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언론 침묵, 잘못된 미디어정책에서 비롯”

대선미디어연대 李, 鄭, 權, 文 등 각 후보 캠프 방문

삼성 비자금 파문 국면에서의 언론 침묵에 대해 “삼성 가족을 자처하는 것”이라며 강한 비판을 제기했던 언론단체들이 5일 “지금의 언론 보도 행태는 과거 잘못된 미디어쟁책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했다. 4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선미디어연대는 5일 13개 언론개혁과제 제안을 위한 각 대선캠프 방문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이 밝히고 삼성 비자금 파문에 대한 언론의 적극적 보도를 당부하는 동시에, 미디어 정책에 대한 각 캠프의 입장을 촉구했다.


대선미디어연대는 “최근 삼성그룹의 비자금 비리실태가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으나 언론이 보여주는 보습은 한심한 그 자체”라며 “대통령후보들에게 제시한 13개 언론개혁과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정일용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황이 이럴 때(삼성 비자금 등) 이런 자리(기자회견)에 서는 것이 기자생활 20여 년차 기자의 한사람으로서 마음이 편치 않다”며 “언론은 기자실 문제(정부의 취재선진화방안에 따른 브리핑룸 문제) 보다 최근 삼성 비자금 보도에 적극 나서 줄 것을 부탁한다”고 언론에 호소했다.

“미디어에 무지한 대통령 후보, 이러한 현실이 당혹스럽고 참담하다”

대선미디어연대는 각 정당 대선 후보 캠프들이 밀집해 있는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후보들이 13대 개혁과제를 공약에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대선미디어연대는 현업언론단체, 수용자단체, 언론시민단체 등의 논의를 거쳐 지난 10월 25일 제17대 대선 미디어 개혁과제를 도출해 발표했다. 13대 개혁과제에는 △시민 직접참여를 통한 미디어의 공공성 강화 △정보인권의 실현 △한미FTA 미디어 시장 개방 반대 △정보공개 확대와 알권리 신장 △신문의 공공성 강화 △인터넷 포털의 사회적 책무 강화 △방송의 공공성과 경쟁력 제고 등의 핵심과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대선미디어연대 13대 미디어 개혁과제

(1)시민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는 공공적 미디어 구조의 확대
-퍼블릭엑세스 확대
-디지털 미디어 시대, 공동체방송 영역 제도화
-미디어교육 활성화
-지역,공동체,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참여적 미디어활동 지원확대
-공동체라디오 사업지원 확대

(2)독자,시청자 권리 보장과 정보인권의 실현
-방송사의 허가와 승인시 시청자 의견 실질 반영 제도화
-시청자위원회 의무 설치 대상 확대와 위원 선임시 내부구성원 의견 반영
-방송사의 시청자 지원구조 일원화와 독자적 활동 보장
-신문사 독자운영위원회와 고충처리인제도 활성화
-인터넷 이용의 국가 감시, 통제 제도 폐지(사생활 보호와 표현의 자유 실현)
-언론피해 구제법 개정

(3)무분별한 시장개방 반대와 문화정체성 수호
-한미FTA로 인한 미디어 문화개방 저지
-졸속 추진된 한미FTA 협상 타결 진행 과정의 진상규명
-한미FTA와 한EU FTA 등 무분별한 양자 간 무역협상 중단
-2006년 10월 유네스코 총회에서 통과된 문화다양성 협약 비준 촉구

(4)정보공개 확대와 알권리 신장
-정보공개법을 개정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제도 실효성 확보
-정보공개 목록 공개와 고의적인 정보공개 회피 처벌
-자유로운 취재 접근권 보장

(5)신문의 공공성 강화 및 여론다양성 보장
-신문방송의 겸영 허용시도 저지
-신문법 개정을 통해 편집위원회 설치 강제 및 편집규약의 제정 의무화
-신문고시 개정을 통한 불공정 거래행위와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실질적 차단

(6)신문시장 정상화와 진흥정책 강화
-신문발전위원회 위상 강화와 신문발전기금 확충
-지역신문지원 특별법의 유효기간 연장 또는 일반법화
-지역 및 사회적 소수자 대변 인터넷언론에 대한 정부지원 보장

