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전국노동자대회를 1주일 앞둔 11월 4일, 여의도 증권거래소 앞에서 ‘87년노동자대투쟁정신계승, 신자유주의분쇄, 비정규직철폐 노동해방선봉대’ 발대식이 진행되었다. 11월 5일 대전충청지역을 시작으로 울산, 양산, 부산, 거제, 광주, 군산, 전주, 안산, 수원, 평택, 인천을 순회하여 11월 10일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 투쟁에 결합하는 일정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4일째 호남지역투쟁을 마치고 민주노총 전북본부 회의실에 이제 막 잠자리를 마련했다. 첫째 날인 5일 아침 망향휴게소로 향하고 있을 때 긴급속보가 전화를 통해 날아들었다. 파업사업장도 아닌 KL텍에 용역깡패가 난입하여 조합원들이 모두 현장밖으로 쫓겨났다는 소식이었다. 투쟁 중인 콜텍이 다음 실천투쟁장소였으나 선봉대 전체회의를 통해 기수를 KL텍으로 돌렸다. 도착하니 지역동지 300여 명이 집결하여 현관 앞까지 밀고 들어가 있었다. 콜텍에 집결하기로 한 대전충청지역 노동해방선봉대도 모두 모였다. 현관을 밀고 들어가는 투쟁을 벌인 끝에 결국 130여 명의 용역깡패들이 백기를 들고 철수했다. 400여 명의 동지들은 이 승리의 여세를 몰아 11월 10일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투쟁부터 힘찬 투쟁을 전개할 것을 결의했다.
노동해방선봉대는 대전홈에버투쟁, 울산홈에버투쟁, 부산선물거래소투쟁, 코스콤 광주출장소투쟁, 전주홈에버투쟁 등을 전개하면서 지역과 현장의 노동자들이 전국노동자대회 투쟁을 힘차게 전개할 것을 조직하고 있다. 통일선봉대처럼 민주노총의 ‘공식사업’도 아니어서 노동조합 조직의 인적 물적 지원이 없지만, 현장활동가들의 자발적 결의로 노동해방선봉대는 힘차게 투쟁하고 있다.
금년은 87년노동자대투쟁 20주년인 해이다. 그래서 87년노동자대투쟁의 의의에 대한 토론과 행사도 많았다. 토론과 행사가 있었다면 실천이 따라야 할 것이다. 당연히 금년 전국노동자대회는 87년노동자대투쟁 정신을 실천하는 대회가 되어야 한다. 87년 노동자대투쟁으로 전국 각 지역에서 떨쳐 일어선 노동자들이 88년 제1회 전국노동자대회로 결집했다. 지역과 현장에서 들고 일어선 노동자들이 전국노동자대회로 모여 자본계급에 맞선 노동계급의 투쟁을 선언했다. 그러나 87년노동자대투쟁으로 일어선 노동자들의 진군이 97년 IMF외환위기 후 자본의 공세에 의해 가로막혔다. 신자유주의 공세가 마치 파죽지세로 밀어부쳤다. 자본주의의 노동착취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야말로 착취의 바닥까지 보았다.
87년투쟁 이후 자본주의의 근본모순에 저항하는 대중적 지향인 ‘노동해방’은 점점 흐려졌다. 투항조류가 득세했다. 그동안 논란되었던 이른바 ‘사회적 합의주의’ 문제 역시 투항조류의 하나에 불과하다. 금년 전국노동자대회는 이런 운동방향의 전환을 이루어 내야 하다. 노동해방선봉대는 그 전환의 불씨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해진 열사가 분신으로 목숨을 잃었다. 다행히 목숨을 건졌으나, 화물노동자들 역시 목숨을 건 투쟁을 전개했다.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 곽재규 열사, 근로복지공단 이용석 열사 등 열사들이 줄을 이었던 몇 년 전 상황과 유사하다. 더 심각한 것은 자본의 무한착취와 탄압으로 갈 곳을 찾지 못한 비정규노동자들이 생명을 걸고 투쟁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년 전국노동자대회는 이런 정세 한 복판에 있다. 비정규악법 시행 후 대표적인 투쟁이 된 뉴코아-이랜드투쟁에서 민주노총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비정규악법을 찬성하고 노사정야합을 이끈 한국노총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사과파동 역시 그러하다. 노동계급의 연대투쟁에서 희망을 찾지 못한 비정규노동자들이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이다. 전국노동자대회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대회가 되어야 한다. 노동자 대반격의 투쟁이 되어야 한다. 노동해방선봉대는 이 투쟁을 실질적으로 조직하려는 이 시대 양심적인 노동자들의 몸부림일 것이다. 이제는 행사로 전락하고 만 전국노동자대회를 다시 자본계급에 대한 노동계급의 투쟁, 노동해방투쟁으로 복원하고자 하는 바램의 실천이기도 하다. 이 투쟁을 11월 10일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투쟁부터 시작하자.
11일에는 노동, 농민, 빈민 등 기층민중이 집회를 하고 시청 앞에서 민중총궐기대회를 할 예정이다. 노동자들이 죽고, 빈민이 죽고, 농민은 FTA의 최대피해자로 떼죽음을 당할 판이다. 지배기술을 습득하고 있는 자본과 정권은 기층 대중의 분노를 읽은 듯하다. 대회를 원천봉쇄한다는 것이다. 수만 명이 모인 서울 시내 집회에서 경찰이 적당히 광화문 사거리 내주고 투쟁지도부는 승리를 선언하고 해산하는 식상한 집회가 대중적 분노에 의해 다른 방향으로 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중의 분노가 없으면 투쟁할 수 없다. 반대로 민중의 분노가 차오를 때 투쟁을 관리하려하면 역사적 범죄자가 된다. 노동해방선봉대! 민주노총 정도의 큰 조직이 해야 할 일을 ‘마치꼬바’ 수준에서 하려하니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러나 노동해방선봉대에 대한 현장활동가들의 열의와 실천에서 2007년 전국노동자대회의 희망이 보인다. 내일은 경기지역에서 노동해방선봉대가 앞장서서 전국노동자대회 투쟁을 준비할 것이다. 모두가 노동계급의 선봉대라 생각하고 2007년 전국노동자 대투쟁에 나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