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비상시국, 가라앉은 투쟁 열기 불을 당겨야"

[인터뷰] 이경수 '비정규직철폐 현장투쟁단' 공동단장

  비정규직철폐 현장투쟁단 농성장 모습

지난 해 겨울, 여의도 국회 앞에 무려 15개의 농성 천막이 '러시'를 이뤘던 것보단 덜하지만 올해 겨울 역시, 다르지만 같은 목적으로 많은 천막들이 국회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깃발과 플래카드, 각종 선전물을 꼼꼼히 살펴보는 데만도 제법 시간이 걸리고 하루 3건 이상의 집회가 꼬박꼬박 열리고 있는 여의도 국회 앞은, 처음 방문한 노동자라면 어디로 가야 할지 허둥댈 정도로 정신없는 모습이지만 매일의 선전전과 집회와 투쟁과 토론과 회의의 거점 노릇을 하고 있는 각각의 농성장들로 인해 바쁘고 활기차다.

제목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갖고 있는 '비정규직 보호입법안'의 통과가 임박하자 민주노총이 시국 농성에 들어가 있는 상태고, 이를 전후해 농성에 돌입한 곳이 '서울공투본'과 '비철현투단'이다. '서울공투본'은 전비연과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주축이 되어 있고, '비정규직철폐 현장투쟁단'은 지역과 현장, 정치조직 등 30여 개 단위와 개인이 모인 곳이다.

민주노총 충남본부장직을 사퇴한 후, 교육도 다니고 현장 조합원들을 만나 고민도 듣고 조언도 받고 자신의 운동에 관해 고민하느라 직책을 맡았을 때보다 더 바쁘게 지냈다는 이경수 전 충남본부장이, 현장투쟁단의 공동단장을 맡아 24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농성장을 방문했다.

집회투쟁에 연대하고 막 돌아온 현장투쟁단은 두 동의 천막 중 한 동에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 단식자들은 다른 한 곳의 천막에서 소금을 찍어 먹었다. 이경수 공동단장은 단식의 의미로 "우리 내부를 향한 외침"과 "자기 결의"의 두 가지를 들었다. 다음은 이경수 공동단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현장투쟁단은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쳐서 꾸려졌으며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

거슬러 올라가자면,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해 반대했던 사람들로 볼 수 있다. 강승규 비리사건이 터지면서는 민주노총 집행부의 태도를 바라보면서 문제를 제기했던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노동운동의 위기상황을 걱정하고 혁신을 실제적으로 고민하고자 노력해 왔다.

당면한 비정규법안의 개악과 맞물려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 하고 있었는데, 민주노총에 비대위가 꾸려진 상황에서 공식 회의를 통한 총파업이 힘있게 준비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럼 운동을 제대로 해보자, 위기상황을 혁신으로 돌파해야 한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당면한 투쟁에 앞장서서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스스로 혁신과 계급운동을 주장한다면, 말이 아니라 실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총파업을 끌어냈음 좋겠다, 투쟁 열기에 불을 당겨보자 하는 의미를 가지고 출발하게 된 것이다. 그러기 위해 몇번의 토론을 거쳤다. 민주노총 비상사태에 대한 토론도 있었고, 소위 말하는 좌파 활동가들 토론도 했고. 이것들을 거치면서 향상된 흐름에 동참하는 단위들이 자연스럽게 고민하면서 모이게 됐다. 참가단위 수는 공식적으로는 어제까지 33개 단위고 제안하고 추가할 곳이 아직 많다.

민주노총도 비정규법안 관련해서 농성에 들어가 있고, 전비연과 서울본부도 '서울공투본'을 꾸려 민주노총과 별도로 농성투쟁을 하고 있다. 이 두 곳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하고 있으며,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실천의 구상은 있는지 궁금하다

어떤 관계냐는 중요하지 않다. 현재의 정세를 돌파하기 위해서 자기 고민이 있는 단위들이 모여 고민한 만큼 표출하는 것이고 그것이 천막농성의 형태로 모여 있는 것이다. 명칭이 어떻든지간에 자기 계획이 세워진대로,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함께 협력하고 투쟁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저간에 민주노총의 혁신문제를 이야기하고 토론했던 세력들을 이상하게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를 불식시키자는 의미에서도 민주노총의 투쟁에 선봉에 서겠다, 열심히 해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는 다른 대오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딱히 관계 설정을 어떤 식으로 맺어야 한다는 것은 어색하다.