(7)인터넷 포털의 사회적 책무 강화를 위한 법제화
-포털 관련 기본법 제정
-인터넷 공간의 민주주의 활성화 위한 포털의 사회적 책무 부여
-언론 중재와 피해구제 대상에 포털과 인터넷 닷컴 언론사 포함
-포털의 신문, 방송 및 뉴미디어 진입 규제

(8)방송독립과 시청자,이용자 중심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콘텐츠와 광고,통신과 방송 관련 기구법 일원화
-방송의 독립과 자유,공공성과 공익성 보호를 위한 방송통신통합기구 설립
-시청자, 이용자 중심의 합의제 방송통신위원회 정립

(9)공공성 기반의 IP-TV 도입 등 유료방송의 공익성 강화
-IP-TV를 방송으로 규정하고 공공성과 공익성 구현 의무 부과
-현존 유료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 강화

(10)지상파 방송의 공공성,독립성 강화
-공공 서비스 의무 이행 위한 지상파 방송의 사유화 차단
-TV 수신료 인상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11)KBS 2TV,MBC민영화 원천 반대
-공공 영역 확대를 위한 KBS2, MBC의 공영 방송 체제 유지

(12)디지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무료 보편적 방송서비스 확대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 국회통과
-멀티모드서비스 도입으로 무료 지상파 채널 확대
-지상파 DMB에 지상파 고정 텔레비전을 '의무동시 재송신'하도록 방송법 개정
-라디오의 조속한 디지털 전환

(13)지역성 구현을 위한 방송정책 수립
-지역성 구현을 위한 지역방송의 공공 서비스 기능 역할과 책임 강화
-지역 방송 발전위원회 권한 강화
-지역방송 콘텐츠의 전국 유통 체제 마련

대선미디어연대는 “언론의 공공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론다양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인사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게 우리 사회 현실이다. 당혹스럽고 참담하다”며 “일부 대선후보의 반공공적인 미디어 공약을 규탄한다”며 특정 대선후보의 미디어정책을 거론해 비판하기도 했다.

이명박 미디어 정책 “청정지대를 갈아 엎어보겠다는 천박한..”

대선미디어연대에서 특별히 거론한 후보는 역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였다. 정책 공약집이 아직 제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 보도를 통해 후보의 미디어 정책이 흘러나와 언론 안팎의 혼란은 더욱 가중된 형국이다.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 여부와 BBK파문 등 이명박 후보의 정책 공약이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보이게 될 지 아직 불확정적이지만, 대선 후보의 미디어 정책이 제시된 만큼 언론계는 '올게 왔다', 단단히 벼르고 있는 분위기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불쏘시개로 쑤셔놓았다”라며 언론 내부의 분위기를 언급했다.

이명박, 정동영 두 후보의 미디어 정책을 비교한 지난 1일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언론매체 간 교차소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후보 쪽은 또 KBS 2TV를 KBS에서 분리하고, MBC를 단계적으로 민영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명박 후보의 미디어 정책에 대해 대선미디어연대는 “언론개혁의 역주행을 불사하겠다는 무모함에 지나지 않는다”며 “막개발 논리를 앞세워 청정지대를 갈아 엎어보겠다는 천박한 자본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어 이후 양 측의 정책 대응이 주목된다.

한편 ‘삼성 비자금’으로부터 불거진 언론 안팎의 분위기와 일부 후보의 미디어 정책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상황까지 더해져 대선미디어연대의 13대 언론개혁과제 제안에 대한 각 캠프의 표정과 반응은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오른쪽부터)권영길, 문국현, 이명박 등 각 캠프 모습

‘삼성왕국’과의 전쟁을 선포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캠프의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삼성비자금 관련 보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드러내며 “언론들이 삼성 비자금 관련 보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캠프 방문한 이강택 대선미디어연대 정책본부장은 캠프 관계자로 나온 이상휘 비서실 비서관에게 “토론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언론을 통해 미디어 정책이 제시되었다”며 “이에 대한 진위가 어떤 것인지 정황이 어떠한지에 대해 어느 자리에서건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이 캠프 진영을 압박해 일순간 침묵이 흐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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