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민주노총,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범좌파 진영 선거 앞두고 혁신 논의, 논쟁 지점들 의견 엇갈려

민주노총 5기 지도부 선거를 앞두고 혁신의 목소리를 모으는 토론회가 열렸다.

양한웅(KT노조), 엄길용(철도노조), 신종승(발전노조), 강종면(증권노조), 윤해모(현대자동차노조), 강봉균(MBC노조), 주봉희(KBS비정규노조), 장명권(케피코노조), 이철호(전교조), 이수희(사회보험노조) 등 10인이 “민주노조운동의 총체적 위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기보다 각자 자기 세력권 내에서의 후보 세우기에 급급하고 있다”라고 비판하며 제안한 ‘위기에 처한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긴급토론회’가 그것.

28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이 토론회에는 50여 명의 활동가들이 민주노총 1층 회의실을 가득 채운 가운데 진행되었다. 토론회에서는 현재 민주노총 운동의 위기가 어디서부터 도래하는가와 혁신의 과제들을 놓고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범좌파 진영이 모여서 진행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어떤 내용으로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인가,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평가되어야 하는가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다.

  이정원 기자

발제에는 한석호 평등사회로전진하는활동가연대(전진) 집행위원장, 차남호 민주노총 정책국장, 김태연 전국활동가조직(준) 집행위원장, 이해관 KT노조 해고자가 나섰다. 주된 쟁점은 지난 노사관계로드맵 국회 통과과정에 대한 평가와 산별노조 건설과정 그리고 직선제를 둘러싸고 벌어졌다.

노사정 교섭 전술, 어떻게 할 것인가
김태연 “파탄 증명”, 한석호 “사안별 제고”, 이해관 “중층적 교섭”


  김태연 전국활동가조직(준) 집행위원장/ 이정원 기자

김태연 전국활동가조직(준) 집행위원장은 “민주노총 10년, 87년 이후의 20년 간의 투쟁에 있어서 노동해방, 평등사회로 표현되는 변혁지향성이 상실되어 운동노선을 둘러싸고 동요와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을 둘러싼 10년 간의 전술은 금년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까지의 실험으로 파탄이 증명되었다”라고 운동 노선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김태연 집행위원장은 지난 12월 8일 노사관계로드맵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할 당시 상황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 및 책임에 대한 입장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이 문제는 우리 운동에 있어 실리주의적 경향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운동의 노선으로 정리하는 것”이며 “범좌파 내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 분명하게 짚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석호 전진 집행위원장은 “민조노총은 파업도 못하고 교섭도 못하는 무기력한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라며 “하지만 위기의 핵심은 권익집단으로서의 노조와 노동자는 있으되 변혁의 주체로서의 노동계급이 없다는 것”이라고 위기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문제는 민주노총 운동의 내용으로서 연대와 평등의 정신이 없다는 것”이라며 “혁신의 목적은 계급주체를 형성하기 위한 연대와 평등정신을 세워내는 것이 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석호 전진 집행위원장/ 이정원 기자

지난 노사관계로드맵 수정안을 둘러싼 문제제기에 대해 한석호 집행위원장은 “야합인가 아닌가는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한데, 진상규명 중이다. 당시 상황에서는 전진 소속 많은 단위들이 수정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사정 위원회 참여에 대해 “진보정당이 힘을 갖지 못해 합의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산별교섭에 대한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노사정 위원회는 의미없다”라며 “하지만 근본적으론 반대하지 않는다. 전진 내부에서도 사안별로 제고해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해관 KT노조 해고자는 “사회적 교섭 관련한 논쟁은 이제 승패를 선언하는 것만 남았다”라며 “한국에서 사회적 합의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물질적 토대는 없으며, 사회적 합의주의나 원내 투쟁이 안 된다는 것은 다 확인되었다. 이제 자기 이익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전 계급적인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해관 해고자는 “사회적 합의주의 문제는 이념적으로는 분명히 반대하지만, 전술적 문제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라며 “교섭의 문제는 중층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 보는데, 투쟁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노사정이 입장을 가지고 교섭을 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노사관계로드맵 수정안에 대해서는 “야합이라고 생각하면 소환운동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합의처리인지 날치기인지, 투쟁동력이 없어서 내부적으로 동의되었는지 조직적 결정이 있었는지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 토론의 큰 주제로 논의되었던 사회적 합의주의와 교섭전술은 이후 민주노총 선거에서도 쟁점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4기 지도부를 구성했던 이수호, 조준호 집행부가 구사했던 핵심전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산별노조 건설, 어디로 가나
한석호 “대공장 동화시켜가며”, 김태연 “계급적 산별노조”, 차남호 “의식, 관행 넘는 운동”


토론회의 논의는 한 참 진행 중인 산별노조 건설의 문제로 이어졌다.