구체적으론 민주노총 조직의 공식 행사, 집회 투쟁에 선봉대오로써 함께 하는것을 목표로 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고, 2시 집회나 7시 집회에 함께 하고 있다. 나머지의 비는 시간을 이용해서 현장투쟁단의 독자적인 활동인 아침 선전전과 투쟁사업장 연대 방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공투본과는 23일 투쟁을 함께 했고, 오늘 아침 집회와 KTX여승무원 투쟁에 같이 참여했다.


민주노총에서 집단 사직한 동지들이 현장투쟁단에 참여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당시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그들은 이수호 집행부 사퇴 이외에도 조직의 혁신과 민주노조운동 정신의 복원을 이야기했었다. 현장투쟁단은 그런 문제의식을 어떻게 녹여내고 있는지

'혁신'을 말하자면 폭이 무척 넓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답하기가 쉽지는 않다. 혁신과 관련해서, 실제로 지금 민주노조운동의 총체라 할 민주노총이 올바른 민주노조운동을 정신 구현해 왔느냐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지금의 행태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혁신이 될 수 있겠다. 투쟁으로 돌파할 사항을 협상으로 돌파한다든지, 실리주의에 만연해 있다든지, 담합과 비리에 물들어 있다든지 그런것을 벗어나고 깨 나가는게 혁신의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주장만이 아니라 당면한 과제에 대한 투쟁을 통해 혁신이 이루어질수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조직적, 문화적 등의 과제가 있다면 그것과 관련해서는 현장투쟁단에서 여러 단위들이 올라오면 우리가 토론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첫째주에는 비정규직 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 문제로 토론하고 두번째주부터는 노동운동의 혁신문제를 가지고 토론한다. 정치조직, 현장활동가 조직 등 각 단위조직들이 다 모여 있기 때문에, 그 단위에서 자기 고민과 과제를 제출해 토론하도록 하고 폭을 넓혀가려고 한다.

그렇다면 현장투쟁단이 비정규법안 관련 투쟁 이후에도 '혁신'과 관련한 활동을 지속해 나갈 생각인가

경계를 가르기가 쉽지는 않다. 실제로 처음에 준비할때는 하반기 투쟁과 관련해서 활동가대회를 준비했었다. 그 힘으로 총파업을 현장에서 조직하자는 것이었는데, 강승규 비리사태가 터지면서 급격히 민주노총 내부의 문제로 대응하다보니까 시기를 놓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파업을 제대로 만들어내야 할 자기 과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하기 위해서 농성투쟁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 그것만 진행하느냐고 묻는다면 이 투쟁을 촉발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며 한편으로 현재 우리가 대적전선 뿐만 아니라 내부 혁신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투쟁의 과정 속에서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장투쟁단 자체는 한시적인 조직이다.

임성규, 김창근 공동단장과 함께 24일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전체 공동단장의 단식은 28일부터 들어간다고 하는데, 먼저 단식에 돌입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순차적으로 들어가는게 어떠냐는 제안이 있었다. 이미 사퇴한 본부장, 정치조직의 대표, 이런 사람들이 단식에 들어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단식은)내부를 향해 제안하는 목소리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투쟁의 동력을 모아내기 위한 노력이므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판단이 들면 조직적 논의를 거쳐 단식을 풀 것이다.

강력한 총파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현장을 조직하고 선봉 투쟁을 결의하는 등의 현장투쟁단 활동 방향과 '단식 투쟁'은 언뜻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소극적인 전술이 아니냐는 제기도 있을 수 있는데 굳이 공동단장 단식에 돌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어제 단식에 들어간 3인이나, 앞으로 들어가기로 계획 잡고 있는 공동투쟁단장들이나, 개별적으로 보면 단식을 전술로 채택하기 좋아하는 동지들은 없다(웃음). 질문한 것과 같이 '단식 투쟁 전술'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평가가 있을 수 있겠다. 단위사업장에서는 단식을 통해 교섭을 만든다든가 그렇게 하는데, 우리의 단식은 지금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보다는 우리 내부를 향한 외침이랄까, 그렇게 봐줬음 좋겠다.

