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대와 구조를 바꾸고 싶다"

[인터뷰] 기호1번 양경규 위원장 후보

선거운동 시작한지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조합원들과 만나면서 무슨 말을 가장 많이 했는가

  이정원 기자

선택의 기준은 두 가지가 있다고 얘기를 했다. 첫째는 정책과 이념, 철학이 같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20년 동안 많은 사람 앞에 노출된 사람이기 때문에 선거 공간에서 별 달리 다른 말을 해서 지금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냥 지금까지 모습을 평가하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선거기간에는 정책과 이념이 섞여지기 나름인데 문제는 실천이다. 누구든지 지금의 민주노총을 힌꺼번에 바꿔 낼 수는 없다. 실력이 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후보들을 검증해 줬으면 좋겠다. 후보들의 과거를 보면 민주노총의 미래를 알 수 있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노동운동의 토대와 구조를 바꾸고 싶다“

출마의 이유를 듣고 싶다. 이와 더불어 평등사회로전진하는활동가연대를 대표해서 출마한 것으로 아는데, 전진에서의 후보선출과정은 어떠했으며, 왜 자신이 선출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 선본에서 정한 것은 당당한 민주노총이다. 당당하다라는 것은 민주노총이 한국사회 노동자 계급의 중심이 되는 것이며 대표성을 가지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민주노총이 사회변혁을 추동할 수 있는 노동운동이 되어야 당당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의 민주노총은 전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제대로 된 이념과 철학을 가지고 노동운동의 토대와 구조를 바꾸고 싶어서 출마했다.

전진 총회 선출과정에서도 내가 잘할 수 있다고 말하진 않았다. 바로 지금의 운동은 누가 잘한다고 얘기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활동가들이 이런 의견을 모으는 자리가 총회였으며 이 과정을 통해 출마 한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특정정파의 후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노동계급 전체와 함께 해야하기 때문에 나는 노동자의 후보가 되고 싶고 850만 비정규직의 후보가 되고 싶다.

몇 년에 이어 선거 때 지속되던 범좌파 연합이 이번에는 진행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이와 함께 범좌파 연합이 이후에라도 다시 이뤄질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좌파 연합은 중요한 것이다. 기본적인 철학을 두고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그래서 그런 노력을 과거에도 해왔고 현재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운동에서 정파라는 것이 정책과 이념으로 정확하게 분할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급적 관점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연대가 아니라 선거연합 전술 정도로 이가 전락하는 것을 보고, 다시 중요한 것은 대중 속에서 운동을 제기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능하면 연대를 하고 싶었지만 민주노동당에 대한 태도의 차이, 공개적 후보선출과정의 준비부족, 기술적 문제 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선거에서는 자기 입장을 가지고 선거에 임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조 운동이 자본과의 역관계에서 밀리고 있고 더불어 민주노조 운동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민주노조 운동의 위기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이를 현재의 노동운동이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1500만 노동계급이 민주노총을 노동자의 대표성을 갖는 변혁의 중심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과 자본이 민주노조 운동을 비난하고 무력화시킬려고 하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항구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노동계급이 노동자 운동에 함께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고 이것이 위기다. 불가피하게 지금의 민주노총이 80만 정규직의 조직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는 말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토대 자체를 바꿔야 하는 문제이다. 바로 한국사회 변혁을 갈망하는 진짜 노동자들이 중심에 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는 조직적 구조 뿐의 문제가 아니라 전망의 부재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계급적 노동운동을 얘기하지만 한국노동운동이 계급적이었는가를 돌아봐야 한다. 과거에는 전투적 조합주의를 통한 비타협적 투쟁이 한국사회를 변화시켜왔다. 그러나 그 비타협적인 투쟁의 목표는 임단투였다. 물론 그 당시 노동기본권, 생존권이 워낙 땅에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단위사업장 경제투쟁이 정치투쟁으로 전화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지금은 80만 정규직의 임단투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80만 임단투가 사회양극화와 사회복지 축소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사업장의 담벼락을 뛰어넘어 세상과 한판 겨루는 것이 노동운동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사업장의 조건이 아니라 사회의 조건을 바꾸는 것, 나아가 사회를 바꾸는 것이 노동운동의 기본적인 목표와 전략이어야 한다.

