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규-"파괴", 이석행-"재창립", 조희주-"변화"

민주노총 제5기 임원 선거, 위원장 후보 인터뷰

민주노총 5기 지도부 선거가 본격화된 가운데, <민중언론참세상>에서는 9일 오전 위원장 후보로 나선 3명의 후보를 각각 만났다. 각 후보 진영은 선거대책본부 발족식을 진행했으며, 조합원들을 만나며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기호 1번 양경규 위원장 후보

당당한 민주노총을 창조하기 위한 파괴

  이정원 기자

민주노총 5기 지도부 선거에 출마한 기호1번 양경규 위원장 후보는 인터뷰 내내 ‘이념과 철학’, ‘토대’, ‘파괴’라는 단어를 놓지 않았다. 양경규 위원장 후보는 현재의 민주노총 운동의 위기에 대해 “운동 이념과 전망의 부재”를 그 원인으로 꼽았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토대를 바꿔야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토대를 바꾸기 위한 과정에서 “당당한 민주노총을 창조하기 위해 파괴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기호 1번 진영의 핵심 구호는 “당당한 민주노총, 다시 세웁시다”이다. ‘당당한’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에 대해서 양경규 위원장 후보는 “민주노총이 한국사회의 노동자계급의 중심이 되는 것, 1500만 노동자의 대표성을 가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파괴의 과정인 산별에 있어 양경규 위원장 후보는 지역중심 산별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라며, 기업별 지부 인정에 대해 “현재의 기업별 구조를 파괴하기 위한 과정이며 지역 중심으로 가기 위한 경로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이런 산별노조 건설을 위해 “민주노총 중앙은 축소되어야 하며, 지역본부는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4기 집행부를 평가하면서 빠질 수 없는 노사정 교섭 전술에 대해서 양경규 위원장 후보는 “교섭은 전술 일 뿐 아니라 이념이 투영되는 것”이라며 “교섭을 통해 계급운동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 것이 4기 지도부라면, 이런 경향은 한편으로 교섭을 죄악시 하는 편향을 낳기도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섭을 부정하지 않는다”라며 “합법이라는 공간은 전술적으로 유리한 공간이며, 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되 교섭에 있어 철저하게 계급적 관점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중층적 교섭이다.

이어 양경규 위원장은 “투쟁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내가 공공연맹 위원장을 하는 동안 민주노총 위원장의 방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라며 “투쟁에서 중요한 것은 조직화 과정이다. 투쟁은 조직이지 선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기간 4기 지도부의 투쟁 방식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한편, 양경규 위원장 후보에게 빠지지 않는 질문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입장이다. 양경규 위원장 후보는 이에 대해 “당은 이미 4월 총선에 일정 승리하면서 계급적 토대가 상당히 취약해 졌다”라고 말하고 ”하지만 소중하게 키워온 당에 대해 승부를 봐야 할 때이며, 당의 계급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마지막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양경규 위원장 후보는 “파괴를 하지 않고서는 창조는 없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기호 2번 이석행 위원장 후보

조준호 집행부 성과 긍정하며 노선 이어갈 듯

  이정원 기자

지난 4기 민주노총 사무총장 당시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의 비리 사건으로 중도 하차한 바 있는 이석행 위원장 후보는 "감회가 남다르지 않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민주노총 위원장이라는 자리를, 특별한 '고위 권력'이 아닌 한 '노동자'의 마음으로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사무총장 사퇴 후 지역과 현장을 다니면서 노동자들과 직접 접촉한 기간 동안 나름대로 느낀 바가 큰 듯하다.

이수호 전 위원장이 선거 국면 초기에 제안한 '통합지도부' 제안에 대해선 '의미 있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식적인 기구에서 논의되지 못했고 시간이 촉박했다는 점을 들어, '형식'과 '절차'상의 아쉬움 때문에 이뤄지지 못했다고 평했다. 일부 언론에서 이석행 후보가 이수호 전 위원장의 제안을 다소 부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처럼 묘사한 것과는 다른 대답이다. 이 대목에선 "인터뷰 당시 했던 말을 앞뒤 다 자르고 일부분만 전달했더라"고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수호 집행부, 조준호 집행부와 마찬가지로 범자민통 계열에서 출마한 만큼 민주노총 내 의견이 갈리는 사회적 교섭, 세상을 바꾸는 투쟁, 민주노동당 지지방침 등에 대한 질문을 던져봤다. 사회적 교섭에 대해선 '(의제에 따라) 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었고, '투쟁과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투쟁과 교섭 병행'론이 여전했다. 또 '사회적 교섭'이란 말 자체를 사용한 적이 없다며 "(이를 반대하는) '논객'들이 '사회적 합의주의'라고 몰아간 부분이 있다"고 평했다.

