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콤비정규직, 직접고용 요구하며 매 시간 삭발

28일 지부장 삭발식 이어 증권거래소 로비 점거농성중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파견 의혹을 받고 있는 '코스콤(KOSCOM)'에서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코스콤(전 증권전산)은 증권회사들의 전산시스템을 개발 운용하고 전산망을 유지 점검하는 회사로 5백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업체에서 파견돼 일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증권산업노조 코스콤비정규지부는 지난 5월 노동조합을 설립한 이래, 코스콤이 직접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관리감독하는 점 등을 들어 "불법파견된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며 회사측에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해 왔다.

  코스콤비정규지부는 28일부터 증권거래소 로비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최은정 기자

그러나 회사측은 그동안의 불법파견을 은폐하고자 50여 개 파견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5개 업체와 새로운 계약을 맺는 등 노동자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파견법의 '차별시정' 조항을 피하고자 동일한 일을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칸막이를 설치하기도 했다.

코스콤은 지난 26일 있었던 5차 단체교섭에서도 "사용자가 아니므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도 의무도 없다", "교섭 당사자가 아니므로 노조활동을 보장해 줄 당사자가 아니다", "체불임금은 '증전엔지니어링'이 답변할 사항이다", "계약서는 경영권에 속하는 자료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는 등의 입장을 보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를 샀다.

"교섭 타결될 때까지 연속삭발식 계속한다"

그동안 기자회견, 조합원 총회, 매주 촛불집회, 증권거래소 앞 일인시위, 이종규 대표이사 집 앞 집회 등으로 투쟁수위를 높여 온 코스콤비정규지부는 28일 저녁 황영수 지부장의 삭발식과 집행부 구속결단식을 갖고, 회사측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90여 명의 조합원이 증권거래소 로비에서 밤샘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8층 회의실 앞에서도 증권유관기관 노조 대표자들이 '코스콤 비정규직 철폐', '기본협약 체결'을 촉구하며 연좌시위를 진행했다.

29일 오전 8시 30분부터는 총력투쟁 출정식을 갖고 김주신 지부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매 시간 간부 한 명이 삭발식을 벌여, 오후 5시 현재 7명 째의 간부가 머리를 깎으며 투쟁 의지를 다졌다.

  소자보와 선전물을 쓰며 밤샘 농성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최은정 기자

  29일 오전 8시 30분부터는 사측의 성실교섭을 요구하며 매 시간마다 한 명씩의 삭발에 들어갔다./최은정 기자

오늘 오전 10시에는 이종규 사장과 노동조합 측 교섭단과의 면담이 이뤄져 오전 11시부터 실무교섭이 시작돼 진행중이다.

전비연, "'증권시장 활황' 화려한 문구 뒤 비정규노동자들 신음한다"

한편,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도 28일 성명서를 발표해 코스콤비정규지부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전비연은 "지난 십 수년간 하청업체와 위장도급 계약을 맺고 파견의 형태처럼 간접고용 비정규노동자들에게 직접 업무지회를 해 온 코스콤의 '위장도급' 문제를 비정규노동자들이 밝혀냈다"며 "제조-생산직 중심이었던 간접고용 투쟁사례가 사무-서비스직에서 최초로 조직화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스콤 사측이 "도급회사의 직원들에 대해 도급금액, 도급조건 등 도급회사와의 계약을 통해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한 것과 관련, "지난 6월 1일 서울중앙지법이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노무비 등 인상금액을 반영해 도급금액을상향 조정하면 이에 따라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임금도 인상됐다'는 근거를 들어 불법파견임을 판시한 것을 볼 때, 코스콤은 명명백백한 불법파견"이라고 지적했다.

  최은정 기자

코스콤 사측이 '교섭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도급 직원들의 처우에 원청인 코스콤이 무슨 권리로 개입할 수 있단 말인가, 불법파견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비연은 성명서에서 코스콤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아래와 같은 증언을 빌어 "'사상 유례없는 한국 증권시장 활황', '동아시아 금융중심 한국 증권선물거래소'라는 화려한 문구 뒤에는 정규직의 3분의 1, 4분의 1의 임금을 받으며 고용불안에 시달려온 비정규노동자들의 신음과 피눈물이 묻어 있다"며 "직접고용 정규직화 조치를 선행하지 않는다면 여의도 한복판에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깃발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연대투쟁을 시사했다.

"수당도 없는 야간근무 휴일근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무려 지난 5년간 임금동결도 감내해 왔다"
"정규직과의 임금격차가 3배, 4배 이상 나는데도 장마가 지면 자기 집에 물차는 것도 가장으로서의 역할도 뒤로 한 채 증권선물거래소에 나와 물을 퍼날라야 했다"
"증시 전문가들의 '올해 한국 주식시장이 활황을 지속, 코스피 지수 2000 선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에 내가 설치하고 프로그램한 기계들을 위안삼아 일해왔다"
"'코스콤'이라는 세 글자가 선명하게 찍힌 작업복과 명찰을 달고 일해 왔지만 임금명세표에는 들어보지도 못한 업체 이름이 적혀 있다. 이것도 자주 바뀌며 내 의사와 무관하게 이 업체 저 업체로 팔려나가는 '인신매매', '불법파견'의 대상이 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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