"교섭, 중요한 것은 준비된 투쟁과 철학적 관점“

4기 지도부의 투쟁은 사회적 교섭을 위시로 한 교섭 전술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4기 지도부의 교섭전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번 선거에서 정책으로 “중층적 교섭확보와 투쟁 전략에 복무하는 교섭전략”이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이는 4기 지도부의 교섭전술과 무엇이 다른가

  이정원 기자

교섭은 전술일 뿐 아니라 이념이 투영되는 것이다. 교섭이 나쁘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교섭을 바라보는 철학과 이념이다. 현재의 교섭구조는 서로 주고 받을 수 없는 공간이고, 계급적 의미를 축적시킬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섭을 통해 뭔가 계급운동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는 4기 집행부의 철학에 찬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교섭은 부정하지 않는다. 어떤 선본도 내용 있는 교섭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부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교섭은 투쟁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 공간을 최대한 확장시키면서 투쟁의 공간을 열가야 한다. 한편으로는 교섭이 죄악시 되면서 불필요하게 교섭문제에 있어서 좌파적 이념을 지나치게 포함시키는 경향도 있다. 기본적으로 노동운동은 개량적이다. 노동운동이 개량적이라는 문제와 계급적인 문제는 병립되는 것이 아니다. 노동운동은 경제투쟁으로 시작하지만 어떻게 이를 정치투쟁으로 전환시키고, 그 과정에서 계급을 사회변혁의 토대로 형성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노동운동의 시작이다.

우리는 과거 한국노총이 주도적이고, 민주노총이 법외노조 일 때도 노경총의 합의를 무력화 시킨 경험이 있다. 권력도 한국노총과의 합의가 의미 없다는 것을 확인하던 시절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가짐이다. 교섭에 있어 철학적 관점을 철저하게 계급적 관점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른 교섭구조는 언제든지 확보할 수 있다. 권력과 자본의 필요에 의해서,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요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준비된 투쟁, 철학과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작년 한 해 동안 비정규 법안, 노사관계로드맵 관련 법안 등이 모두 국회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국회일정 따라가기 투쟁의 한계와 민주노동당이 국회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등에 대한 회의적 평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총연맹에 대해 내가 보기에 부당한 비판이 있다. 중앙 입장에서 비정규 법안이 통과되고 투쟁이 동력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파업을 선언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조준호 집행부가 이런 점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첫째, 예상되는 일정에 대해 준비된 투쟁을 만들어 가는데 치밀하지 못했다. 총연맹이 투쟁하는 것 아니다. 공공연맹 2년 위원장 하면서 한 번도 민주노총 위원장의 방문을 받아 본 적 없다. 투쟁을 앞에 놓고 투쟁의 동력을 점검하기 위해 직접 단위사업장을 만나야 한다는 애기를 하는 것이다. 조직화 방법에 고민해야 할 것이다. 투쟁은 조직하는 것이지 선언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 투쟁동력이 부족할 때 민주노총이 소위 패배하는 방식의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한국노총과 야합한 것을 결국 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야합 자체에 편승하는 구조로 가는 교섭태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민주노총의 수차례 패배해 왔지만 이 때 우리는 어떻게 패배했는가. 이런 방식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새로운 투쟁을 준비할 것인가이며, 민주노조의 전통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는 하반기 투쟁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셋째는 교섭의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방향을 상실한 열심은 열매를 맺기 어렵다.

