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열사를 보낸다

10일 고 김동윤 열사 전국노동자장으로 치러져

“이제 동지여 잘 가시라. 화물노동자의 영원한 벗이 되었다. 열사여 고이가소서”


또 한명의 열사를 보냈다. 유류보조금 압류 등으로 인해 분신자살한 화물노동자 고 김동윤열사의 영결식이 숨진 지 28일 만인 10일 전국노동자장으로 치러졌다. 장례식은 오전 7시 발인제를 시작으로 영결식과 노제를 거쳐 김주익 열사와 곽재구 열사가 묻힌 경남 양산 솥발산 묘지에 고인을 안장하는 차례로 진행되었다.

장례식에는 ‘화물노동자 생존권과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분신항거한 김동윤 열사 장례위원회’ 공동장례위원장인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를 비롯 전국 노동조합, 노동시민사회단체로 대표로 구성된 장례위원들과 노동자 등 1,500여명이 참석했다.

“내 생때같은 자식, 누가 보냈노!”

  김동윤 열사 발인,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오전 7시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부산의료원에서 유가족과 화물연대 조합원 50여 명은 “내 생때같은 자식, 누가 보냈노! 이 늙은 어미는 어찌 살라고 너 먼저 가노!”라며 울부짖는 고 김동윤 열사의 어머니 윤분선 씨의 통곡소리만 황망히 울리는 가운데 발인제를 진행했다.

이후 오전 8시 부산의료원 밖에서 고 김동윤 열사의 운구를 기다리던 조합원 1500여 명은 유가족과 결합하여 영결식을 거행했다. 정호희 화물통준휘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영결식에서 김석준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추석 앞두고 환급받은 유류보조금을 압류당하는 현실, 아무것도 나아진 것이 없다”며 “동지여 미안하다. 그러나 더이상 절망만하지 않으련다”고 추모사를 읊었다.

또한 최용국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동지가 떠난 후 어머니께서 이제야 알았다며 남은 화물 노동자들이 너와 같은 것을 이제야 알았다고 말했다”며 “김동윤 열사의 모습이 곧 우리의 모습”이라고 전했다.

  신선제부두 노제에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가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 김동윤 열사가 분신한 신선대 부두에서 치러진 노제에서 이수호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가 물류중심국가를 외치면서 정작 화물노동자들에게 물류비용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화물연대와 노정간의 합의마저 어기고 화물노동자들을 배신했다”고 말했다. 또 이수호 위원장은 “1400만 노동자의 투쟁으로 4000만민중의 투쟁으로 세상을 바꾸는 싸움을 한판 벌여 나가겠다”고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김종인 화물통준위 위원장은 “살아남은 우리들이 동지께서 이루고자 하셨던 그 뜻을 반드시 이루어내겠다”며 “사랑하고 아끼던 가족들은 저희에게 맡기고 부디 편히 쉬시라”며 추모사를 낭독했다.

  신선제 부두를 거쳐 광안대교로 이동중인 장례행렬
한편 장례행렬은 노제를 마친 신선대 부두에서 행진을 시작하여 광안대교에서 버스로 솥발산까지 이동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수백 명의 조합원들이 신선대 부두와 광안대교 등에서 “그를 이대로 보낼 수 없다”며 두 차례 장례행렬을 막기도 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김동윤 열사를 이렇게 보내려고 30일 동안 차가운 냉동고에 넣어놓았냐”며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는 현재까지도 일하고 있는 화물노동자들이 있는데 말도 안되는 정부안은 받아놓고 도대체 총파업은 언제할 것이냐”며 현 집행부가 투쟁의지가 없다고 다그쳤다.

조합원들은 “총파업을 원하는 목소리들이 이렇게 많은데 현 지도부는 동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투쟁을 회피하고 있다”며 “6일 장관과의 면담에서도 느꼈겠지만 교섭은 더이상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도 도대체 얼마의 노동자들이 더 죽어야 투쟁을 할 것이냐”고 분노를 터트렸다.

그러나 “좋은 시간에 김동윤 열사를 보내고 싶다”는 유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막았던 길을 열어 계획보다 1시간이나 늦어진 3시, 마지막 장례절차인 고 김동윤 열사의 하관식이 치러졌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조합원들은 집행부의 사퇴와 사과, 즉각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촉구하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노제를 마치고 행렬하려는 장례행렬을 막은 조합원들 "그를 이대로 보낼 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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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 김동윤 , 전국노동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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