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여성들(1) 현실은 변해야만 한다

[3·8 100주년] 보육, 간병, 청소용역 여성노동자

눈부시게 조명 받는 보육의 미래에 대한 화려한 약속
그 뒤편에 가려진 보육노동자의 현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바꾸어내기 위한 전국보육노동자들의 투쟁!


  보육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100만원 남짓. 평일근무시간 평균 10.5시간. 어린이집 기나긴 하루생활 중 보육노동자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총시간 21.8분./참세상 자료사진

“근로계약서도 없고 월급명세서도 없이 그저 인턴이라 불렸던 옆 반의 김 선생, 1년만 지나면 인턴 딱지 떼고 정교사가 될 거라는 생각에 동일시간 동일업무를 하여도 터무니없이 적은 월급봉투를 꿋꿋이 참아냈는데, 결국 김 선생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1년짜리 계약직이 되어 있었고 올해는 경영상의 이유로 기어이 해고를 당했습니다.”

-광주전남지부 보육노동자들의 이야기 中


저출산·고령사회 대책마련을 위한 사회협약이 발표되는 등 보육문제가 국가 핵심과제라는 화려한 조명 속에 수많은 정책과 예산확대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보육노동자들의 고통과 시름, 눈물을 닦아주는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보육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100만 원 남짓. 평일근무시간 평균 10.5시간. 어린이집 기나긴 하루생활 중 보육노동자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총시간 21.8분. 그 중 아이들 돌보며 먹는 점심시간 11분. 휴식시간 3.6분, 개인 청결 시간 5.5분. 어른변기 조차 없는 보육시설 17%. 퇴직금과 연장근무수당은 그림의 떡, 생리휴가 월차휴가는 아득한 남의나라 이야기. 눈코 뜰 새 없이 돌아가며 쳇바퀴처럼 쫓기는 하루일과 속에 날로 쌓이는 건 만성피로와 소화기, 호흡기 장애, 근골격계 이상 등 늘어만 가는 직업병들...

이것이 바로 눈부시게 조명 받는 보육의 미래에 대한 화려한 약속 뒤편에 가려져 숨죽여 헐떡이고 있는 보육노동자의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서 보육의 질을 높인다는 명목 하에 정작 보육공공성을 강화하기는커녕 평가인증제도를 도입하여 보육노동자들의 노동강도만을 강화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보육노동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보육현장에서 결코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을! 보육노동자의 안정적 노동환경은 우리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행복한 보육환경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이에 전국의 보육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벽을 깨고 당당히 요구하고 있다.

보육노동자 최저임금 145만 원 쟁취하자!
필요인력 확충하고 8시간 노동 보장하라!
보육은 국가책임 국공립시설 확충하라!
보육공공성 확보와 보육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투쟁!


누구나 근심걱정없이 노후를 보내는 것,
간병노동자의 노동권 확보와 사회공공성 강화를 통해서만 쟁취될 수 있는 민중의 권리!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만들려면 반드시 해당노동자인 요양사와 간병인들의 노동의 댓가가 정당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겁니다. 국민건강보험료로 요양비용이 지급되고, 노인과 환자는 부담없이 요양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요양사와 간병인들이 저임금의 불안정한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지요. 그래서 노인과 환자가 정말로 마음 편하게 요양을 받을 수 있도록, 그리고 요양사와 간병인도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에서 책임져야 하는 겁니다. 정부가 정말로 국민들을 위한 법을 만들고자 한다면, 모두가 안정된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노인들이 정말 편하게 하늘나라로 가시게끔 모실 수 있게 하는, 노인들이 기쁨으로 하늘나라로 갈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이 땅에 정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06년 3월, 98주년 세계여성의 날 맞이 토론회에서, 서울지역지부 간병인분회장 발언 中


노무현 정부는 고령인구 증가에 대비한다며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제정, 오는 7월부터 실시되도록 하였다. 노인과 환자를 돌봐오던 간병노동자들은 이 제도의 실시로 인해 많은 노인과 환자가 마음 편히 보살핌을 받고, 또한 간병노동자들 역시 음지에서 벗어나 당당한 노동자로 떳떳하게 일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왔다.

