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시 다가구매입임대주택 세입자의 작은 소망

“사는 사람들끼리 알아서 하라”

서울역 광장에 쪽방을 짓고 진행되는 ‘2006 겨울빈민활동’ 둘째 날. 19일 참가단은 조를 나눠 서울에 흩어져 있는 ‘서울시 다가구매입임대주택’ 실태 조사를 했다. 기자는 은평구 지역 실태 조사에 나선 4명의 대학생과 함께 했다. 현재 다가구주택엔 신규 입주자와 기존 임차인, 그리고 아직 임대를 하지 못한 빈 집이 함께 존재한다. 낮 시간에 이루어진 조사라 사람이 없는 경우도 많고, 집에 사람이 있어도 쉽게 조사에 응해 주지 않았다. 어렵사리 문이 열렸다.

  서울역 앞에서 진행되는 2006 겨울빈민활동

“사는 사람들끼리 알아서 하래요.”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다가구매입임대주택 세입자 김점숙(가명) 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다가구주택 반지하 12평, 달세 없이 전세금 1천5백만 원에 살고 있는 김점숙 씨는 서울시가 매입하기 전부터 살고 있었던 기존 임차인이다. 비가 오면 3층에서부터 김점숙 씨가 사는 지하층까지 물이 뚝뚝 샌다. 대문은 부서져 주변 학생들이 마구 들어와 똥을 싸기도 한다.

임대주택은 관리사무소가 따로 있지 않다. 임대주택 인근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위탁을 해 관리한다. 가끔 찾아오는 관리인에게 대문이 망가져 누구나 들락거려 범죄의 위험이 있으니 고쳐달라고 했다. 돌아 온 대답은 “우리 소관이 아니니 사는 사람들끼리 알아서 하라”였다.

“그럼, 무얼 관리하러 온다는 겁니까? 가끔 와서 돌아보고 가려면 뭐하러 옵니까? 요즘은 그마저도 찾아오지 않아요. 여기에 사는 사람들 형편이 모두 넉넉하지 못해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임대해 줬잖아요. 고치고 싶어도 돈이 있어야 고치죠.”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총 7가구가 살 수 있도록 만든 이 건물은 처음 건설 때부터 문제가 많았다. 건물주가 건설업체에게 대금을 제대로 주지 않아 날림으로 지어졌다. 창문도 제대로 맞지 않아 덜렁거리고, 외풍이 심하다. 집에 습기가 많이 차고 벌레들도 많다. 김점숙 씨가 여기에 사는 이유는 더 좋은 집으로 옮길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2001년 9월 서울시에서 다가구매입임대주택사업을 수립한 이유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 저렴하게 주택을 임대해 도시저소득층의 주거를 안정시키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수급대상자들은 15평 기준, 임대보증금 1천1백만〜1천3백만 원에 월 임대료 10〜11만 원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또한 매입 주택은 침수나 10년 이상된 노후 주택이 70%이상 차지한다. 매입된 주택의 노후도에 따라 3백만〜1천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원해 수리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비용을 가지고 보수를 하기엔 주택은 너무 낡아있다.

  서울시의 한 다가구 주택 (본문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매각한다는 소리가 있었는데 취소 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매각 한 데요? 우리 같은 서민들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지, 있는 정책도 없애려고 한데요?”

서울시는 2003년 3월 실질적인 주택공급정책이 되지 못하며, 노후하고 취약 지역에 있어 개보수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다가구주택 매입을 중단을 한다. 2004년 3월에는 매입한 다가구주택 매각을 결정한다.

“말로만 서민, 서민 떠들게 아니잖아요. 집을 살 수 있는 형편도 안 되고, 내 집을 꼭 갖겠다는 생각도 없어요. 늙으신 어머님을 모시고 사는데, 우리 식구 편히 쉴 수 있는 집만 있다면 내 집이 아니라 임대라도 좋아요.”

김점숙 씨는 집을 사겠다는 목표를 갖기엔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말한다. 임대라도 좋으니 대문이 튼튼하고, 비가 새지 않고, 습기가 없어 식구들이 건강하고 편안하게 살 수만 있다면 바랄게 없다고 한다.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실시한 ‘서울시 다가구매입임대주택사업’, 이젠 매각이라는 사망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 다시 한 번 김점숙 씨의 너무나 작지만, 기본적인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선심성 정책을 만들기 보다는 있는 정책을 더욱 알차게 만드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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