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김근태-정동영, 차라리 정치 그만둬라”

김근태-정동영, “갈 길 가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리멸렬한 이합집산을 반복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에 대해 칼을 꺼내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이미 당을 탈당한 이들은 물론, 김근태, 정동영 두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 잠재적 탈당 및 당 해체론자들을 향해 “당이 어려우면 당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것이 당원에 대한 도리이자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비판한 뒤 “가망이 없을 것 같아서 노력할 가치도 없다 싶으면 그냥 당을 나가라”고 사실상 탈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예고한대로 7일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이란 글을 청와대브리핑에 게재했다.

이 글을 통해 “열린우리당이 표류해 정치인 노무현의 꿈이 흔들리고 있다”고 운을 뗀 노무현 대통령은 “87년 통일민주당의 분열과 90년 3당 합당으로 일그러져버린 한국의 정당 구도, 그 이후 지금껏 한마음으로 매달려 왔던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통합, 이것이 ‘정치인 노무현’의 간절한 소망이었다”며 “이 소망은 열린우리당의 창당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의 창당에 대해 ‘역사의 대의에 기초한 결단’이라고 평가한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이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다”며 “당이 오랫동안 흔들리고 표류하더니 이제는 와해 직전의 상황”이라고 열린우리당이 현재 처한 상황을 진단했다.

盧, “가치도 없다 싶으면 그냥 당 나가라”

노무현 대통령은 이어 “당을 나간 사람들이 대통령의 실패를 말하고 당에 남은 일부 사람들이 또 당을 나갈 것이라 하여 황급히 당적을 버렸다”고 회고한 뒤 “(그런데도) 일부 사람들은 당을 깨고 나갔다. 남아 있는 대선 주자 한사람은 당을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한사람은 당의 경선참여를 포기하겠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며 탈당파를 비롯해 김근태, 정동영 전 의장을 직접 겨냥했다.

김근태, 정동영 두 전 의장을 향해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기 위하여 당을 깨고 만들고, 지역을 가르고, 야합하고, 국회의 다수당이 되기 위하여 정계개편을 하고, 보따리를 싸들고 이당 저당을 옮겨 다니던 구태정치의 고질병이 다시 도졌다”며 “가망이 없을 것 같아서 노력할 가치도 없다 싶으면 그냥 당을 나가면 될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두 전직 의장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비판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당을 깨지 않고 남겨 두고 나가면 혹시라도 당이 살아서 당신들이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될 것 같아서 두려운 것이냐”며 “일부는 당을 박차고 나가서 바깥에 신당을 조직하고, 일부는 남아서 당이 아무 일도 할 수 없도록 진로방해를 하면서 당을 깨려고 공작하는 것은 떳떳한 일이 아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두 전 의장을 향해 “정치는 잔꾀로 하는 것이 아니다”고 충고한 뒤 “정치인 노무현은 그렇게 정치해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것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자화자찬을 늘어놓기도 했다.

盧, “우리와 관계없다’ 알리바이 만들어 보자는 것”

이날 노무현 대통령은 구여권의 통합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는 “설사 가치와 노선이 맞아서 통합신당을 하더라도 당을 가지고 통합을 하는 것이지 당을 먼저 해산하고 통합을 할 수는 없다”며 “굳이 당을 해체하자는 것은, 희생양 하나 십자가에 못 박아 놓고 ‘나는 모른다. 우리와는 관계없다’고 알리바이를 만들어 보자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당과의 통합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밝혔지만, 지도부가 당의 공론을 모아서 질서 있게 추진하는 통합이라면, 어떤 통합이든 지지하겠다고 했다”며 “열린우리당의 당명이나 형식을 고집하고, 이대로 사수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통합을 하더라도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과 역사를 지키면서 해야 한다”고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을 거듭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낮다 해도 이런 식으로 정치하면 안 된다”며 “정말 당을 해체해야 할 정도로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깨끗하게 정치를 그만두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두 전직 의장을 향한 비판의 쐐기를 박았다.

김근태, “대통령이 ‘창당정신’ 훼손하더니.. 허울뿐인 당 사수하자고하나”

노무현 대통령의 독기서린 공격을 받은 김근태, 정동영 전 의장은 즉각 정면으로 맞받아치고 나왔다.

김근태 전 의장은 “대통합신당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갈테면 가라’고 압박하고 있고, 비례대표도 다 보내주겠다고 한다”며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을 인용한 뒤 “한쪽에서는 어르고, 다른 한쪽에서 뺨때리는 행태야말로 구태정치”라고 반박했다.

김 전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한 열린우리당 ‘창당정신’과 관련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제1 원칙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거부, 한미FTA 졸속타결 등을 주도했던 대통령에 의해 부정되었다. 남북화해와 협력이라는 2대 원칙은 대북송금특검을 도입함으로써 좌초되었고, 지역주의 타파와 국민통합이라는 3대 원칙은 대연정 제안으로 스스로 동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창당정신 ‘사수’를 외치고 있지만, ‘사수’할 창당정신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라는 게 김 전 의장의 진단이다.

김근태 전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도대체 어떤 원칙과 명분을 주장하는 것이냐”라고 물은 뒤 “스스로 원칙과 명분을 파기하고 이제 허울뿐인 우리당을 사수하자고 하는 것이 가장 무원칙하고 명분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우리당이라는 외양과 형식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며 “열린우리당의 훼손된 창당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새로운 틀과 새로운 길이 필요하고, 그 길은 새로운 가치와 비전으로 단련된 세력이 중심이 되는 대통합신당 이외에는 없다”며 노심에 연연하지 않고 제 갈 길 가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다.

정동영, “민주개혁진영 대통합 외에는 길 없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각을 세우는 정도는 달랐지만, 정동영 전 의장 역시 “나의 결론은 민주개혁진영의 대통합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이라고 분명히 하며 “우리가 견지해야 할 원칙은 열린우리당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동영 전 의장은 “민심은 ‘도로 우리당’도, ‘도로 민주당’도 아니며, 한나라당도 아닌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을 요구하고 했고, 당심은 2.14 전당대회의 합의정신, 즉 대통합 신당과 열린우리당의 해산을 결정했다. 이를 국민에게 공약했다”며 “2.14 전당대회 합의정신인 대통합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은 민주화의 역사적 정통성이라는 기반 위에서, 탈지역주의·반특권·반부패의 가치를 국민에게 평가받고 선택받은 역사”라며 “그 역사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통합이 원칙과 대안도 없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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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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