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삼성 비자금 여덟 가지 내용 공개

네 번째 기자회견, 삼성 비자금 조성.시민단체 동향 상시 파악

김용철 변호사는 오늘(26일) 오전 11시30분 제기동 성당에서 네 번째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 비자금 조성 사례 등 여덟 가지 사실을 폭로했다.

  이덕우 변호사가 김용철 변호사가 공개한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삼성물산 해외 비자금 조성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의 해외 비자금 조성 사례를 증거 자료와 함께 제시했다. 구조조정본부가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면 계열사들은 그에 따라 비자금을 갹출했으며, 서준희 삼성전관(현 SDI) 구매팀장과 삼성물산의 런던지점, 타이뻬이 지점, 뉴욕지점 사이에 체결된 비자금 조성에 관한 합의서를 예로 들었다. 김용철 변호사는 여기서만 2000억 원대의 비자금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강부찬 SDI 구매담당이 메모랜덤 등 비자금 관련 서류를 복사해 미국으로 들고나가 삼성을 협박했는데, 김용철 변호사가 재무팀에 있을 2000년 경 김인주 사장이 이 문제를 의논해와 관련 서류를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설명자료에는 "김인주 사장이 저에게 '강부찬, 죽여 버릴까'라고 진지하게 말한 적도 있다"고 쓰여있다.

비자금 이용 고가 미술품 구입

두 번째 내용은 '비자금을 이용한 고가 미술품 구입' 건. 홍라희 이건희 회장 부인이 이명희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 박현주 이재용 씨의 빙모, 신연균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부인 등이 2002-2003년 비자금을 이용해 수백억 원대의 고가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내용이다. 이 기간 중 미술품 구입 대금으로 해외에 송금된 액수만 60억 원이라고 밝혔다.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미술품 리스트에는 800만 달러(당시 환율로 100억 원대)의 베들레헴 병원(프랭크 스텔라), 716만 달러의 '행복한 눈물'(리히텐슈타인) 등이 포함돼 있고, 100만 달러 이상의 바넷 뉴먼 도날드 저드, 에드루샤 등 미국 추상파 작가들과 독일작가 리히터의 작품도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첨부 리스트에는 대금지급액 목록의 일부도 적혀있다. 미술품 대금 지급금액 대금 수취인, 수취은행명과 위치 등이 기록돼 있는데, 대금 수취인은 삼성가의 미술품 구입 독점 창구인 서미갤러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그 외에 몇몇 인사와 다른 화랑 이름, 조흥은행, 뉴욕 현지은행 등의 이름도 기록돼 있다. 이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외환관리법 위반 등의 문제가 검토될 수 있어 주목된다.

중앙일보 위장계열 분리

이어 김용철 변호사는 중앙일보 계열분리가 위장 분리였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의 위장계열분리와 관련, 이건희 회장의 중앙일보 지분을 홍석현 회장 앞으로 명의신탁하는 방식으로 했다는 주장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중앙일보가 계열분리를 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여러 차례 했지만 실상은 홍석현 회장이 대주주 지분을 살 돈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김인주 사장이 1999년 주식명의신탁계약서를 비밀리에 써달라고 해 써준 일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분식회계와 삼일회계법인

네 번째 폭로 내용은 분식회계 건. 김용철 변호사는 2000년 당시 삼성중공업 2조 원, 삼성항공 1조6000억 원, 삼성물산 2조 원, 삼성엔지니어링 1조 원, 제일모직 6천억 원 등을 분식회계 처리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분식 규모가 너무 커서 거제 앞바다에 배가 없는데도 건조 중인 배가 수십 척 떠있는 것처럼 꾸몄다며, 감리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이를 알면서도 룸싸롱 접대를 받는 등 향응을 제공받고 사실과 다른 적정의견을 주었다는 설명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불법 행위

김용철 변호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불법행위도 언급했다. 김앤장은 삼성의 불법적인 승계에 관련한 범죄행위에 대해 법률 조언자 내지 대리인의 방식으로 관여하고, 그 대가로 막대한 보수를 지급받았다고 주장했다. 김앤장은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그룹 차원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주도하였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수사 및 형사 재판 과정에서 이와 다른 내용의 허위 사실을 조작하는 데 적극 가담했다고 폭로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이 시점에서도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합법적인 변호활동을 가장하여 불법적인 방법으로 삼성의 범죄를 축소 왜곡하는데 앞장설 소지가 있음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종왕 전 법무실장에 대해서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그만두고 삼성에 입사하기 전 6개월 동안 태평로빌딩 26층 이학수 부회장의 안가로 사용되는 오피스텔에서 수시로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과 회합하고, 대선자금 수사 축소와 무마를 협의했다고 지목했다.

차명자산 보유 및 관리

여섯 번째 내용은 차명자산 보유 및 관리와 관련한 내용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 일가는 자산 중 상당부분을 타인 명의로 보유하고 있으며, 차명예금, 차명주식, 차명부동산은 구조본의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최광해, 최주현, 장충기, 이순동, 이우희, 노인식 및 관계사 사장단 대부분의 명의로 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현명관, 이수빈, 이필곤 등 전 회장단과 황영기 전 삼성증권 사장의 명의로도 운용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자동차 법정관리기록 불법 폐기

일곱 번째로 밝힌 삼성자동차 법정관리기록 불법폐기는 사실로 드러날 겨우 삼성의 불법 행위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 지를 확인해주는 것으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삼성자동차 파산 당시, 삼성상용차 손실이 너무 커서 서울보증의 보증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대형 적자가 난 것을 약간의 흑자가 난 것으로 분식했는데, 분식회계문 제가 불거지면 이학수 부회장에 대한 형사 책임 문제가 대두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는 것. 이 때 최광해가 법정관리 중인 삼성자동차에도 문제되는 분식회계서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특별팀을 구성, 파산법원 사무관을 매수하여 심야에 문제되는 서류를 빼내 해운대에서 소각했다는 내용이다.

시민단체 동향 및 주요 인사 안맥 파악

한편 시민단체 등 동향 및 주요인사 인맥 파악과 관련, 2002년 1월 10일 자 참여연대 법조인 네트워크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이 정치인, 언론인, 공무원 뿐 아니라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항상 동향을 파악하고, 유사시 매수, 회유하기 위해 평소 접촉할 수 있는 인맥관리명단을 작성해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제시한 해외 삼성물산의 비자금 조성 관련 자료

김용철 변호사는 허위사실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한 조선일보, 연합뉴스, 데일리안 등 일부 언론사와 삼성 전략기획실 임직원 및 전 법무실장 이종왕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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