간병노동자들은 가사사용인일 뿐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비공식부문에서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저임금으로 일을 해왔다. 이로 인해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은 필연적이며, 따라서 대부분의 간병노동자들은 류머티즘, 허리디스크, 안구질환 등에 시달린다. 또한 간염, 결핵 등의 산업재해에 노출되어 그대로 피해를 입게 되어도 산재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이 일자리에서 내몰리게 된다. 이외에도 비인간적인 대우와 무시로 인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간병인도 노인과 환자의 건강을 생각하는 노동자이며, 간병노동자가 기운차게 일을 할 수 있어야 노인과 환자의 쾌유도 가능하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분명하다./참세상 자료사진

이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실시되는 간병제도라고 할 수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대한 간병노동자들의 기대는 남달랐다. 공식부문에서 당당한 노동자로 일하며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되길 소망했던 것이다. 그러나 간병노동자들의 이러한 바램은 이윤추구만을 목표로 한 시장화된 방식의 법안이 강행처리됨으로써 산산히 깨어지고 말았다. 통과된 법은 해당 노동자들을 저임금의 비정규직으로 활용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기존에 병원과 집 등에서 비공식적으로 일해 온 간병노동자들을 더욱 음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간병인도 노인과 환자의 건강을 생각하는 노동자이며, 간병노동자가 기운차게 일을 할 수 있어야 노인과 환자의 쾌유도 가능하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이에 서울지역과 대구지역 간병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간병노동자의 노동권 확보와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해당노동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결코 노인들의 편한 노후를 가능하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내는 실천을 힘차게 진행 중이다.

우리는 쓰레기에서 인간으로 돌아왔다!
청소용역 여성노동자의 권리선언!


“쓰레기를 치우면서 쓰레기 취급을 받아야 했던 늙은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면서 비로소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워낙 눈치 보고 숨죽이며 살아왔던 인생이라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순간까지도 무수한 고민과 두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노동조합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고, 입이 있으면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쓰레기에서 인간으로 돌아왔습니다.(…) 노동자의 그 어떤 투쟁이 절박하지 않겠으며, 힘들지 않겠습니까? 마음은 당장이라도 광주로 달려가 광주시청 여성동지들의 손을 잡고 싶습니다. 아무 말 하지 않고 손만 잡고 있어도 우리는 서로를 잘 알고 있으니까요. 멀리서 마음으로라도 동지들의 손을 잡고 있습니다. 힘들더라도 승리하는 그날까지 지금 잡은 이 손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울산과학대 여성노동자들이 광주시청 여성노동자들에게 보낸 연대의 편지글 中


  쓰레기를 치우면서 쓰레기 취급을 받아야 했던 늙은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면서 비로소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참세상 자료사진

2007년 3월 7일, 울산과학대의 청소미화원 여성노동자들은 알몸인 상태로 울산과학대 직원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 나왔다. 그녀들은 한 달에 67만 원 받으며 일해 온 청소미화원 노동자들이다. 그녀들은 1월 22일, “2월 23일부로 계약해지 하겠다”라는 사측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사측은 사직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명할 수 없는, 그 동안의 삶이 억울해 사직서에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없었던 9명의 노동자들은 서명을 거부했다. 그리고 농성에 돌입했다. 농성장에 직원들이 들이닥치자 누군가는 외쳤을 것이다. “옷을 벗자. 벗고 있으면 그 누구도 손을 못 댄대!” 하지만 그녀들은 알몸으로 끌려나왔다.

그리고 2007년 99주년 여성의 날을 맞는 3월 8일 광주시청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도 “비정규직 직원 고용을 승계하라”고 요구하며 알몸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광주시청 3층 사장실 앞 복도를 점거하고 철야농성을 하던 노동자들을 끌어냈다. 남성노동자들이 경찰에 의해 모두 끌려 나갔다. 그리고 여성노동자들만 남았다. 농성장에 경찰들이 들이닥치자 누군가 외쳤다. “우리 몸에 손대지 말라”고 외쳤다. 그리고 윗옷을 벗었다.

울산과 광주의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은 똑같이 생계를 책임지는 노동자로서 임금임상을 요구했다. 그리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 노동 3권을 요구했으며, 노조를 결성할 권리를 주장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무자비한 폭력과 탄압. 하지만 그녀들은 모두 인간답게 살기 위해 투쟁했으며, 그 용기는 ‘쓰레기에서 인간으로 돌아왔다’는 자부심이 되었다.

울산과학대의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은 긴 싸움 끝에 일터로 돌아갔고, 광주시청의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은 조금 더 긴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성신여대에서, 연세대에서, 덕성여대에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과 비정규직이라는 굴레 속에서 인간다운 권리를 찾겠다고 선언하는 전국 곳곳의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의 저항과 연대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