비정규법안 저지 총파업 투쟁을 포함한 '세상을 바꾸는 투쟁'과 진보진영 총단결체, 산별노조 건설 등 조준호 보궐 집행부에 대한 평가도 대체로 후했다. "보궐 지도부로서는 할 만큼 했다"는 것. 금속산별노조의 한시적 기업지부 인정이나 민주노동당 지지방침 등 민주노총 내부 의견이 엇갈리는 지점에 대해선 "금속 동지들이 결정한 바를 존중해야 한다",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에서 정한 방침이므로 유지돼야 한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혁신'이란 말로도 부족하다"며 '재창립'의 기치를 건 것에 대해 일각에선 '한국노총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는 것이냐'는 우려가 존재하기도 하지만, 이석행 후보는 한국노총에 대해 "기대할 것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다만 한국노총을 비판하기도 하고 때로 함께 투쟁하기도 했다는 점을 들면서 "한국노총에 대한 민주노총의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는 말로 활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비리 사건 대책'에 대해 이석행 후보는 "수사권이 없으니 예비하기 답답한 노릇"이라며, '민주노총 조합원으로서의 자질과 덕목' 교양을 강화해서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그래도 비리 사건이 발생한다면? "검찰 발표만으로 '처단'에 급급하지 말고, 민주노총 자체 조사로 진실을 밝히고 중앙위원회 등에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호 3번 조희주 위원장 후보

“09년 투쟁 위해 08년 말 임원 직선 선출을... 기호1,2번 후보에게 논의 공개 제안"

  이정원 기자

민주노총 4기 지도부 선거에 나선 기호3번 조희주 위원장 후보는 ‘연대’와 ‘운동’ 그리고 이를 위한 ‘변화’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조희주 위원장은 현재 민주노총 운동의 위기에 대해 “연대의 훼손과 무기력과 혼란을 안겨줬던 집행부”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자본과 정권의 현장 통제와 노동운동 관리에 치밀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공세적인 전술을 갖지 못해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고 짚었다.

조희주 위원장 후보는 공개적인 후보 선출 과정을 거쳤다. 조희주 위원장 후보는 지난 3일 열린 ‘민주노총 혁신과 계급운동 강화를 위한 민주노총 5기 임원후보 선출대회’에서 추천되고 선출되었다.조희주 위원장 후보는 “공개적으로 후보를 선출한 것은 민주노총 사상 처음”이라며 “선거는 누가 당선되느냐 보다 조합원, 간부, 활동가들이 주체로 나설 수 있는 운동과정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라며 선출과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기호 3번 진영의 핵심구호는 “무기력과 혼란을 끝장내고 노동해방으로 진군하자”이다. 조희주 위원장 후보는 ‘무기력’ 그리고 ‘혼란’이라는 단어에 대해 “자본의 공세 속에서 삶의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과 더불어 이러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이끌어 왔던 지도부의 무기력과 혼란을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했다.

4기 지도부 평가의 핵심인 노사정교섭 전술에 대해 조희주 위원장 후보는 “98년 노사정위원회 정리해고 잠정합의에 이은 06년 노사정대표자회의 결과가 노사정교섭 전술이 폐기되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준다”라며 “노동자는 투쟁을 위해 교섭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당할 게 뻔한 교섭은 거부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투쟁을 준비하면 자본과 정권은 교섭에 나올 수밖에 없다”라며 “중요한 것은 투쟁”이라고 말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조희주 위원장 후보는 “지역중심의 산별노조 건설과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으로의 중심이동이 필수”임을 강조했다. 산별노조 건설에 대해 조희주 위원장 후보는 “산별노조 건설은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가 주력이 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했으며, 비정규 관련 법안 통과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미칠 여파를 “사안별 투쟁으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의 전력을 집중해 현장으로부터 무력화 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희주 위원장 후보는 “3년 유예된 복수노조 전면 허용과 전임자 임금 문제가 다시 제기될 2009년을 대비해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체계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희주 위원장 후보는 “현장으로부터 투쟁을 복원해야 2009년 투쟁을 승리할 수 있다”라며 “이를 위해 08년 초에 대의원 직선제를 실시하고, 08년 말에 임원을 직선제로 뽑아야 한다. 이로부터 현장 조합원들의 투쟁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에 나온 후보로서 임기단축을 얘기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해 조희주 위원장 후보는 “민주노총을 전면적으로 혁신하고, 07년-08년에 걸쳐 자본의 공세에 맞서 아래로부터 일상적이고 치밀한 대응 투쟁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08년 12월에 조합원 직선제로 09년 투쟁을 이끌어갈 지도부를 직접 뽑는다면 이 지도부가 09년 투쟁을 더욱 힘있게 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조희주 위원장 후보는 이를 위해 기호1,2번 후보 진영에게 공개 논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조희주 위원장 후보는 "노동자의 삶과 생존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노동운동이 반자본 투쟁을 통해 현장을 지키고 사회 진보에 기여하기 위한 대안적인 방안을 마련"하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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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맘바

    민주노총 노동자들 자주적인 삶 생존권리 비정규직 철폐와 자본과 정권에 굴하지 않는 정정당당한 민주노총이 되어 주십시오.개혁하고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읽는 천리안을 가진 민주노총이 되어주십시오.정파 의견그룹의 선의 경쟁을 통해서 화합과 도약을 이루어 주십시오.그리고 올해 민주노총에 기분 좋은일만 가득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