"대중조직 집행부가 민주노동당 더욱 혼란스럽게 해“

이 과정을 통해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에 대한 논란도 있었는데, 후보는 정책에서 “당과 민주노총의 위상 재정립”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이것의 구체적 의미는 무엇인가

  이정원 기자

역사상 모든 운동에서 당과 대중조직은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독일, 영국 등 모두 당과 대중조직이 갈라서게 되었다. 지금 우리는 그 과정을 밟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연적으로 대중의 투쟁이 없는 대중조직과 합법 의회 진출이 1차 목표가 된 당의 충돌은 불가피 하다. 문제는 당이 얼마나 의회중심에서 대중투쟁 중심으로 갈 것인가이며, 이런 고민에 대해 대중조직은 당의 변혁전략 과정을 얼마나 이해해 줄 것인가이다. 이 지점을 통일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반기 투쟁에 있어 문제는 일차적으로 대중조직을 책임졌던 집행부가 당을 더욱 더 혼란스럽게 했다는 것이다. 집행부가 좀 더 확실한 입장을 당에 제안했다면 그렇게 행보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은 이미 4월 총선에 일정 승리하면서 계급적 토대가 상당히 취약해 졌다. 이 문제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인데, 민주노총의 역할은 당의 계급적 토대를 더욱 확장시켜내는 것이다. 새로운 민주노총 집행부는 당의 계급적 토대를 어떻게 완성시키고, 강화시킬 것인가를 당에 요구하고 당의 정책과 구성으로 요구해야 할 것이다.

"토대를 바꾸기 위해 지역 중심으로“

투쟁의 핵심이 비정규직 노동자로 이전해야 한다라고 밝히셨는데, 현재 나온 후보 중에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다른 후보들과 차별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방안이나 투쟁방식은 무엇이 있는가

민주노총은 850만 비정규직의 투쟁으로 중심이 이동되어야 한다. 850만 비정규직이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곳이 현장이 되어야 하고 이를 인식하는 것이 바로 계급운동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토대를 바꾸는 문제이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실천으로 만들 것인가의 문제이다.

토대를 바꾸기 위해서는 현재의 조직체계와 내용 모두가 변화해야 한다. 일단 지금의 기업별 노조를 지역중심의 산별로 전환시키고 이 과정에서 지역본부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의 연대와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를 전면화 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민주노총 중앙을 축소하고 그 역할을 산별의 몫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하는 방식으로 토대를 바꿀 수 있다.

현재 노동운동의 조직적 과제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산별노조 건설일 것이다. 정책에서 “지역중심의 계급적 산별운동의 정립”을 밝혔는데, 계급적 산별이란 무엇을 의미하며 구체적으로 상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산별은 기본적으로 지역을 중심으로 가야 한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존재하는 기업별 노조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의 문제이다. 공공, 금속 모두 기업별, 업종별 형태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는데, 이는 현실적인 문제이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경로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와 이념이다. 기업별 ,업종별 형태가 계속 유지 된다면 산별의 중요한 목표인 비정규직 조직화는 또 다시 어려워 질 것이다.

민주노총은 책임있는 산별운동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지역본부를 강화해야 한다. 인력과 재정을 과감하기 배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조직혁신과제로 그동안 임원선출과정을 직선제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 지도부에서도 직선제를 추진하려고 하기도 했는데, 직선제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고 구체적 상은 어떻게 그리고 있는가

직선제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이것은 민주노총 내부의 민주주의를 확보하고 확대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규약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이미 합의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직선제가 시행되면 민주노총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 것처럼 바라보는 것은 버려야 한다. 마치 이것이 민주노총 운동의 혁신의 상징처럼 이야기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반성해야 한다“

선거기간 어떤 선거운동을 펼칠 것인지,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포부를 밝힌다면

대중을 만나며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마한 것에 대해 부끄럽다. 지금의 위기는 고개 처 들고 다닌 사람들의 책임이다. 문제는 아무개는 어쨌다, 노사협조주의 세력에게 돌리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했길래 여기 까지 온 것인가에 대한 자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의원들, 임원들, 정규직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변혁을 생각하고 이를 중심적인 생각으로 이해할 때 당당한 민주노총이 살아나는 것이다. 당당한 민주노총은 우리를 파괴하지 않고서는 창조는 없다. 지금의 구조로, 혁신, 창조, 리모델링을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대중과 함께 반성하자는 것이고, 겸손하게 새로 출발했으면 좋겠다.
태그

선거 , 민주노총 , 양경규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이꽃맘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