  차남호 민주노총 정책국장/ 이정원 기자

한석호 전진 집행위원장은 “산별노조는 지역 중심으로 가는 것이 맞다”라며 “지금 민주노조 운동이 처한 위기는 자치적 민주제의 위기이며, 계급적 연대의 위기, 정치적 정체성의 위기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유력한 방안이 초기업적 노조운동이며 이를 위해 대산별 운동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금속, 공공 등이 산별의 형식적 틀을 갖추고 가는데 이제부터 해야 할 것은 산별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이야기하면서 투쟁하는 산별, 비정규직과 함께 하는 산별운동을 전개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김태연 전국활동가조직(준) 집행위원장은 “산별노조 건설에서 계급적 산별노조를 만드는 것이 과제인데, 현재 관리형 산별노조로 가느냐 계급적 산별노조로 가느냐 갈림길에 서있다”라며 “이는 구호수준이 아니라 투쟁과 힘의 배분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과 정책이 서야 한다”라고 밝히고, “산별노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조직들은 기업별 울타리를 실질적으로 무너뜨리고 지역을 근간으로 하는 조직체계를 갖추어야 하며, 특히 몇 개 지역에 걸쳐 있는 대사업장들이 산별노조 전환 과정에서 지역체제로의 재편을 진전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차남호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문제 해결의 핵심고리가 지역중심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지만, 현실추수적 조직노선과 뿌리 깊은 기업노조 의식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산업노조 사업의 핵심은 기업노조의 잔재를 극복하고 실질적인 계급조직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조직형식의 전환과 함께 새로운 (계급적) 의식과 관행을 형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전 조직적 운동으로 펼쳐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별노조 건설의 문제는 얼마 전 진행되었던 금속연맹의 산별전환 과정에 대한 문제를 놓고 논쟁이 이어졌다. 금속노조는 지난 20일 진행된 금속산별완성대의원대회에서 조직체계를 ‘지역지부와 한시적 기업지부로 편재’하는 안으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석호 전진 집행위원장은 “기업지부 한시적 인정 문제는 지역 중심성을 인정하냐 마냐의 문제가 이니었다”라며 “현실적으로 전진이 일정 타협했다고 비판할 수도 있는데, 바로 편재 했을 때의 대공장들이 바로 규약통과 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고, 대공장들을 동화시켜 내면서 뛰쳐나갈 수 있는 요소들을 가급적 줄여가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혁신과제로서의 직선제
이해관 “과도집행부, 단시일 내 시행”, 김태연 “과도집행부는 통합집행부 안”, 한석호 “금번 대대 꼭 통과”


  이해관 KT노조 해고자/ 이정원 기자

조직 혁신 과제로 그간 계속 논의되어 오던 직선제 추진 문제도 쟁점이 되었다. 민주노총에서 추진하던 직선제를 포함한 조직혁신안은 지난 9월 19일 열린 38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정족수 부족으로 유예되어 결국 처리되지 못한 바 있다. 현재 직선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민주노총 내 대부분의 정파가 인정하고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오는 26일로 예정되어 있는 정기대의원대회에서는 직선제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최소한의 합의가 모여지기도 했다.

이해관 KT노조 해고자는 “대중을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며 그것이 직선제이다”라며 “조합원 대중에 의거하지 않은 간간선 대의원은 정당성이 있을 수 없으며, 이들에 의해 뽑힌 임원들은 대중에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뽑아준 산별관료들과 그들로 구성된 정파에 충성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하고, “현재 대의원들은 잘못된 규약을 바로 잡는 정도의 한시적 권한을 인정하고, 합의할 수 있는 최단 시일 내에 규약을 개정해 직선제로 임원 및 대의원을 뽑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태연 전국활동가조직(준) 집행위원장은 “이번에도 추진 못하면 직선제는 실종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반드시 규약개정을 해야 한다”라고 밝히고, “그러나 6개월 과도집행부 안은 취지는 그렇지 않은 것 알지만 좌우파가 모두 합의하는 방식으로, 결국 통합지도부 형태로 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라며 “나오는 후보들이 직선제를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안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석호 전진 집행위원장은 “과도집행부로 직선제를 추진하기는 어렵다”라며 “이번 정기대의원에서 2번 안으로 직선제 규약개정을 가져가자. 이와 관련해 노연의 입장은 대의원 직선제 먼저하고 다음에 산별, 민주노총 임원직선제를 하자는 것인데 이것은 곤란하다. 동의하는 단위에서라도 대의원 발의로 반드시 처리하자”라고 밝혔다.

선거 대응은
김태연 “협상전술폐기 공동으로”, 이해관 “신뢰를 쌓는 작업부터”, 한석호, “의견 좁혀가는 과정으로”


이렇게 진행된 토론에 청중은 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토론회인 만큼 이번 선거 대응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심을 보였다. 한 청중은 “단일후보를 만든다면 기준이 있는지”를 발제자들에게 물었다.

김태연 전국활동가조직(준) 집행위원장은 “오늘 모아진 것은 즉각적인 혁신의 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이는 제도로 보면 직선제 문제이고, 내용적으로는 노사정 교섭전술의 파탄에 대한 평가이다. 결국 노사정 3자 협상 전술 폐기를 공동의 방향으로 목소리를 모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밝혔다.

이해관 KT노조 해고자는 “범좌파를 모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현장에서는 범좌파 범주를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지역적으로 신뢰를 쌓는 작업을 하고 낮은 목표를 가지고 공동대응하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석호 전진 집행위원장은 “선거 자체를 놓고 연합을 하느냐 보다는 쭉 몇 년에 걸쳐서 공동행동을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연합후보를 만드는 것이 나름 의미가 있지만, 제 사안을 놓고 의견을 좁혀가는 과정으로서 선거가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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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행진회원

    '사회연대전략' 좋다고 우기는 삑사리난 전진은 저기 왜 있나요?

  • 학생행진회원님께

    선배들이 사고치면 후배들이 나서야죠!!! 행진 화이팅!!!

  • ???

    투쟁이나 제대로 해라 븅시나

  • 참으로

    한시적 기업지부에 대한 전진의 해명은 있는데 비판에 대한 내용이 없네요
    마치의 전진을 옹호하기 위해 쓴 기사같이 느껴져요 참세상 입장인가요?

  • dd

    참세상대표가 노힘인걸로 아는데요 물론 대표에 따라서 단체경향이 결정되는것은 아니지만

  • 찌질찌질

    일본에나 수출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