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전투경찰 앞에선 아이들

5일,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자녀들 청와대 방문 좌절


125m 크레인 위의 노동자, 그리고 아이들

사측과 전원 복직을 약속한 ‘확약서’ 이행을 촉구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의 양재동 현대 기아자동차 본사 125m 크레인 위 점거 농성이 8일째에 접어들고 있다. 사측이 ‘확약서’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는 한층 더 강도 높은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5일에는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가족대책위’가 사직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날은 ‘어린이날’이었다. 어린이들에게 밝고 맑은 세상을 보여줘야 할 5일, 비정규직의 아이들은 전투경찰 앞에 서야만 했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아이들은 ‘노무현 대통령 할아버지께’ 쓴 편지를 두 손에 들고 청와대에 전달하려 했으나 전투경찰에 둘러싸여 청와대로 들어가지 못했다.

  편지를 들고 청와대로 가는 아이들

가족대책위, “어떻게 우리 아이들에게 도덕과 정의를 가르친단 말인가”

기자회견에서 가족대책위는 “아무리 가정형편이 어렵다 해도 이 날 만큼은 우리의 아이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고 싶고,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의 심정일 것”이라며 “지금까지 3조3교대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바쁘게 살아왔기 때문에 어린이날이라고 마음편이 대공원 한번 가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기관에서도 부당한 해고라고 판정을 내리고 복직시켜주라고 말했는데 왜 우리들은 감옥에 가두고 법을 어긴 현대하이스코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단 말이냐”며 “이래서 어떻게 우리 아이들에게 도덕과 정의를 가르친단 말이냐”고 사측과 정부에 물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 가족대책위, 그리고 아이들은 청와대로 향했다. 이 날은 청와대가 어린이들에게 개방되는 날이었다. 행정자치부는 “정부는 84회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전국 각 청사와 공공시설물의 문을 활짝 연다”며 청와대를 비롯해 226개의 공공기관을 개방하고 어린이 초청행사를 진행한다고 보도자료를 뿌리며 홍보했지만 그곳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어린이는 출입금지였다.

  지쳐 잠이 든 아이

"놀이공원에 가지 않아도 좋아요. 엄마, 아빠만 곁에 있게 해주세요“

청와대 앞에 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이들이 청와대로 들어가는 것이 막히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이들은 어린이도 아니냐”며 강력히 항의하고 청와대로 들어갈 것을 요구했다. 전투경찰 뒤에서는 많은 어린이와 가족들이 청와대로 향하고 있었으며 청와대에서는 “5월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이라는 가사가 담긴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결국 아이들은 경찰차에 올라타 청와대 구경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녀인 차단비 어린이는 대통령 할아버지께 쓰는 편지를 통해 “대통령 할아버지, 다른 친구들처럼 놀이공원에 가지 않고 맛있는 것 먹지 않아도 좋아요. 우리 아빠, 엄마만 울지 않게만 해주세요”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