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삼성에 맞선 비정규직의 투쟁

"미행과 감시, 협박은 기본, 선전전조차 전쟁"

삼성SDI에는 세 등급의 노동자가 있다. A등급은 정규직 노동자, B등급은 정규직이었지만, 전환사원이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사내기업 노동자, 마지막 C등급 노동자는 처음부터 사내기업인 하청업체에 입사해 일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것이다.

삼성SDI의 준비된 구조조정

삼성SDI는 1998년부터 정규직 노동자를 꾸준히 사내기업으로 소사장제로 유도해 사실상 비정규직으로 전환해왔다. 이들이 바로 B급 노동자들이다. 결국 남은 정규직은 3,000여명정도, 그나마도 절반이 관리직이다. 줄어든 정규직의 공백을 메운 것은 C급 노동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삼성SDI 인근에 위치한 메가마켓 입구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는 하이비트 노동자들의 모습

정규직 노동자가 점차 줄어든 삼성SDI는 브라운관 사업의 수익률 하락을 이유로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 그 결과는 브라운관 관련 사내기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의 계약해지다.

한편, 삼성SDI는 작년 박맹우 울산시장에게 PDP공장 증설을 약속했고,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차이가 있다.

금속노조 울산지부 김영균 부지부장은 "삼성 SDI 수원공장은 이미 패쇄됐고, 천안공장도 축소하고 있다"며 "울산에서 공식적으로는 PDP 양산을 5월 17일부터 한다고 하지만 불투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PDP 시장은 과잉상태이고, 삼성에서 차기주력으로 LCD를 바라보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충남 탕정에 공사하고 있으며, LCD공장은 울산과 비교되지 않는 규모"라는 것이다.

김영균 부지부장은 "이런 상황에서 PDP를 양산한다고 해도 삼성SDI 울산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으며, 정규직조차도 일상적으로 희망퇴직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금속노조에 가입한 삼성SDI 사내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

구조조정에서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다. 삼성SDI도 예외일 수 없다. 브라운관 관련 사내기업의 폐업에 이어 지난 3월 31일 삼성SDI가 휴대폰 액정을 만드는 사내기업인 하이비트 업체를 계약해지하면서 노동자들이 해고됐다.

삼성SDI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라면 삼성SDI 사내기업 하이비트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해 고용보장 투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다수는 30대가 안된 여성노동자들이다.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입사해 지금까지 일해왔다. 하지만 이들이 받은 월급은 100만원을 넘기 어려웠고, 연장근무로 휴일 없이 한 달 내내 일해야 130만 원 정도의 돈을 쥘 수 있었다.

이런 이들을 해고하면서 회사가 제시한 것은 약간의 위로금과 취업알선이 전부였다. 그들은 해고된 다음 날부터 출근투쟁과 선전전을 진행했다. 4월 2일 공장진입시도 과정에서 관리자들과 몸싸움으로 2명이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더욱 큰 짐이 된 것은 '주거침입' 등의 이유로 날아온 고소. 고발장이었다. 노조가입도, 투쟁도 처음인 그들에게 고소. 고발장과 "구속될 수 있다"는 회사측의 협박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흔들리는 조합원이 생겼고, 투쟁 일주일 만에 '하려면 모두 같이 하고, 아니면 모두 관두자'는 마음으로 내부 논의에 들어갔다.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고, 결국 두 명은 복직투쟁을 포기했다. 하지만 남은 이들은 복직투쟁을 계속할 것을 결의했고, 결속력은 강화됐다. 이들은 17일 선전전을 비롯한 복직투쟁을 재개했다.

이들 외에도 삼성SDI 사내기업 그린전자에도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있다. 이들은 회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시도에 맞서 중식 침묵시위 및 잔업거부를 했다. 일단 이 시도는 중단됐지만, 이들은 감봉 3개월이라는 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금속노조 울산지부는 "현재 금속노조에 가입한 이들에게 미행과 감시, 협박은 기본이며, 선전전을 하는 것 자체도 전쟁"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보장을 위해 싸우겠다는 이들의 의지만은 굽힘이 없다"며 "이후 지속적인 투쟁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정문교 기자)

"우리는 다시 일하고 싶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살의 나이에 삼성SDI 사내하청업체인 하이비트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한 여성노동자.

이제 25살이 된 그녀는 5년여동안 몸담았던 하이비트에서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리고 말았다.

회사측은 사전예고도 없이 '물량이 줄었으니 업체를 폐업해야 한다'며 사직서를 쓸것을 강요했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사직서를 쓰고 떠나야 했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짤린 자리는 정규직 노동자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그녀는 이대로 사직서를 쓰고 나가기엔 너무 억울했다.
하이비트에 입사한 이후 정규직 노동자와 차별을 당하면서도 묵묵히 일을 했는데 이제 물량이 줄었다고 쫓겨난다는 건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사직서 쓰기를 거부한 동료들과 함께 '다시 일을 하게 해달라'며 회사로 들어가려 했으나 삼성SDI측은 정문을 굳게 닫고 회사 안으로 한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막아 버렸다.

5년여동안 출퇴근하며 자유롭게 드나들던 회사 정문이 마치 단단한 성벽처럼 느껴졌다.

회사측은 그녀와 동료들을 정문에서 막아선 데 이어 가족들한테까지 전화를 해 사직서를 쓸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SDI 관리자들과 하이비트 사장은 그녀의 부모님에게 "당신 딸이 나쁜 짓을 하고 있으니 빨리 사직서를 쓰게 하라"고 했다는 것.

그러나 다행히 부모님은 그녀의 싸움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었고,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삼성과의 힘겨운 싸움에 들어갔다. 마치 골리앗에 맞선 다윗처럼.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길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칠 것이라는 걸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이런거 보면 '저 사람들 왜 저럴까'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사람들이 이해가 가요...너무 억울하니까요..."

그녀와 동료들은 이 싸움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쉽게 물러서지도 않을 것이다.

"삼성을 상대로 하는 싸움인만큼 쉽게 끝날 거라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삼성에서 다시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정기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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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하청 , sdi , 하이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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