하고, 앞으로 들여오지도 않을 것을 공약해야 한다”며 “비핵화는 북한만 핵무기를 내놓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한국도 같이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이 밖에도 김계관 부상은 29일로 예정된 회담 재개 이전에도 당사국들과 쌍무접촉을 지속할 것을 공언했다. 김계관 외상은 휴회기간 동안 첫 번째로 일본과 만나 회담 관계의견 뿐 아니라 관심사항도 들을 것이라 밝혀 일본측의 최대 관심사인 ‘납치문제’에 대한 의견도 나눌 수 있음을 시사했다.

크리스토퍼 힐, “경수로 문제는 회담의 의제가 아니다”

  회담장인 조어대에서 심각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크리스토퍼 힐 [출처: 뉴욕타임스]
같은 날 자신의 숙소인 베이징 시내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경수로를 비롯한 평화적 핵이용은 회담의 의제가 아니라고 강조해 북측과 큰 대립각을 세웠다. 힐 차관보는 "북한은 평화적 핵에너지 이용권을 보유하고자 했고 경수로를 고집해 공동문서에 담기를 원했다"며 "그러나 경수로 문제는 우리의 의제에 올라와 있지 않았고 다른 참가국들은 경수로의 의제화를 원하지 않아 북한은 다른 참가국들과 괴리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많은 문제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강조한 힐 차관보는 "우리가 8월말까지 합의를 이뤄낸다면 9월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며 우리는 5차 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빠르면 가을 또는 9월이 될 것"이라고 향후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힐 차관보는 회견 말미에서 “북한 대표단이 평양에 가서 경수로 문제는 미국의 의제에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며 그래야 다음 회담에서 또 다시 13일을 허비하지 않게 될 것"이라면서 "다시 만났을 때는 이 문제를 풀고 싶다"고 다시 한 번 북측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우다웨이, “어느 날에는 반드시 합의에 도달할 것”

이번 회담의 의장국으로 자칫 난항에 빠질 뻔한 회담에 휴회라는 돌파구를 제시한 중국 측은 회담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중국측은 수정 초안까지 내놓으며 실질적 성과 도출을 위해 노력했지만 종전과 마찬가지로 의장성명에 그친 것에 대해 실망스러운 기색을 보일 듯도 했지만 애써 이를 숨기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중국측의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은 “물론 중요한 이슈들에 대한 각국의 이견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우리는 6자회담 대표자들이 그 차이점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우리가 산을 올라가고 있다고 가정할 때 이미 정상이 보이고 있다”며 “이제 우리가 좀 더 부드럽게 정상에 도달할 수 있도록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며 휴회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나는 이번 4차 6자 회담에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확언할 수는 없지만 어느 날에는 반드시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긍정적이지만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휴회 선언이 나오기 전인 7일 오전, 중국 언론들은 일제히 휴회 가능성을 알렸다. 신화 통신, CCTV등 중국 국영 언론사들은 민간 전문가들을 출연시켜 북핵 해결의 관건은 결국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한반도에 대한 냉전적 사고에서 탈피, 대북정책에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발언을 전해 중국 정부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피력하기도 했다.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본국정부와 협의해 남은 문제 해결해야"

한편 중국측의 휴회 제안에 적극적으로 동의한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외무차관은 "휴회는 각국 대표단이 자국정부와 함께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풀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며 현재 상황에서 합의를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또한 “주요 당사자(북, 미)들이 본국 정부와 협의 없이는 남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포괄적 협상권이 없는 각국 대표들이 전화등을 통해서만 자국 정부와 연락을 취할 것이 아니라 돌아가 직접 정부를 설득하고 돌아올 것을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러시아 언론들은 미국측의 강경한 태도가 회담 휴회의 원인이라고 분석하는 모습들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은 ‘내 코가 석자’신세

우여곡절 끝에 재개된 6자회담 들머리에서부터 ‘납북자 문제’를 제기하려다 미국으로 부터도 환영을 받지 못해 ‘왕따신세’가 됐던 일본의 공식적 반응은 주요하게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현재 일본은 최대 관심사였던 UN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무산이 확실시 되는데다가 고이즈미 정부가 명운을 걸고 추진했던 우정사업 민영화 방안이 8일 일본 참의원에서 여당인 자민당의 대거 반란표 제출로 인해 부결되어 의회 해산과 총선 실시 조짐이 보이는 등 국내외 산적한 문제로 인해 당장은 6자 회담에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어 보인다는 분석이다.

송민순, “다음 회담은 중국의 4차 초안에서부터 시작한다”

6.15 5주년 방북, 대북 전력 직접송전 제안등을 통해 6자 회담 재개에 큰 몫을 한 한국정부 역시 회담 교착의 원인이 북의 평화적 핵개발에 대한 의견 차이임을 인정했다.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전반적으로 합의된 것은 아니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원칙과 목표에 대부분 의견접근이 됐다"고 전제하면서도 "북핵폐기의 범위와 그에 대한 상응조치, 그 가운데 특히 핵에너지의 평화적 사용문제에서 의견 접근을 보지 못했으며 다음 회담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또한 그는 "이번 회담에서 각측의 입장을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됐고 아직 충분한 의사소통이 안됐지만 상당히 필요한 수준까지 각측간 의사소통을 이룬 게 큰 성과"라며 "다음 회담은 중국의 4차 초안에 기초해 출발할 것이며 새로운 출발이 아니고 한마디로 지금 과정의 지속"이라고 회담 휴회와 재개가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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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 6자회담 , 평화적 핵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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