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 대주주, 인력 조정에 맞서 싸운다

[인터뷰] 김정규 하나로통신노동조합 위원장

번화한 시청, 화려한 호텔 뒤에 위치한 하나로 통신. 창립 7년차, ADSL을 첫 시장화에 성공한 독보적인 IT 업체였다. 그러나 2003년 유동성 위기를 겪던 하나로텔레콤은 이례적인 소액주주 운동을 펼치며 AIG, 뉴브릿지 컨소시엄을 구성한 외국자본을 유치했다. 당시 외자는 "회사의 미래 발전을 위해 장기 투자하겠다"고 공표하며 장미빛 희망을 남발했다. 그러나 그 약속이 단계를 밟기도 전, 대주주는 시세차익을 챙기려는 행보를 하고 있다. 그 슬림화의 첫 단계로 2단계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 되고 있는 상황이다. 9일 현재 24일차 철야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노총 소속 하나로통신노동조합을 방문 관련 한 얘기를 들어봤다.

  하나로 노동조합 앞에는 투쟁상황을 알리는 플랭카드가 붙어 있다.

  지난 1일 집행부 삭발식 투쟁장면


외자유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하나로통신(전신 하나로텔레콤)은 1997년 제 2시내전화사업자로 창립된 후 전국적인 전화 및 인터넷망을 확보하고 국내 최초로 ADSL서비스를 공급했다. 초기 전국적인 통신망 및 통신장비의 구축, 초기 가입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 및 영업비용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결국 2003년 초부터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2003년 한 해 동안 약 5천억 원의 채권이 돌아왔다. 회사 경영자들은 대주주였던 국내재벌그룹을 면담해 추가투자를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LG그룹은 칼라일 그룹과 연합한 유상증자(안)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LG그룹의 통신계약사의 부실을 떠넘기기에 다름 아니었고, 노동조합을 비롯한 하나로텔레콤 노동자들은 LG그룹의 제시안을 거부하고 외자유치를 지지하게 된다.

주주총회의 표대결에서 하나로텔레콤 노동자들은 13만 소액주주들을 일일이 방문, 전체 지분의 약 26%에 달하는 위임장을 확보하며 주총 투쟁을 이끌게 된다. 또한 당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뉴브리지캐피탈 박병무 대표는 '한국통신 시장의 발전과 하나로통신의 발전을 위해 10년 이상 장기투자하겠다'는 내용을 언론에 공표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유통성 위기의 상황 속에서 장기투자 및 기업발전을 약속하는 외국자본의 제안을 회사와 노동자들이 '궁여지책'으로 받아들였고, 국내재벌의 반대를 극복하고 외국자본을 유치하게 된 사연이 있는 사업장이다.

외자를 믿었다, 그러나

그러나 대주주가 된 외국자본은 당초 약속과 달리 임원에게 막대한 규모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의욕적으로 준비하고 있던 휴대폰 인터넷(WiBro)사업을 포기하는 등 기업의 장기적 발전보다는 단기 수익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지난 8월 윤창번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하고, 그 전후로 회사는 외국인을 부사장으로, 인사전문가를 인사책임자로 외부에서 영입했고, 두루넷 통합시 유휴인력 발생 등을 이유로 인원감원을 올해 내 실시하겠다고 공표 했다. 이후 9월 6일 임원 전원이 일괄사표를 제출하고, 이후 CTO 등 19명의 임원들도 보임해제 및 대기 발령의 인사 조치로 인해 임원급의 50%가 정리되게 된다.

9월 15일 개최된 2005년 1차 임금단체교섭 및 3분기 노사협의회에서 노동조합은 인력감원 계획에 대해 질의를 했다. 그러나 회사는 '법이 허용하는 모든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답하며 인력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이후 임원-실팀장-직원을 50%-30%-20% 자른다는 설이 돌고, 250명 감원설 등 온갖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노동조합은 10월 1일 '고용안정 사수를 위한 투쟁결의대회'를 동작국사 앞에서 개최하는 등 인위적인 인력 조정은 '안된다'는 입장을 거듭 주장했다.

