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를 만난 박양수 위원장은 “요즘 기사들 분위기가 안 좋아요. 우리가 너무 힘들어하는 것만 보여주는 것 같아서요. 그래도 그나마 그런 기사라도 나오면 다행이지”라며 웃는다. 그가 우려하는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는 그저 멋쩍은 웃음을 보낼 뿐이다.
그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 박양수 뉴코아노조 위원장 |
그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재작년 겨울, 뉴코아에 먼저 불어 닥친 계산업무 외주화는 노동자들이 계산대를 온 몸으로 지켰지만 그대로 진행되었고, 비정규법 시행과 동시에 대규모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로 이어졌다. 이 문제는 정규직 노조였던 뉴코아노조가 안고가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15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조로 조직하고 싸움을 시작했다. 사측은 뉴코아노조에게 비정규직 살리려다 정규직 다 죽는다며 실익을 따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뉴코아노조는 그럴 수 없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곧바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와 고용불안으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박양수 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로 투쟁한다고 하지만 총체적으로 보면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의 목숨이 위태로운 게 있었다”며 “따로가 아니었다. 노조는 비정규직이 해고되고 정규직이 비정규직되는 상황을 예상해 왔었는데 회사는 그 단계를 그대로 밟아갔다”라고 말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하는 싸움, 비정규직의 해고가 정규직에게도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은 하지만 현실로 닥치지 않는 상황에서 함께 하는 싸움, 함께 파업을 결의하고 1년이 넘는 싸움을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싸우지 않으면 노동운동의 희망이 없다고 할 만큼 노동조합들에게는 절대절명의 과제이지만 그만큼 힘든 일이다.
박양수 위원장은 “우리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하는 싸움이 계속 일어나야겠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라 앞으로 어떤 사업장이 또 가능할지 모를 정도다”라며 “정규직 노동자들 알아야 한다. 이제 비정규법은 확대 적용되고, 정규직 1명 자르면 비정규직 5명 쓸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떤 사업주도 더 이상 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바로 정규직의 문제라는 것은 말이 아니라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후회하지 않는다. 반드시 이긴다”
어렵게 시작한 파업, 그 파업이 300일을 훌쩍 넘겼다.
박양수 위원장은 숫자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양수 위원장은 “오히려 300이라는 숫자가 조합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끝을 알 수 없는 싸움에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오랫동안 싸워 왔는지 얼마나 더 싸워야 하는지를 그저 잊고 싶은 마음이다. 그저 오늘 열심히 싸울 뿐이다.
이렇게 하루와 맞서서 싸우고 있는 조합원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생계문제다. 이 싸움 승리하지 못하면 민주노총 깃발을 내리겠다고 했지만 조합원들을 버티게 해줄 생계비가 끊긴지는 오래다. 그래서 어떤 조합원은 복귀하기도 하고, 어떤 조합원은 아르바이트로 하루를 버티고 있기도 하다. 모아 놓은 저축통장도 깨고, 마이너스 통장도 더 쓸 수 없어 조합원들은 이제 집을 내놓고 있다고 한다. 박양수 위원장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박양수 위원장은 “출근시간에 민주노총 앞에서 토스트라도 구워 팔아야 겠다”라며 농담 섞인 진담을 내뱉었다. 이미 포장지에 넣을 캐릭터도 만들어 놨다고 했다. 박양수 위원장은 “조합원들 사정 얘기 들으면 가슴이 찢어진다”라며 “정말 절박하다”라고 전했다. 뉴코아노조는 생계문제를 함께 해결해보고자 후원CMS를 모으기도 하고, 얼마 전부터는 도시락과 뷔페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조금 남는 이윤으로 투쟁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지만 사측의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경영계에서도 이랜드를 비정규법을 악용한 사례로 꼽을 만큼 이랜드 사측이 했던 외주화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노동자들이 사측에 요구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해고된 비정규직의 복직은 당연한 요구였다. 노동조합은 최대한 빨리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대대적인 양보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랜드 사측은 의지를 갖고 노조와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교섭을 앞두고 노조 간부들을 해고하고, 합의의 전제조건으로 해고자들이 노동부에 해 놓은 구제신청까지 모두 취소하라는 것을 제시하는 등의 행태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박양수 위원장은 “사측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정말 회사의 존폐가 달려있는 순간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그냥 타결을 선언할 순 없다”라며 “노동자를 이런 식으로 대우하는 회사가 잘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냐. 망한다고 두렵지 않다. 이랜드가 망한다면 망해야지 어떠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재정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홍콩증시 상장을 예정하고 있으며, 홈에버 매각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랜드가 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문제는 빨리 해결되어야 한다. 노조도 버틸 힘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박양수 위원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박양수 위원장은 자신의 위치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 전제를 하며 “솔직히 져도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양수 위원장은 “이렇게 함께 싸운 시간들만으로도 너무나 훌륭한 일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 정말 자랑스럽다. 뉴코아노조의 싸움은 역사가 판단해 줄 것이다”라며 “하지만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싸움을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뉴코아노조는 노동절 집중 투쟁과 홍콩증시상장 저지 투쟁 등을 계획하고 있다.
박양수 위원장은 다음 이야기를 꼭 기사에 넣어달라고 했다. "도시락이 필요하시면 뉴코아노조에 전화주세요"