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명박 한나라당 두 대선 주자 간 갈등으로 촉발된 한나라당 내분이 격화되고 있다. 9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며 경선룰 중재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중재안이 박근혜, 이명박 두 주자들을 달래고, 갈등을 봉합하기에는 역부족인 듯 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은 “미흡하지만 받아들이겠다”며 중재안 수용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10일 “이런 식으로 하면 경선도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중재안 불수용 입장을 재천명했다.
강재섭 중재안, ‘여론조사 인원 산출방식’이 핵심 쟁점
강재섭 대표가 내놓은 중재안은 △선거인단을 유권자 총수의 0.5%인 23만1천652명으로 확대 △시ㆍ군ㆍ구 단위로 투표소 확대 △일반국민의 투표율이 낮을 경우 67% 수준으로 간주 후 이를 여론조사 반영비율 산정해 적용 등이 핵심 골자다.
이 중에서 현재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여론조사 인원 산출과 관련한 안이다. 현재 한나라당의 경선방식은 선거인단인 대의원:당원:일반국민:여론조사 반영비율을 20:30:30:20으로 맞추고 있다. 이중 대의원, 당원, 일반국민 등은 직접 투표장에 나와 투표를 해야 하기 때문에 투표율에 편차가 생기게 된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실제투표 행위가 아니기에 투표율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 그간 논란은 이 ‘여론조사 반영비율 20%’의 기준을 어떤 식으로 정하고, 어느 만큼 산정할 것인가를 두고 전개되어 왔다.
상대적으로 여론 지지율이 높은 이명박 전 시장은 이 여론조사 비율을 늘려야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이명박 전 시장의 경우 전체 선거인단 23만1천652명의 20%인 6만9496명을 있는 그대로 여론조사에 반영하는 것이 자신이 얻어낼 수 있는 최대치다. 그러나 실제 투표율이 100%일 수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또 어떻게든 여론조사 인원을 낮춰야하는 박근혜 전 대표가 이를 받을리 만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은 여론조사 인원 산출방식에 손을 댔다. 당원과 대의원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는 ‘일반국민’의 투표율을 67%(4만6331명)로 간주 후 여론조사인원 산정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즉 실제 일반국민 투표인원이 1천명에 불과하더라도 ‘일반국민’ 배당 규모의 67%인 4만6331명으로 간주해 이를 여론조사 인원 산정에 반영하겠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여론조사 인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단 중재안은 임의로 늘려 잡은 67%라는 일반국민 투표율을 여론조사 인원 산출 과정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박근혜, “이런 식이면 경선 없다”... 이명박, “내 갈 길 가겠다”
강재섭 대표가 고심 끝에 내놓은 이 같은 중재안은 표면적으로는 이명박 전 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가 경선 보이콧을 시사하며, 격렬히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0일 오전 한나라당 고양시 당원간담회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이날 “이런 식으로 하면 한나라당은 원칙이 없는 당이고, 경선도 없다”며 경선 불참을 시사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에 대해 9일에도 “기본원칙과 당헌당규가 무너졌고, 더 나아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 무너졌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박 전 대표가 경선 불출마 의사까지 밝히고 있지만, 이명박 전 시장은 10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등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명박 전 시장은 9일 “민심의 비율이 많이 반영이 되지 않은 것이 불만스럽지만, 받아들이겠다”고 표정관리를 하며 중재안 수용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이 전 시장은 “박근혜 대표도 대승적으로 중재안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며 “(중재안이)국민의 뜻이고 당원의 뜻이기 때문에 후보들 입장에서 보면 부족한 점이 있지만 뜻을 받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박근혜 전 대표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은 현재 수준의 중재안을 수용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의 반발로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박근헤-이명박 양측의 극한 대결은 불가피하게 됐고,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또 한번의 내분 위기에 처하게 됐다.
표대결 불가피, 박근혜-이명박 간 갈등 어디까지 가나?
박근혜 전 대표의 반발에도 강재섭 대표는 예정대로 중재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재섭 대표는 1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무리 폭풍우가 몰아쳐도, 풍랑이 쳐도 선장은 배를 몰고 앞으로 나가야된다”며 “무조건 앞으로 나갈 것”이라며 강행 처리 의사를 천명했다.
박근혜-이명박 두 주자가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은 15일 한나라당 상임전국위원회와 오는 21일 열릴 전국위원회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중재안이 전국위원회를 통과할 경우 당헌.당규로서 효력을 갖게 된다. 표대결로 갈 경우 두 주자는 물론 양진영의 세력 간 충돌은 피할 수 없게 돼 한나라당 내분 위기는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이미 박 전 대표 쪽에서는 표대결을 기정사실화 하고 “부결시키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캠프의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10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강재섭 대표가 내놓은 안 모두가 이명박 시장에게 유리하도록 조성되어 있다”며 거부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승민 의원은 이어 “중재안이 1인1표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리를 파괴하는 안이기 때문에 문제점을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최대한 홍보할 생각”이라며 “표대결로 간다면 당원과 전국의원들에게 이 안이 받아들여지면 한나라당이 어떤 어려운 처지에 처하고 국민들이 우리를 어떻게 볼지 집중 홍보해서 부결되도록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한나라당의 親박근혜-親이명박 양대 세력간 갈등이 어디까지 번져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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