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정규직 전환 아니다”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에 노동계 “눈가리고 아웅하냐”

31만에서 20만으로, 11만은 어디에?

26일,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을 발표하고 총 1만 714개의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20만 6천 743명의 기간제 노동자 중 7만 1천 861명을 오는 9월 말까지 ‘무기계약’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부 추산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기간제 노동자 중 34.8%를 차지한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이 같은 계획에 대해 “공공부문의 차별 해소가 기업 등 사회전반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라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마치 정규직이 되는 것처럼 선전했지만 노동계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대책”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규모부터 시작된다. 정부는 작년 8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실태조사를 발표하며 전체 154만 4천 명의 공공부문 노동자 중 20.1%인 31만 2천 명이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는 11만 명이 줄어든 20만 6천 여 명을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로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정부는 그동안 10만이 넘는 비정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전부 해고했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정규직 전환 아니다
직군분리는 물론 해고까지 자유로워


노동자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일단 이번 대책이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의 계획의 제목도 정규직 전환이 아닌 ‘무기계약 전환’이다. 이에 대해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전비연)는 “무기계약 전환은 정규직화가 아니며, 임금은 현 수준을 유지하며 고용만 상대적으로 안정된 ‘무늬만 정규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기계약 전환은 그저 1년, 2년 기간을 정해놓지 않은 것일 뿐 이들의 대우나 노동조건은 계약직 노동자와 같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을 발표했지만 예산확보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시행조차 불투명하다. 정부는 "07년에는 자체예산 이전용 후 부족시 예비비로 충당하고 08년에는 본예산에 반영한다"라고 했지만 이는 작년에도 했던 약속이다. 정부가 추산하는 소요예산은 07년에 151억 원, 08년에는 1천 306억원 이다.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의 고용보장도 불투명하다. 정부가 지난 4월 만든 ‘무기계약 및 기간제 근로자 등 인사관리 표준안’(표준안)에서 이는 명확히 드러난다. 표준안에서는 무기계약 근로자는 계약 체결 시 기간제 근로자 계약체결방법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으며 각 기관에 존재하는 인사시스템과 별도로 ‘직근 업무감독자 평가’를 둬서 이에 근거해 해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이번 대책에서는 “행정기관은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정규직으로서 ‘무기계약근로자 관리지침’ 등 인력관리 절차를 마련해 인원을 정리할 것”을 밝히고 있으며, “공기업 산하기관은 해당기관 정원에 반영하고 ‘직렬, 직급, 임금체계’ 등을 정비”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이는 현재 민간부문에서 진행되고 있는 직군을 분리해 차별을 고착화 시키는 ‘분리직군제’와 같은 것이다.

또한 표준안에서 밝힌 해고사유는 업무량 변화나 예산 감축은 물론이며 “소속 공공기관의 장이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포함하고 있어 공공기관의 장이 정한 경우 언제든지 무기계약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열어놓았다.

이에 대해 전비연은 “진짜 정규직화였다면 현재 공무원 또는 정규직에게 적용하고 있는 호봉제를 그대로 적용하면 되지, 뭣하러 별도 관리지침이나 임금체계를 정비한다고 얘기 하겠는가”라며 “정부는 표준안을 슬그머니 검토안일 뿐이라며 뒤로 숨겨놓았지만, 새롭게 만들어질 관리지침이나 직렬, 직급, 임금체계는 그 내용을 포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주노동자 0.48%만 전환, 외주화 길은 활짝

문제는 이번 대책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며, 오히려 외주화를 확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에서 직접수행으로 전환된 외주업무는 277개 기관 1천 371개 외주업무 중 14개 기관의 18개 업무로 345명에 그쳤다. 이는 외주노동자 7만 1천 724명 중 0.49%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외주화된 노동자를 직접고용으로 돌리는 것이 이 정도라면, 도대체 새롭게 외주화 될 노동자들의 규모는 얼마나 될 것인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대책을 발표하며 “미전환자 등 비정규직 근로자의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고 외주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 ‘외주화 타당성 점검’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작년 8월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을 내놓으면서 “상시 지속적 업무임에도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기간제 근로자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이며, ‘핵심-비핵심’업무를 나눠 핵심 업무에도 ‘합리적 이유’가 있을 시 외주화의 길을 열어 놓았다.

일예로 외주화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낸 경상남도의 경우 33개 업무 중 1개를 제외한 32개 업무가 외주화에 합당하다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결국 이번 대책에서 2년 이하 근속자들은 물론, 2년 이상 근속자임에도 무기계약 전환에서 제외된 △일시, 간헐적 업무 △55세 이상 고령자 △전문적 지식, 기술의 활용 등에 종사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합리적 이유’를 근거로 영원히 기간제로 남거나 외주화 될 운명에 놓여 있는 것이다.

“전시효과 노린 부실대책”

이런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겉으로는 ‘정규직’이라는 좋은 가면을 쓰고 있지만 고용안정이나 차별시정은커녕 오히려 외주화 확대의 길만 열어놓은 것으로 압축된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정부의 대책은 7월 비정규법 시행을 앞두고 전시효과를 내기 위해 만들어진 부실대책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차별해소가 아닌 차별고착으로 종료되었다”라며 “정부가 끊임없이 비정규직 보호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망을 강요하는 이중적 본질에 분노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비연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별시정을 요구하며 싸우면 정부의 답변은 분명히 ‘별도직군제 하에서는 차별시정이 불가능하다’고 스스로 정부 대책의 모순을 폭로하게 될 것”이라며 “눈가리고 아웅식의 허울 좋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허구성을 폭로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