  김정규 하나로통신노동조합 위원장
김정규 위원장은 "현재 주력사업인 초고속 인터넷이 점차 경쟁이 심화되고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는 특별한 호재가 없는 상태에서 대주주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인력조정이라는 관측이 있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자본 대부분이 지분 처분시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해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음은 주지의 사실 아닌가. 결국 지금 하나로 텔레콤히 하려고 하는 구조조정 방안은 시세차익을 챙기려는 일환으로 회사를 팔기 위한 슬림화의 기본 단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회사는 '직원명예퇴직관련 노사협의 요청 공문'을 노동조합으로 보내와 명예퇴직 계획을 공식화했다. 그리고 "손익분기를 위해 50% 감원해야 하나 많은 고민 끝에 25% 감원 결정했다"는 내용을 공표한다.

김정규 위원장은 "사측은 25%, 정규직 인원의 375명을 명예퇴직 및 정리해고를 하겠다고 한다. 물론 200여명 있는 계약직의 경우는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아 자동 퇴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조합,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지 않는다

현재 이사회 11명 중 6명이 외자 컨소시엄에서 지정한 사람들이다. 사실 구성인자들을 봤을 때 외자가 결정하면 그대로 관철될 상황이다.

이후 노동조합은 16일 간부 삭발 투쟁을 비롯해 17일부터 준법 투쟁에 돌입, 24일 25일 노동조합은 임시총회를 개최, 파업찬반투표 돌입 총인원 1,234명 중 1,161명 투표(94.1%), 992명 85.4%이 파업에 찬성 가결 시키는 등 투쟁의 수순을 밟고 있다. 또한 참세상이 방문한 9일은 회사측이 최후 통첩을 하며 '명예퇴직 실시 공고'를 내 상황이었다.

김정규 위원장은 "파업 돌입시기와 방법은 집행부에 위임되어 있다. 10일 쟁의 조정에 들어가 수순을 밟아 정당한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할 계획이다. 전면 파업 돌입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투쟁 장면

  하나로 통시 본사에서 진행된 중식집회 모습

인력감축이 전제라면 어떠한 협상도 불가능하다

현재 노동조합의 요구는 '인위적인 인력 감원을 저지하는 것'이다. 회사측에 전했던 입장도 "정리해고 없음을 대내외적으로 공식 표명하고, 이후 자구책을 공동으로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김정규 위원장은 "회사 경영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노동조합에서 다양한 비용 절갑 방안을 논의 할 수 있다는 입장도 전했다. 하지만 회사는 무조건적인 인력 조정을 하겠다고 한다"며 답답한 속내는 드러냈다.

결국 1단계 임원 정리, 2단계 정규직및 비정규직의 자동해지 3단계로 남은 노동자들의 임금 반납 및 복지혜택 후퇴 등 비용 절감을 추구 할 것은 타 사업장의 사례를 봐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사실 하나로통신의 경우 2003년 10월 명예퇴직 하는 과정에서 전임 노동조합과 사측은 '2005년 이후로 명예퇴직을 할 경우 노사합의로 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로통신 사측은 9일 노동조합과의 교섭 무산을 선언하고, 일방적으로 25% 명예퇴직안과 일주일의 시한을 주며 '15일까지 신청할 것'의 내용을 공지 했다.

김정규 위원장은 "조합에 원칙이 있다. 조합원 1300명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회사와 적당히 타협할 수가 없다. 회사가 계획대로 간다하니 노동자들도 계획의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현재 노사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키고 있는 근본적 책임은 회사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정규 위원장은 "회사는 경영상의 사유를 들며 구조조정과 이를 둘러싼 노사갈등의 문제로 협소하게 몰아가려 하지만 실제 이는 해외투기자본 및 그 이익을 대변하는 경영진과 공공성을 지닌 통신기업을 지키고 발전시키려는 노동자간의 싸움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로통신 노동조합은 짧은 역사여도 많은 파고에 조합원들이 슬기롭게 잘 넘겼고, 대처를 해 왔다. 이번에는 어려운 파고는 상당히 높은 파고다. 결연한 의지를 갖고 있다. 당장의 힘이 부족해서 쓰러질 수는 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려 한다"며 앞으로 결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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