현장 간부들과 조합원들에 대해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작은 입장의 차이나 처해진 상황을 조금더 벗어나서 전체 계급적 관점에서 위기상황을 함께 돌파하자, 이런 내용의 내부 동지들을 향한 외침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조합원 뿐만 아니라 각계에서 적어도 이렇게 우리 사이의 비정규직 문제가 대책없이 확산되는 것들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문제제기 하는 분들이 함께 동참하는 계기를 확보해보려고 한다. 더불어 공동단장들의 자기 결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장으로부터 어느 정도 호응은 있는지

일정을 보면 2박 3일이나 1박 2일간 간부들이 올라오면 실천활동을 하고, 저녁에 평가와 토론을 통해 현장에 돌아가면서 자기 과제를 부여받는다. 그게 반복되어 농성장이 지속 운영되면 한 두번 온 동지들로부터 불어나서 확산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농성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진행한 투쟁, 민주노총 상황, 이런 것들을 참석한 활동가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매일 전달하고 농성속보도 전달하고 해서 긴박한 상황을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 얼마나 성과를 나타내고 있느냐고 한다면 아직은 초기 상태다.

현장투쟁단의 농성을 구상했을 당시와 실제 운영하고 있는 지금 달라진 상황은 무엇이며 어려움은 없는가

처음엔 상시 대오를 200명 정도 유지해보자고 했었다. 이번 주가 첫 주기 때문에 이번 주 지나면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채워내지 못하고 있다. 한편으론 농성투쟁을 결의한 단위들의 역량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비정규법안과 관련된 민주노총 내의 분위기가 바닥에 머물러 있다는 것의 반증이다. 발생할 수 있는 독자전술을 잡아놓은 것이 있는데 숫자가 적어짐으로써 이번 주에 못하고 있다. 다음 주 정도 되면 시도하려고 한다.

교섭과 비정규법안 관련해서도 협상 진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하는 문제도 고민하고 그런 통로를 확보하려고 한다. 구체적으론 농성장 천막을 치고 있는 단위 대표들이 민주노총과 모여 투쟁과제 뿐 아니라 내용을 모아내고, 교섭 관련 상황을 공유하고 그러다보면 입장을 표출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공투본에서는 노동계가 제시한 비정규법안 관련 최종 제시안이 노동자들의 요구에 크게 못 미친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장투쟁단에서는 법안의 내용과 관련해서 어떻게 논의하고 있나

현재 비대위가 구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비대위가 비정규협상과 관련해 실제로 민주노총이 애초에 요구했던 최초의 안, 또는 민노당에서 입법 발의한 보호법안 정도의 수준을 지켜낼 수 있을것이냐 하는 문제가 여전히 걸려 있다. 당연히 현재 진행되는 협상과 관련해서는 미흡하다고 보는데, 지적하는 것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어떻게 바꿔낼거냐 하는 고민이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최선의 방법은 우리 입장에서는 이 협상을 중단하고 정부가 내놓은 법안을 폐기하라고 요구하고 싶다. 그 주장을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표출할 건가의 문제도 있고 한 두 사람, 한 두 조직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편으론 (노동계)내부를 통일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도 있다. 그 문제와 관련해서 잘못 대응하면 이 문제를 놓고 내부에서 소모전을 펼쳐야 하게 되는 우려도 한편으론 갖고 있다.

더 크게는, 이 협상은 자본과 권력이 보면 면피용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기 때문에 그 문제를 갖고 이러저러한 논란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내부 싸움을 관철시켜야 할 필요에 대해선 전술적으로 아직 판단을 잘 못하고 있다. 그냥 놔둔대도 우리가 보기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것마저도 안될거다는 생각이 한편으론 있다.

앞으로의 일정에서 현장투쟁단이 계획하고 있는 특별한 투쟁 전술이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까지의 파업 동력을 가지고 파업 그 자체만으로 법안을 막아낼 수 있겠다란 생각, 파업 자체만 가지고 자본에게 경고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관철시켜 내는 것들이 잘 안됐다는 게 지금까지의 경험이다. 비정규법안 관련해서도 현실은 그렇게 위력적인 파업을 만들어내기에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파업 전술과 관련된 새로운 고민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단순히 집회하고 돌아가고, 강행처리하면 욕하고 실망하고 돌아서는 정도여선 안된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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