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대국민특별담화를 통해 각 정당과 대선예비후보들이 차기 정부에서 개헌의 구체적 일정과 내용을 공약한다면 개헌발의를 유보하겠다고 8일 제안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은, 한나라당을 제외한 제 정당들이 차기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한나라당과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등 ‘빅3’를 겨냥한 제안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력한 대선주자가 반대할 경우에도 각 당이 당론으로 결정만 하면 되냐’는 질문에 “우리가 유력한 후보라고 일반적으로 현재 추정하고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정당의 당론으로 함께 표현됐을 때의 정도이면 신뢰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빅3’와 한나라당을 염두에 둔 제안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이 같은 노심(盧心)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각 정당에 어떠한 의미로 전해질지 의문이다.
한나라당, “대통령 개헌안 조건 없이 철회하고, 18대 국회로 넘겨라”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우선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대선 주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한나라당의 유력 주자들을 흠집내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면서 "정략적 음모 차원의 개헌안 발의는 즉각 철회되어야 하며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을 즉각 중단하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은 “대통령은 개헌에 관한 주장을 다른 당과 대통령후보에까지 강요하는데 이는 독선이요, 자가당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재섭 최고위원은 이어 ‘개헌안의 조건 없는 철회’를 주장하며, 18대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 국회가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재섭 최고위원은 차기 국회에서 개헌논의 시에는 △다음 대통령임기 중 개헌을 완료토록 노력하고, △한나라당은 대통령후보가 위 사항을 공약으로 제시하도록 뒷받침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열린우리당, "개헌 논의 위해 제 정당 대표회담 개최하자“
최재성 열린우리당은 대변인은 "이제 논의의 중심 축이 국회로 넘어왔고, 국회가 개헌 논의의 책임 있는 주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노 대통령의 제안을 적극 수용한 뒤 ”개헌 논의를 위한 제 정당 대표회담을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최재성 대변인은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무조건 안 된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며 “논의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독단이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며 개헌논의에 전향적 자세로 임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정치개혁을 위한 정치협상회의 열자”
민주노동당은 기존 입장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시대의 준비 등 시대적 요구가 반영되는 폭넓은 개헌논의에 대해서는 환영하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제 정당과 대선후보자들이 개헌에 대한 입장을 당론과 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필요한 사항”이라며 “시대적 요구가 반영되는 개헌안의 내용을 마련하여 당론으로 정하고 대선과정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공약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제안에 가장 적극적으로 화답한 곳이 민주노동당인 셈이다.
이와 함께 민주노동당은 개헌과는 별도로 제 정당과 노 대통령에 대해 정치개혁을 위한 정치협상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대통령은 정치발전을 위한 고민에서 역사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했지만, 개헌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정치발전을 위한 법 제도 개선논의를 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사회당, “‘원포인트’ 개헌, 보수정당 지배체제 강화할 것”
한국사회당도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며 “비례대표제 확대, 결선투표제 도입 등으로 다양한 정치세력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정치구조와 문화를 만들고,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진보적인 개헌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사회당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조정에만 초점을 맞춘 ‘원포인트’ 개헌에 대해 “거대 보수정당들의 독식, 싹쓸이 정치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이라며 “이는 보수정당 지배체제의 강화에 기여할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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